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협동조합 선배 활동가에게 듣는다
② 국제사회적경제포럼 송경용 신부(공동의장)


“신앙과 사회적경제는 출발과 목적지 같아”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종교 역할 강조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대안이 되는 경제시스템으로 협동조합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과 함께 많은 분야에서 협동조합이 설립·운영되고 있다. 협동조합 설립 현상을 보면 그야말로 ‘우후죽순’과 같다.

이에 순천광장신문은 협동조합 분야 선배활동가들의 협동조합 활동 경험을 통해 ‘왜 협동조합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나눠보자는 취지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두 번째 순서로 송경용(58세. 사진) 신부를 만났다. 송경용 신부는 성공회 신부인데, 평생을 ‘가난한 사람의 벗’으로 살아왔다. 1979년 연세대 건축학과에 입학한 그는 야학 교사로 활동을 시작한 뒤 1986년 성공회 신학교에 진학해서는 노숙인과 청소년의 쉼터인 ‘나눔의 집’을 설립해 운영했다.
 

국제사회적경제포럼 송경용 신부

송경용 신부가 협동조합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3년이다. ‘나눔의 집’을 운영하던 중 쉼터에서 생활하던 노숙인과 청소년의 자립방안을 모색하다 몬드라곤협동조합과 일본의 노동자협동조합 사례를 접하고, 노동자들이 주인인 ‘나레건설노동자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당시는 지금과 같은 ’협동조합기본법‘이 없었기 때문에 노동자협동조합처럼 만들었지만, 형식은 주식회사였다.

나레건설노동자협동조합 활동경험을 바탕으로 1996년에는 자활센터를 만들어 가난한 사람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 만들기에 주력해 왔다. 송경용 신부의 협동조합 활동 경험은 1998년, 노숙인 무료급식과 주거복지 사업을 담당하는 ‘(사)나눔과 미래(이사장 송경용) 설립으로 이어졌고, 2013년에 조직한 국제사회적경제포럼(GESF) 공동의장, 서울시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 등의 활동으로 이어졌다.

송경용 신부를 협동조합으로 이끈 힘은 무엇일까? 그는 “신앙과 빈민구제, 사회적 경제는 출발과 목적지가 같다”고 말한다. 1993년에 일용직 노동자와 실직자의 생계를 고민하던 중에 노동자협동조합을 만들게 되었는데, 그 경험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람 중시’ 종교와 협동조합이 같아
송 신부는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 종교의 역할을 강조한다. “지금의 몬드라곤협동조합을 만드는 데 기여한 호세 마리아 신부, 그리고 일본 협동조합의 아버지라 불리는 가가와 도요히코 목사 등의 사례에서 보듯 협동조합 설립에 종교인의 참여가 많았다”고 한다. 그는 “협동조합을 사람 중심의 기업이라고 하는데, 이웃과의 연대나 빈곤층에 대한 관심 등에 있어 협동조합과 종교의 교리가 사람을 중시하는 데서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종교가 협동조합에 공간을 제공하거나 지역사회 여론 조성, 협동조합에 종교인의 참여 등의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동조합 기본 가치 ‘협동, 연대, 민주’
30년 가까운 기간 사회적 경제(협동조합 포함)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송경용 신부가 볼 때 우리나라는 협동조합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 있을까? 이 물음에 송 신부는 “협동조합을 처음 시작했던 1890년대는 신분제와 노동착취가 심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협동조합 환경을 탓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협동과 연대, 민주주의는 협동조합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가치인 만큼, 환경이 열악할수록 협동조합 가치를 삶 속에서 더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협동조합은 교육에서 시작해서 교육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교육에 조합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려면 교육을 재밌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원이 수백 명 이상인 대규모 협동조합은 조합과 조합원 간 소통의 문제를 고민한다. 이에 대해 송경용 신부는 “협동조합 활동가들도 경영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조직이 커지면 권력이 생기고, 그에 반해 주변부가 생겨나지만, 그렇다고 조직이 커지는 것을 걱정할 것은 아니”라며 “조직이 커서 조합원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고민할 게 아니라 그에 맞는 소통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 경영진이 소외당하는 조합원에 대한 서비스를 늘려야 한다”며 “그게 협동조합 운동이고, 그러지 못한다면 그 협동조합은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이다.

협동조합, 불평등과 실업 해결 나서야
지금 시기에 협동조합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사회적 가치와 목표는 무엇이어야 할까? 송경용 신부는 “지금 우리 사회는 양극화와 불평등, 실업 등이 사회문제가 되는 만큼, 협동조합은 이들 사회문제에 대한 치유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협동조합 중 모범사례로 소개할 협동조합이 있는지 물었다. 송 신부는 “소비자 생협 중에서는 아이쿱생협과 한 살림 생협이 잘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협동조합 중에서는 해피브릿지협동조합(체인점 국수나무 운영)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청와대에 사회혁신수석과 사회적 경제비서관 직을 신설했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높은 관심의 표현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경제 정책 전망을 묻자 “사회적 경제를 이제 국가정책으로 반영하고, 법제화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적 가치 기본법 제정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의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협동조합 활성화 위해선 정부-법 개정, 지자체-공공자원 지원
지금 시행하고 있는 ‘협동조합기본법’도 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행 ‘협동조합기본법’에서 제한하고 있는 사회적 금융을 협동조합에서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법률 중 사회적 협동조합에 강제하고 있는 의무고용이나 사회공헌 의무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적 경제 확산을 위한 지자체의 적극적인 역할도 주문했다. “지자체에서는 지자체의 유무형 자원을 사회적 경제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지자체 조례도 사회적 경제 친화적으로 개정해서 사회적 경제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을 공부하려는 사람에게 읽기를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는지 물었다. 송경용 신부는 5권을 추천했다. 몬드라곤협동조합의 바이블로 통하는 ‘호세마리아신부의 생각(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리에타 지음)’과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자마니교수 지음)’는 책이다. 이 외에도 산업혁명기에 협동의 공동체를 건설한 사회혁신가의 삶을 다룬 ‘로버트 오언 (G.D.H. 콜 저, 홍기빈 옮김)’과 칼폴라니연구소에서 발행한 ‘거대한 전환’, 그리고 성공회대 NGO대학원 김창진 교수가 쓴 ‘퀘백모델’이다.

마지막 질문은 후배 협동조합 활동가에게 당부할 게 있는지 물었다. 송경용 신부는 “협동조합 활동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내심이다. 여러 어려운 여건에서도 끈질겨야 협동조합이 뿌리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영에 대한 전문성도 함께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상적, 이념적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깊이가 있어야 오래 가고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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