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사랑어린학교’ 4, 5, 6학년 아이들이 관옥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마음공부 시간에 나눈 이야기를 채록하여 부분 정리한 것입니다.


 눈으로 먹고 귀로 먹고, 좋은 걸 잘 먹자?

사람은 화 날 때가 있어. 그지? 화 안 나면 사람이 아니지. 화가 안 난다는 얘긴 죽었다는 얘긴데, 그지? 화날 땐 화가 나야 해. 나는 너희가 화 안 내는 사람이 아니라 화를 잘 내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아무렇게나 내지 말고 아주 잘. 어떻게 하면 화를 아주 잘 낼 수 있을까? 남을 다치거나 나를 다치지 않고. 화는 속에서 나오는 건데 그거를 바보같이 내니까 나도 다치고 남도 다치고 그래. 화를 잘 내는 법을 배우는 것이 마음공부야. 마음공부란 마음을 잘 먹이는 것이다. 살아있으니까 마음도 뭘 먹어야지, 그지? 몸의 양식은 입으로 먹지만, 마음의 양식은 입으로 먹는 게 아니고 눈, 귀로 먹어요. 무슨 말일까?

너희, 맹자 엄마가 어린 맹자를 데리고 세 번 이사했다는 얘기 알아? 중국에 맹자라고 하는 아주 훌륭한 선생님이 계셨어. 맹자가 태어났는데 엄마는 이 아이가 공부를 많이 해서 아주 훌륭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엄마 마음이야. 엄마는 이 아이가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높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그것도 아니고 정말 제대로 학문을 많이 한, 공부를 많이 한 그런 학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아빠가 일찍 돌아가셨어. 그래서 엄마 혼자서 아이를 길러야 해. 어디 가서 살게 됐냐 하니까 시장 바닥에 가서 살았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막 사람들 모여들어서 사시오, 사구려, 막 그러고 있는 시장 바닥이야. 거기서 살아야 해. 엄마는 시장에서 일하고 아이는 시장 바닥에서 놀잖아. 그런데 맹자가 어떻게 노는가 봤더니 ‘싸구려, 싸구려, 이리 오시오’ 막 그러면서 노는 거야. 왜 그랬을까? (배워서) 시장에서 맨날 그런 거 보잖아! 어른들이 그런 거 하는 거 보잖아, 그지? 뭐로 봐? 눈으로. 귀로 듣지. 그지? 그러니까 놀기를 장사하는 시늉을 하면서 논단 말이야.

만약에 맹자 엄마가, 맹자가 ‘훌륭한 장사꾼이 됐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다면 거기서 자라면 장사 잘하는 사람이 되었겠지. 그런데 맹자 엄마는 장사꾼으로 기르고 싶지 않았어. 여기다가 놨다가는 얘는 장사꾼은 될지 몰라도 학자는 안 되겠구나, 그런 거야. 왜? 그걸 맨날 먹잖아. 뭐로 먹어? 눈으로, 귀로. 그걸 마음의 양식이라는 거야. 맨날 보는 거 똑같이 하는 거야. 진짜 그래. 내가 매일 보는 거 그걸 내가 닮게 돼 있어. 그렇게 하게 돼 있어. 그것밖에 모르니까.

그래서 맹자 엄마가 안 되겠다, 좀 조용한 데 가서 이 아일 길러야겠다, 여긴 시끄럽고 아이는 장사하는 것만 배울라, 안 되겠다 싶어서 이사하였대. 조용한 데로 이사했어. 하필이면 간 데가 어디냐 하니까 공동묘지 앞이야. 묘지 앞. 쭉 있다가 맹자가 어떻게 노는가 봤더니, 어이 어이 하면서 우는 흉내를 낸단 말이야. 왜 그랬을까? 묘지니까 맨날 사람들이 거기 와서 어이 어이하고 우는 곳이란 말이야.

그래서 엄마가 아이고 안 되겠다 여기다 놨다가는 아이 망치겠다, 그래서 그다음에 간 데가 어디냐 하니까 아주 큰 서당, 요즘 말로 하면 학교, 학교 옆 동네로 이사했대. 그러니까 아이가 놀기를 책을 보는 시늉을 하면서 놀더래. 왜? 맨날 봤으니까. 그래서 아무거나 먹으면 안 되는 것처럼 아무거나 보면 안 돼. 골라서 봐야 해.

 아무거나 들으면 안 돼. 그런데 어린 맹자는 그런 걸 모르잖아. 그지? 그러니까 엄마가 맹자를 데리고 이사를 한 거야. 너희도 마찬가지야. 아직 어렸을 때는 뭐가 뭔지 잘 몰라. 그러니까 어른들이 좋은 거 골라서 보여줘야 하는 거야. 그래서 마음공부를 잘해서 훌륭한 사람, 세상에서 훌륭한 사람을 보면 그 사람보다 그 사람 엄마가 더 훌륭하다, 그런 얘기가 나오는 거야.
좋은 음식을 잘 골라서 이렇게 잘 먹고 잘 소화해서 양분을 섭취하고 쓰레기는 버려라. 똥을 잘 싸야 건강하다. 마음먹는 것도 마찬가지야, 눈으로 먹고 귀로 먹고. 좋은 걸 잘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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