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두규
전라남도 청소년미래재단 원장

덴마크와 전라남도를 비교해 볼만한 점이 있을까? 필자는 6월 18일부터 23일까지 코펜하겐에서 학교와 청소년 기관을 방문하며 비교할 기회를 가졌다.

덴마크 바이킹의 해양제국 시대에 청해진 장보고의 해상왕국이 있었고, 수도 코펜하겐과 안데르센의 고향인 오덴세 등 주요 도시가 각기 다른 섬으로 연결되었으니, 자연스럽게 섬이 많은 전남과 견주어봤다.

덴마크 면적은 전남의 3.5배며 인구는 2.9배인 560만 명, 1인당 국민소득은 6만 달러가 넘는다. 덴마크가 세계의 눈길을 끄는 것은 행복지수가 1위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들처럼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써낸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동행하였으므로 우리의 현실과 비교거리가 다양했다.

우선 ‘볼 것은 많이 없지만 배울 것은 많은 나라’ 덴마크의 산업 구조가 관심을 끌었다. 덴마크 국내총생산액(GDP)의 20%를 머스크(MAERSK)라는 해운회사가 올리고, 유명한 낙농업은 4.6%였다. 산업의 첫째는 ‘에너지와 친환경 산업, 바이오 제약업’ 분야이고, 금융업과 디자인 산업이 두 번째와 세 번째였다.

덴마크 경제를 이끄는 ‘해운업’, ‘에너지와 친환경 산업’은 우리 전남의 성장 동력이다. 광양항과 목포항은 동북아 물류 중심지를 지향하고, 혁신도시는 에너지밸리로서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꾀한다. 세계적으로 태양광, 풍력, 바이오 등의 재생에너지가 급성장하는 때에 덴마크 바다 가운데 있는 풍력발전기를 남도 앞바다에서도 보고 싶어졌다. 도보, 자전거, 전기 배 등을 이용한 덴마크 ‘그린투어’는 청산도와 금오도를 비롯한 섬 여행의 확산력이었다.

다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덴마크 문화의 특성을 한 마디로 표현한 ‘휘게(hygge)’에 끌렸다. 휘게라는 말은 영어의 ‘웰빙’과 통하며, 덴마크 사람들의 정신 속에 스며들어 있는 삶의 본질이다. 길고 어두운 스칸디나비아의 겨울을 밝혀주는 촛불과 타오르는 벽난로, 그리고 친구나 가족과 함께 보내는 아늑하고 즐거운 시간을 누리는 상태가 휘게다. 휘게는 ‘느긋하게 함께 어울리기’ 또는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 등으로 번역된다.

덴마크 사람들이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친구들과 밥을 먹으며 즐거운 얘기를 나누는 것이나 일상의 단순한 즐거움을 누리고 그 속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휘게 상태는, 우리 남도의 문화와 통한다. 남도의 오밀조밀한 자연풍경과 아기자기한 사람들이 ‘싸목싸목’, ‘오지게’, ‘항꾸네’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은 덴마크 휘게와 같은 행복문화의 요소다. 웰빙과 힐링이 뒤섞인 남도의 삶의 양식은 더욱 밝히고 내세울 과제다.
 

끝으로 ‘조직의 나라’라는 덴마크 사람들의 삶의 자세다.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종점까지 45분 걸리는 열차를 탄 두 사람이 옆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면, 내리기 전에 하나의 협동조합을 만들기로 합의하는 게 보통이란다. 이웃이 살아 있고 그들 사이에 신뢰가 있기 때문에 시민 참여형 모임과 협동조합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또한 초등학교는 9년 내내 같은 아이들을 같은 담임이 지도한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들이 일생의 관계를 맺는 것이다. 여행 중에 고등학교 졸업식 풍경을 날마다 봤는데, 졸업생 한 반이 개조한 트럭을 타고 ‘우리의 관계는 학교에서처럼 영원하다’는 현수막을 휘날리며 돌아다녔다. 1년 과정의 인생학교 교장도 ‘아이들은 가족과 동일시 된다’고 했다.

코펜하겐에서 평등, 자유, 이웃과 사회관계라는 참으로 중요한 행복의 요소를 실감했다. 그들이나 우리나 행복한 민주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함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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