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일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조합 연수단은 프랑스 랭스를 거쳐 벨기에의 바스토뉴 지방에 있는 들소 농장(Ferme des bisons)을 방문하였습니다. 미국에서 들여 온 버팔로(들소)를 사육하여 독창적인 브랜드를 확보함으로써 농촌체험관광에 성공한 이색적인 농장이었습니다. 조그마한 농장에서 기르고 있는 300여마리의 버팔로를 보기위해 연간 1만4000여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었으며 인디언 축제와 같은 이벤트로 관광농업을 활성화시키고 있었습니다.

네덜란드의 유기질비료 공장을 거쳐 연수단은 독일의 뤼딩하우젠에서 이틀을 머물렀는데 그 지역 양돈조합에서 추천한 축산농가에서 민박을 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의 농촌 대부분은 농가 바로 옆에 축사가 붙어 있었는데 이것은 그들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었지요. 그도 그럴 것이 독일의 농민에게 복합영농은 수백여년에 걸쳐 내려 온 영농방식이었으며 경종농업과 축산을 연결하는 ‘순환’이 자연스럽게 정착되어 있었습니다. 잘 정비된 농가와 축사, 아름다운 풍광에 언제나 빠지지 않는 것은 축산분뇨의 냄새였지만 드넓은 초지와 농경지 그리고 집중호우가 없는 적당량의 강수량 등이 축산과 경종농의 ‘자원순환’을 이어주는 천혜의 조건이 되었던 것입니다.

유럽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역사 때문이기도 하지만 농지에 대한 정책도 시사하는 바가 많았습니다. 저는 일종의 토지공개념 정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습니다. 독일에서는 농지에 한해서는 자녀 중 1자녀 상속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즉, 가족농으로서의 존립에 필요한 경영규모를 유지시킴으로써 소득보장이 가능하도록 장남이나 차남, 딸이냐에 상관없이 한 자녀에게만 농지를 유산으로 물려주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이 정책은 법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었습니다. 상속에 의해 농지가 잘게 쪼개지는 현상이 없도록 함으로써 자녀 중 농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대략 8만평~12만평 정도의 농지를 유산으로 받아 대를 이어 농업에 종사하게 함으로써 가족농이 농업의 근간이 되도록 토지정책을 펴고 있었습니다. 한국과 비교할 때 너무도 다른 문화와 정책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인들의 땅에 대한 집착과 잘못된 농지정책은 이제 가족농이 설 자리 없는 농촌을 만들어 버렸고 기업농외에는 기껏해야 소농과 소작농뿐인 암울한 한국의 농촌현실이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였습니다.

우리가 이틀동안 머물렀던 뤼딩하우젠은 독일의 대표적인 슬로우시티이기도 합니다.

슬로우시티의 주요 지향점은 철저한 생태주의,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 천천히 만들어진 슬로우푸드 농법, 지역특산품과 공예품 지킴이, 지역민이 중심이 되는 정직한 진정성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슬로우시티에서는 냉동식품과 가공식품을 팔지 않고 청량음료와 방부제나 색소가 첨가된 과자류 등을 팔지 않으며 식품점과 식당에서는 전통식품과 전통음식만을 팔아야 합니다.

이러한 원칙과 지향점들이 잘 지켜지고 유지되는 뤼딩하우젠에서 우리 연수단은 농업과 환경, 그리고 인간과의 조화를 고민하게 되었고 마음을 내려놓고 천천히 걷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뤼딩하우젠 중앙을 에워싸고 있는 자전거길을 세 시간 여에 걸쳐 자전거로 달리며 받은 감동과 느낌은 슬로우시티의 의미를 마음에 새기는 과정 그 자체였습니다.

독일이 보여준 합리성과 검소함을 느끼며 우리 연수단은 한국농업의 미래를 위해 더 힘껏 자전거의 페달을 밟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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