새벽체조모임, ‘우연회’

“이것이 가을바람이여.”

체조를 하던 이정완 씨가 바람을 느끼며 한마디 하자, 사람들은 이내 곧 가을이 온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한 낮 더위를 이겨낼 힘을 얻는다.

조례동 왕조 초등학교 옆 송정공원에서 매일 아침 자연의 변화와 함께하는 체조 모임이 있다. 벌써 9년째, 매일 하고 있다. 설날과 추석날 2일만 쉰다. 이 모임에 다녀간 사람들은 100여명, 매일 30여명이 모인다. 회비를 걷는 사람도 없고, 어디서 관리해 주는 것도 아닌데,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 오랜 체조로 단련된 '우연회' 회원들


매일 하는 체조는 보약보다 낫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매일 하는 체조는 보약보다 낫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체조에 참여하는 회원들의 체험담은 흥미롭다. 차종숙 씨는(70세) 목 디스크와 허리디스크가 있어 고생이 많았다. 지금은 살이 빠지고 조금씩 견딜만 해지더니 지금은 체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만큼 좋아졌다. 조재익 씨는(80세) 몸이 안 좋을 때 1시간 동안 체조하고 나면 몸이 개운해, 지금은 안하고는 못 배긴다. 허리협착증 수술을 앞두고 있었던 김옥라 씨(59세)는 지금까지 수술을 안 하고도 멀쩡하게 살고 있다. 최정숙 씨는(71세) 뒷목이 잡아당기듯 아팠는데, 지금은 아무 이상이 없다. 이정완 씨는 소화가 안 돼 아침에 밥을 못 먹었다. 지금은 매일 아침 운동 후, 장을 비우고 거뜬하게 아침 식사를 한다. 본인들이 생각해도 건강을 유지하며 살 수 있는 현재가 놀랍고 고맙다.

이걸 하면 건강보험료 절약 될텐데…
사실 체조모임에 건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저마다 살면서 느끼는 이야기를 하고, 거기에는 반드시 함박 터지는 웃음이 있다. 모이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한다. 살면서 느끼는 어려움과 불편에 대한 이야기는 민주주의의 토대다. 대화는 그 자체가 해결방안을 부른다. 서로의 이야기만으로 좋은 해결 방법이 나오기도 하고, 그것을 순천시에 제안해 시민들에게 유익한 일을 만들기도 했다. 등산을 하며 봉화산 등산로에 문제가 있으면 개선을 요청하고, 등산하기 힘든 노인들을 위해 봉화산 둘레길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들이 무엇보다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체조를 하면 병원 갈 일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 회원이 말한다. “사람들이 아침마다 이런 걸 하면 건강보험료도 절약이 될 텐데 말이지…”
 

▲ 농구하는 아이들이 나오면 다친다고 돌을 치우고, 공중 화장실을 치우고, 변기 뚫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회원들.
▲ 농구하는 아이들이 나오면 다친다고 돌을 치우고, 공중 화장실을 치우고, 변기 뚫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회원들.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
운동은 3부로 나누어지는데, 중간에 잠시 휴식하는 시간이 있다. 휴식 시간에 차와 담소를 나눈다. 아침에 따뜻한 차는 온 몸을 따뜻하게 감싼다. 어떤 이는 9년째 한결같이 10명분의 물을 싸와서 나눈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이 모임은 유지된다. 돈을 받는 사람도 없고, 돈을 내는 사람도 없는 이 모임이 유지되는 비결은 사실 모임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이다. 농구하는 아이들이 나오면 다친다고 돌을 치우고, 공중 화장실을 치우고, 변기 뚫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 새로운 회원이 들어오면 체조를 알려주고, 차를 권하는 사람들, 무엇보다 차길수 회장 부부의 성실함을 빼 놓을 수가 없다.

2008년 7월에 우연한 계기로 시작되었다 하여 모임 이름은 ‘우연회’라고 부른다. 봉화산에서 체조를 하던 차길수 회장 부부를 보고 따라서 체조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체조를 하면 건강에 더없이 좋겠다는 마음이 모아져 송정공원에서 체조를 시작했다. 매일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때로는 고마운 마음에 칠순잔치도 하며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체조는 5시 40분에 시작, 6시 30분 마친다. 국민체조를 시작으로 가볍게 몸을 풀고 점차 강도 높은 체조를 한다. 이 체조는 어깨, 목, 폐, 다리, 팔, 발가락, 손가락, 귓불, 장, 신장 등 몸의 곳곳이 골고루 순환되도록 고안한 체조로, 운동을 마치고 나면 찌뿌둥한 몸이 풀린다. ‘매일 체조하면 저런 몸과 마음으로 나이 들어 갈 수 있을까?’


‘우연회’를 이끄는 차길수 회장 부부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어 고마워요”
 

▲ ‘우연회’를 이끄는 차길수 회장 부부


“두 분 어쩌면 그렇게 다정하세요?”
50년을 살면서도 친구처럼 연인처럼 보이는 차길수 회장에서 질문했다.
그의 아내 이춘자 씨의 답변은 간결하다. “우리는 뭐든지 함께 해요.”

이들 부부는 처음부터 봉사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체조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함께 운동하는 부부가 좋아 보여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지속해서 운동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계속 하다 보니 몸이 좋아지는 사람들이 있어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생겼다.

새로운 만남은 삶의 즐거움이 되었다. 차길수 회장은 “봉사한다는 생각 없이 한 일이, 많은 사람에게 이로운 일이 되어 오히려 고마운 일이다.”고 한다.

차길수 회장은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다양한 체조를 시도했고, 그것이 원천이 되어 퇴직 후에도 많은 사람에게 유익을 주고 있어 즐겁다고 한다. 차길수 회장은 건강에 문제가 있던 사람들의 몸이 회복되는 것이 놀라워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아들에게 이 체조의 효능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몸의 구석구석을 이완하고, 수축하며 순환되도록 하는 것이 몸을 스스로 회복하도록 하는 아주 좋은 운동이라는 답변이었다.

몸은 스스로 회복되는 것이었다. 나이 들어 갈수록 몸의 곳곳이 고장 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전신 순환 운동을 하는 것은 하루를 가볍게 시작할 수 있게 하고, 살아있는 순간을 더욱 건강하게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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