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박종택) 여행기

▲ 베네치아를 떠나오는 배에서 운하에 떠다니는 곤돌라를 찍었다. 이런 곤돌라와 이보다 큰 배들이 많은 관광객을 싣고 주변을 일주한다.

아, 베네치아
스위스에서 산을 보았다면, 베네치아에서는 바다를 보았다. 베네치아에서 본 바다는 일망무제의 대양이 아니라 운하였지만 말이다. ‘베네치아’란 말은 “다시 돌아오라 (Come back again)” 라는 뜻이다. 베네치아는 참 독특한 도시였다. 우리는 베네치아를 수상 도시, 즉 물 위에 있는 도시라고 들었다. 큰 도시가 어떻게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실제로 그렇다니 어찌하란 말인가?

오랜 옛날에 중앙아시아 훈족이 유럽을 침략했다. 질풍노도처럼 여러 나라와 지역을 침탈했다. 당시 게르만족이 국경 지역에 방어를 했으나 실패하였고, 사람들은 밀리고 밀려 이탈리아 깊숙이 패퇴하였다. 지금 베네치아 지역은 당시에 육지가 아닌 바다였는데, 인근에 살던 사람들이 피난을 가다가 수심이 얕은 이 지역에서 살길을 도모했다. 수심 옅은 펄 밭에 많은 나무를 깊게 박았고 그 위에 돌과 흙을 쌓아서 평지를 만들고, 그 평지 위에 집을 지었다. 침략군이 지상전은 강했으나 물에서는 약하다는 점을 이용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수상 도시가 건설되고 베네치아가 탄생했다! 세상은 넓고 기이한 것도 많다! 따라서 오늘도 베네치아에는 사람이 거주하는 건물, 상가, 성당, 관공서 등은 모두 물 위에 떠 있다! 비가 많이 오는 경우에는 바닷물이 차올라 거리와 상가, 가정집은 침수된다. 육지에서 버스가 다니듯이, 수상 버스와 곤돌라가 다닌다. 내 눈으로 직접 보았지만, 이 거대한 지역과 6만 명이 사는 곳이 바로 물 위에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행정구역상 베네치아 전체는 100개가 넘는 섬, 150개의 운하, 300개가 넘는 다리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섬이 이상에서 말한 수상 도시라는 말은 아니다. 중심의 관광 명소가 그렇다는 것이다.)

베네치아에는 3대 인물이 있다고 한다. 음악가 비발디, 탐험가 마르코 폴로, 난봉꾼 카사노바가 그들이다. 안내자는 카사노바에 대해 길게 설명해주었다. 그에 대해 약술해보자.
그는 범상한 인물이 아니었다. 뛰어난 외모, 비상한 두뇌, 모험심과 용기 등을 겸비한 사람이었다.

그는 5개 국어에 능통했다. 당시는 신분제 사회였고 그는 평민이었다. 그는 행세하기 위해 귀족이 되려 했다. 귀족이 되려면 성직자가 되거나 군인이 되어야 했다. 성직자가 된 그는 머지않아 수녀와 관계해서 쫓겨났고, 군인이 되어서도 오래 가지 못했다. 그는 평생 132명의 여인과 사랑을 나누었다. 한때는 대법관의 부인과 정을 통하다가 들켜서 감옥에 1년 이상 갇힌 적도 있었다. 그는 두 번 탈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세 번째는 대법관 부인의 도움으로 간수를 매수해서 탈출에 성공했다. 그는 탈출하면서 명언을 남겼다. “대법관님, 당신이 판결 없이 나를 투옥했듯이, 나도 판결 없이 나갑니다. 안녕!”

그가 132명의 여인과 사랑을 나눈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철저히 준비하고 헌신하는 남자였다. 어떤 여인을 만나기 전에 그 여인의 기호, 취향, 필요 등에 대해 소상하게 파악했고 준비했다.

그의 사랑은 헌신과 봉사 정신을 기본으로 하였다. 그는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여 당시에는 드물게 74세까지 수를 누렸다. 소위 ‘카사노바 십계’가 있다. 그는 남녀의 성적 사랑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타인의 평판이나 사회 관습에서 벗어나 자유를 추구했다.
이상이 들은 이야기다. 이 이야기가 실재 인물을 정확하게 묘사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카사노바가 남자가 추구할 만한 어떤 바람직한 모형은 아니다. 그러나 상기 이야기를 듣고 보니, 무언가 남다른 자질이 있었음은 인정해야겠다. 특히 ‘카사노바 십계’가 있었다는 것, 그는 자유를 추구했다는 면이 인상적이다.

여행할 때 돈을 쓰는 심리상태

여행할 때는 돈에 대해 더욱 예민해지는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다른 말로 하면 좀 더 인색해진다고나 할까.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을 일도 여행할 때는 좀 더 따지게 되는 듯하다. 왜 그럴까? 심리를 헤아려 보면 다음과 같이 생각이 들었다. 일단 모든 여행자가 상당히 큰돈을 들여 여행에 참여한다. 또 하나는 화폐 단위가 다르고 계산이 복잡하기도 하다. 또 하나는 자꾸 매사에 국내 가격과 비교하게 된다. 그리고 패키지여행으로 여럿이 모였지만, 대부분이 처음 만난 사람이고 곧 헤어져 남남이 될 사람들이다. 이러한 여러 상황이 작용하여 다소 마음을 위축시켜 국내에서처럼 상대방을 위해 여유 있게 돈을 쓰기가 어렵게 되는 것이리라. 이해할 수는 있으나 조금 생각해 보면 너무 인색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돈이란 무엇인가? 결국, 써야 할 때에 적절히 쓰기 위해 있는 것 아닌가?

이번에도 시종일관 친절하게 안내하고 수고해준 우리 안내자에게 음료수나 커피 한잔 대접하지 못하고 왔다. 아, 지금 생각해보면 참 미안한 일이다!

더 좋은 여행을 위한 제안

단체 패키지여행에서는 생전 처음 만나는 여러 사람이 며칠간 함께 지낸다. 그리고 외국 여행은 많은 사람이 꿈꾸는 바이지만, 실제로 실행한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따라서 모두가 잊을 수 없는, 아름답고 즐겁고 가슴 설레는 감동과 경험 기억을 쌓기를 바란다. 뜻 있는 여행이 되게 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중 하나는 동행하는 사람들이 짧은 시간에 친근감을 느끼고 소통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동행하는 모두가 서로 친근하고 친절한 마음이 된다면, 여행의 질을 높이는 데 일정한 도움이 될 것이다.

모두가 마음을 열고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방법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행 안내자가 주선하는 것이 제일 자연스러울 것이다. 처음 만날 때 각자를 소개하고 마음을 여는 기회를 가지면 된다. 예를 들면, 보통 공항에서 출국 절차를 마치고 나면 2시간 이상의 시간이 남는다. 이때가 적절할 것이다. 아니면 첫날 저녁 식사를 하는 곳, 혹은 숙박하는 호텔도 좋다. 일정한 곳에서 함께 모여 1~2시간 동안 간단히 자신을 소개하고 서로 잘하자고 하면 좋을 것이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 마지막 호텔이나 식당에 함께 모여, 그간 여행에서 느낀 감동과 인상 등을 서로 나누고 공유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장소가 마땅치 않으면 차를 타고 가는 동안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겠다. 이번처럼 거의 날마다 5시간 이상 차를 타고 이동하는 여행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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