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순천소방서 소방관

달력을 더듬어 보니 어느새 지천명을 넘어버렸다. 지금까지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가를 되돌아볼 나이가 되어 버렸다. 불어난 뱃살과 몸무게는 어찌할꼬? 이것이 나이인가?

나이 50을 지천명이라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세상에 현혹되지 않는 불혹(40)을 넘어 하늘의 뜻을 안다는, 그래서 정신적으로 완성되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현재는 그저 나이가 조금 더 든 젊은이가 50대이다.

하는 일이 많아 건강관리를 소홀했다고는 하나, 필자가 6년째 꾸준히 이어온 운동이 자전거 타기이다. 몸무게가 세 자리까지 올라가면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쌀 한 가마 정도이다. 거의 매일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것으로 목덜미에 땀이 맺히도록 운동한다. 그런데도 불안하다.

20kg이 넘는 장비를 온몸에 두르고 10층을 오르내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자신이 없다. 아마 과거의 30대처럼 행동을 하면 십중팔구 병원으로 실려 갈 것이다. 그렇지만 어떡할 것인가? 해야만 하는데.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생각하는 자체만으로 힘들다.

필자가 속해 있는 소방관서의 업무는 처음 직업으로 시작했을 때인, 1990년대와 비교하면 기하급수적으로 업무량이 증가했다. 단순히 화재진압과 응급환자 이송에서 출발하여 벌집 제거를 포함한 각종 생활민원을 포함하는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업무량은 늘었는데도 체감할 수 있는 소방공무원의 숫자는 늘지 않아 힘든 상태이다.

근무지에 체력단련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운동기구가 비치되어 있어 틈틈이 부족한 운동량을 채울 수 있다. 그렇지만 각 개인이 선호하는 모든 운동기구를 비치하지는 못하여 기본적인 운동기구만 있어 적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필자의 경우 몇 년째 자전거를 통하여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경우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장점이 있는 친환경적인 요소가 강해 체력이 감당하는 한 계속할 예정이다.

정신적으로는 성숙하였지만, 신체의 변화에 따른 약점은 운동하여도 극복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증가하는 업무량에 반해 체력은 약해져 가는데 소방공무원의 조직 구조는 그대로 있어 자칫 시민의 안전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항상 불안해한다. 현재까지는 그래도 2~30대의 젊은 세대와 비교해서 현장 활동 업무를 처리할 때 체력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수년간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견딜 수 있지만, 지금으로부터 시간이 더 흐른다면 이때는 감당하기 힘들다.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들어 심한 육체 활동을 못 하는 것이지만 크게 보아서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업무를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소방공무원의 정원이 확대되지 않고 지금과 같은 상태로 유지된다면 소방공무원 전체가 고령화되어 간다는 것이며, 이는 곧 현장활동을 하는 소방공무원들의 체력 저하로 맡은 바 임무를 다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단순한 직업으로 선택하였고, 받는 급여만큼 업무를 한다고 생각하면 그뿐일 것이다. 앞에서 열거한 내용은 그저 기우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현장 활동에 임하는 소방공무원의 고령화가 가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생명의 위험을 받는 급박한 상황이 닥쳐 구조를 요청하였는데, 나보다 더 늙고 힘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구조대원으로 왔다.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에이. 설마 그러겠어.’ 이렇게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몇 년의 시간이 가지 않아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필자는 지금도 불안하고 두렵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신체의 변화에 운동을 통하여 저항하고 있지만, 조만간 이 저항이 무기력하게 될 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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