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이 글은 ‘사랑어린학교’ 7학년 아이들이 관옥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마음공부 시간에 나눈 이야기를 채록하여 부분 정리한 것입니다. |
등산을 제대로 하게 되면
며칠 전에 앵무산 올라갔다 왔다고? 오늘은 등산에 관해 얘기해볼까 해. 나는 인생이란 하나의 등산과 같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산에 올라가는 사람들은 다들 저마다 어떤 목적이 있고 왜 올라가는지 이유가 있겠지만, 하여튼 산을 올라가.
산하고 평지하고 만나는 데 있잖아, 여기서부터 산이라고 치자. 산으로 들어가려면 맨 밑에서부터 들어가지. 산으로 들어가는 머리라 해서 들머리라는 말을 써. 들머리는 여러 군데 있을 수 있지. 그지? 앵무산만 해도 우리 학교 뒤로 올라가는 길도 있고, 저쪽 하사리에서 올라갈 수도 있고, 해창에서 올라갈 수도 있고. 산에 가는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은 많아. 보통 큰 산에는 여러 개 등산로가 있지. 그래서 요걸 a, b, c, d 이렇게 하자.
이 코스는 어디로 연결되니? 등산 코스 종점이 어디야? 정상이지! a 코스, b 코스, c 코스, d 코스가 서로 다 다르지만 연결돼 있어. 근데 우성이는 a 코스에서 출발하고 용훈이는 b 코스에서 출발하고 지훈이는 c 코스에서 출발한다, 서로 보일까 안 보일까? 안 보이지! 서로 알까 모를까? 모르지! 그래도 올라가는 거야. 그러니 여기서 지훈이가 이 코스를 계속 따라가면 정상에 도착한다는 그런 믿음이 필요할까 안 필요할까?
그게 없으면 어떻게 될까? 불안하지! 내가 이거 헛고생하는 거 아닐까? 올라갔다가 정상까지 안 가고 옆으로 빠져서 도로 내려간다면 괜히 헛고생하는 거 아닐까? 왜냐하면, 나는 정상까지 가는 게 목표니까. 그래 필요한 건 뭐냐? 내가 가는 이 길이 정상까지 도달한다고 하는 믿음이지.
올라가면서 뭐가 달라지냐? 100m 올라갔어. 뭐가 달라졌을까? (넓게 보여요.)그렇지. 100m 밑에서 보는 것하고 100m 높이 올라가 보는 것하고 여기서 볼 땐 안 보이던 것이 보이잖아! 만약 꼭대기에서 보면 이 세 길이 어떻게 산으로 와 있는지 보이겠지! 밑에서 보면 이 길이 어떻게 가는지 보일까? 안 보이지!
내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내가 밟고 있는 땅은 어떠냐? 밟고 있는 면적이 작아지냐 커지냐? 작아지지! 지도 보면 이렇게 100m 높이를 거친 선을 죽 그으면 높이가 같은 선을 등고선이라 그래. 100m 올라가면 100m 수준에서 이 등고선이 만들어지는데 등고선의 폭은 좁아질까, 넓어질까? 좁아져. 그니까 올라갈수록 내가 밟고 있는 산은? 작아지냐, 커지냐? 작아져!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세상은 어떻게 되냐? 더 많이 들어오지. 바닥에서 보는 것하고 높이 올라가서 보는 것하고 더 많이 들어올 것 아냐! 여기서 보면 와온 바다가 안 보이잖아. 마을도 안보이잖아! 산꼭대기 올라가면 어떻게 돼? 다 보이잖아!
요건 뭐냐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내 발이 밟고 있는 땅은 좁아지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세상은 커지는 거지. 사람도 그런 거야. 등산을 제대로 하게 되면 내가 소유하고 내가 가져야 할 물건들은 점점 적어지는 거야. 그 대신 마음에 들어오는 세상은, 눈에 보이는 세상은 점점 넓어지는 거야.
높이 올라갈수록 나와 다른 것들이 사라지고 만나게 된다는 거지. 맨 꼭대기에 올라가면 사람만 남아. 그러면 이 세상의 모든 사람과 하나야. 무슨 말이냐면 사람이 등산을 제대로 하고 잘 공부해서 가면 마음 폭이 넓어진다는 얘기야. 그래서 적이 점점 없어지고 많은 친구가 생기는 거야.
사람이 제대로 산다는 건 뭐냐? 가면 갈수록 많은 것을 가지고 사는 게 아니야. 정상에 올라가면 내가 밟고 서는 땅은 요만큼이지만 온 천하가 다 품에 들어오는 거야. 육신의 생활은 가면 갈수록 단순해지고 간단해지고 마음은 가면 갈수록 폭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그 사람이 제대로 사는 사람이야. 그게 진짜 등산하는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