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영 교육학박사
    (교육행정 전공)

전라남도 의회가 ‘순천 삼산중학교 이설 동의안’을 의결함에 따라 순천 신대지구에 중학교가 신설될 전망이다.

순천 신대지구는 인구 3만 5천 명 계획의 주거지역으로 현재 2만 4천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초·중·고등학생 비율이 23%를 차지하고 있는 데 비해 중학교는 1개교로 과밀학교 상태며 당장 내후년부터 1개 학교 정원 정도의 학생이 인근 지역으로 등·하교해야 할 처지여서 학교설립이 시급한 실정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환영할 일이다.

그런가 하면, 인구가 적은 매곡·삼산동의 학교를 인구가 많은 신대지구로 이전한다는 것은 원도심 활성화 정책에도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며 향후 매곡·삼산 아파트 재개발 사업 및 원도심 택지개발에 따른 학생 유입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반대의 목소리에 대한 철저한 대책도 필요하다.

순천의 교육 문제 중 가장 예민하고 심각한 문제가 초등학교 졸업생들의 중학교 학교 배정에 관한 문제이다.

신도심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이 본인의 희망과 무관하게 집 근처의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에 배정되는 일이 발생한다. 혹자는 이러한 행정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교육행정 담당자들을 질책하기도 하지만, 인구 이동이 워낙 빠르고 규모가 커 적절한 대처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보면 인구가 늘지 않고 오히려 줄 것이라는 인구예측 통계에 비추어 볼 때 현재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학교를 계속 신축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효율성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이러한 제한된 여건 속에서 최선의 학교 배정 방법을 찾기 위해 순천교육지원청에서는 2006년부터 ‘순천시 중학교 무시험 배정 협의회’를 구성해, 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가능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학교 배정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매년 수차례의 시뮬레이션을 거쳐 제일 나은 방법으로 공정하게 학교 배정을 하고 있음에도, 이에 불만을 표시하는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학군 배정 협의회 구성을 제안하고 10년 넘게 중학교 학군 배정 업무에 관여해온 필자의 입장에서 신대지구 중학교 신설을 환영하면서 우려되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인구 과밀 지역에 교육 수요를 제공해 민원을 해결하는 것은 당연하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민원 해소에 급급해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의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2005년 단체 민원 해결을 위해 배정 번복을 함으로써 흔들리기 시작한 뒤 매년 반복되는 민원을 막기 위해 신도심 중학교의 학급 수를 늘리고 학급당 인원수를 늘려온 결과가 어떠한가? 이미 지어진 제한된 시설에서 학급 수를 늘려가니 특별활동 교실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아도 여유가 없는 운동장, 급식실은 수용 인원을 초과해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또한, 매년 민원을 없애기 위해 수요를 맞추다 보니 같은 학교에서도 학년 간 학급 수가 차이가 나 과목별 교사 배치 등 학사운영이 어려운 학교도 있다.

그 피해는 누가 보는가? 결국, 집 가까이 배정을 고집했던 신도심 지역의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러한 부메랑 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서 본인이 원하지 않은 학교에 배정되는 경우에도 수용하는, 학부모의 성숙한 의식과 지역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

다핵화해가는 순천의 정주 공간(신대, 운곡, 오천, 가곡, 매곡 재개발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학군 배정에 대한 전 시민적인 동의의 공감대가 더욱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아울러 근본적으로 도시 개발 기획 단계에서부터 교육 수요를 고려한 인허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추진해온 원도심 지역 학교의 교육환경 개선사업을 더욱 획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분적인 통학버스 조정을 넘어 순천시가 운영하는 학교만을 오가는 전용 셔틀버스 도입도 전국 최초로 파격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는 점을 제언하고 싶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