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종삼
순천시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호이징가는 축제를 가리켜 “인간의 유희적 본성이 문화적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 민족은 고대시대부터 축제를 통해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고 정체성을 형성해왔다. 그러나 유교의 영향과 고난의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유희를 금기시한 사회적 분위기 탓에 언제부턴가 축제는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그 의미도 변질돼 갔다.

위축된 축제문화의 변화는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본격화된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 관광산업발전을 위해 축제활성화정책이 시행되면서 전국각지에서 지역적 특색을 갖춘 다양한 축제들이 등장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1,000여 개가 넘는 축제가 개최되고 있으며, 순천에서도 공식적으로 연간 25개의 축제가 치러진다. 해마다 10만 개가 넘는 축제가 열린다는 프랑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도 축제가 지닌 가치와 매력에 눈뜨기 시작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관 주도의 축제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몇몇 축제는 부작용을 넘어 무용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짧은 역사를 가진 관 주도 축제의 문제점은 주체가 되어야 할 주민이 행사에 반강제적으로 동원되는 객체로 전락하면서 대부분 야기된다. 가시적인 방문객 수나 수치로 환산되는 경제적 효과를 기준으로 성패가 결정되는 순간부터 지역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고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재창조한다는 축제의 본질과 가치는 사라지고, 상업적인 이벤트로 변질된다.

지난 6월 16일 순천시청 대회의실에서는 순천 시민의 날과 팔마문화제의 방향성에 대한 토론회가 있었다. 전문가 발제를 시작으로 패널 토론 및 시민 의견 청취 순으로 진행된 이 날 토론회에서는 그동안 때가 되면 관례로 개최된 두 축제의 발전적 변화를 바라는 몇 가지 방안이 도출됐다.

먼저 ‘시민의 날’은 필수적인 행사 위주로 축소하되 ‘팔마문화제’를 순천을 대표하는 ‘시민 주도형 문화예술축제’로 승화시키자는 안건이 제시됐다. 80년대 문화행사가 부족했던 시절 시혜적 성격의 위안잔치에서 출발한 시민의 날이 시의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팔마문화제도 청렴에 국한된 관 주도형을 넘어 청렴한 공직자의 정신이 백성에 대한 사랑에 기반을 둔 배려와 나눔의 정신이었음을 강조하고, 시민 아티스트와 전문 예술가들이 자신의 재능을 통해 문화로 나누고 예술로 베푸는 문화예술축제로 승화시키자는 의견이었다. 특히 축제를 주민이 주도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시민문화기획자 학교’를 운영하고, 팔마의 유래에서 착안해 시민 7명과 예술가 1명이 한 그룹을 만들어 예술로 봉사하는 다양한 주민예술동호회를 육성하자는 실천방안도 이어졌다.

한편, 당장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 역시 확인됐다. 무엇보다 스토리의 중요성 및 킬러 콘텐츠의 개발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구체화할 체계적인 교육이나 인력양성 프로그램이 수반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토론회 진행에서도, 참석한 시민의 열기에 비해 준비된 시간이 좀 짧았다는 느낌이다. 시민의 의견 개진이 계속 이어질 분위기였는데 시간 관계상 토론회가 종료되는 모습을 보면서 향후엔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활용한 인터넷방송 중계를 고려해봤으면 싶다. 인터넷 방송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관심 있는 시민 누구나 시청이 가능할뿐더러 발제자나 토론자가 자리를 비우더라도 사회자가 채팅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의견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행된다면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과 신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 수집에도 유익할 것이다.

이번 토론회의 성과로, 시민주도형 축제로 전환하자는 공감대를 이룬 점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행정당국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을 꼽고 싶다. 무엇보다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20번이 넘도록 문화예술인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미리 수렴했다는 점에서 변화될 시민의 날과 팔마문화제를 기대해 봐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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