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행정학 박사,  순천소방서 소방공무원

자동차는 원하는 곳으로 편안하게 이동시켜 주는 기계이다. 운전자가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동수단의 기능을 하지만 자칫하면 운전자 본인과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양면성을 가지는 기계이기도 하다.

교통사고는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주 발생하는 장소가 있다. 경험상 급회전 구간, 오르막을 올라 내리막이 시작되는 구간, 도로가 분기되는 곳과 합쳐지는 곳, 왕복 2차선에서 무리한 추월 등을 들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직진을 계속하고 있는데 앞서가던 자동차가 갑작스럽게 분기하는 지점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끼어들기를 하고 속도를 줄인다면 어떻게 될까? 곧바로 급정거하거나 다른 차선으로 변경하여 교통사고를 피해야 한다. 그렇지 못했을 경우 추돌 사고가 발생한다. 또한, 급정거했을 때, 뒤에서 따라오는 자동차가 있다면 그 자동차도 급정거를 하거나 차선을 변경해야 하며 그렇지 못했을 경우 역시 추돌로 이어지기 쉽다. 이럴 때, 흔히 대형교통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순천에서 광주로 며칠 출장을 다녀왔다. 편도 90Km 거리여서 과속하면 한 시간에도 갈 수 있는 거리이기는 하지만 필자는 꼭 휴게소에 들러 커피를 마시는 등 중간에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러기에 집에서 30분 정도 일찍 출발했다. 여유 있게 출발하니 과속도 안 하게 되고 전후좌우를 살피고 갈 수 있어서 더욱 안전한 운행이 되었다.

출장 기간에, 나들목에 있는 분기점에 거의 다 와서 차선을 변경하여 진입하는 차량을 자주 보았다. 분기하는 곳을 지나친 자동차가 비상등을 켜고 뒤로 후진하여 분기되는 곳으로 후진하여 진입하려는 경우도 목격했다.

고속도로에서는 자동차들이 평균 100Km 정도로 달린다. 시속 100Km는 초속 약 30m(27.78)인데 고속도로에서 후진하는 차량을 발견하고 급정거를 하여도 인지 이후 제동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0.75초이며 급정거 시 제동거리는 4~5m이다. 이를 계산하면 후진 차량을 발견하고 바로 급정거하더라도 제동거리는 약 23m이다. 1초 늦게 발견하였다면 약 50m, 2초 늦게 발견하면 약 80m로 제동거리가 늘어나, 이 정도면 이미 추돌 사고로 이어진다.

순천 방향, 곡성에서 석곡까지 9.9Km는 거리속도병행 단속 구간이다. 대부분 운전자는 규정 속도를 잘 지켜 운전하므로 사고 예방 효과가 큰 단속구간이다. 한번은 필자가 규정 속도에 맞춰 운전하는 중에 빠른 속도로 추월해가는 승용차를 목격한 적이 있다.

그런데 석곡터널에 이르렀을 때 아찔한 상황을 목격했다. 터널만 지나면 얼마 안 가서 거리속도병행구간의 종점이 되는 지점이었다. 석곡터널을 조금 지나서 갓길에 비상등을 켜놓고 운전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조금 전에 단속구간을 시원하게 추월해 갔던 차량이었다. 아마도 100Km 이내의 평균속도를 맞추기 위해 그 지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가려는 속셈인 듯했다.

교통안전공단을 포함한 안전을 담당하는 모든 기관은 고속도로에서 고장이나 사고 발생 시에 갓길로 옮기고 운전자 및 동승자는 모두 경계벽 밖으로 대피하여 기다리도록 강조한다. 2차 사고에 따른 사망률이 무려 40%를 넘어서고 있기에 경각심을 주고자 하는 것인데, 시간을 보내려고 위험하게도 터널 출구에서 갓길에 정차하고 흡연을 하다니.

이 예처럼 위험한 상황을 만드는 운전자들을 필자는 ‘사고유발자’라고 부른다. 고속도로에서 잠깐 방심해서 출구를 놓쳤다고 죽음을 무릅쓰고 후진하여 원래의 출구로 나갈 것인가, 거리속도병행구간에서 과속해 놓고 과태료가 무서워 위험천만하게 터널 출구 갓길에 정차할 것인가,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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