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귀촌 마을인 우리 화수목 마을과 원래 형성되었던 기존 마을인 마륜 마을 주민이 같이 모여 교류도 하고 친목을 다지는 행사 명칭이 ‘밥 한번 먹읍시다’ 이다.

우리 마을은 최초에는 마륜 마을에 속해 있었으나 가구 수가 37가구에 이르고 작년에 화수목 전원주택조합이 정식으로 준공 인가를 받음에 따라 별도의 행정리로 분리되었다. 같이 살다가 분가한 큰집, 작은집인 셈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 마을 주민이 모여 정담도 나누고 식사하면서 술도 한 잔씩 권하는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100여 명이 넘는 두 마을 주민이 모여 마을 회관이 부족해 마당까지 상을 펴 식사를 했지만, 누구 하나 불평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침 시장님도 방문하셔서 귀농·귀촌에 대해 덕담을 주고받는 등 ‘밥 한번 먹읍시다’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마을 형성 초기에는 서로 서먹했던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제 남자들끼리 형, 동생도 생기고 여자분들은 언니, 동생 하면서 정겨운 마을 공동체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귀농·귀촌 시 겪는 애로사항 중의 하나가 원주민과의 갈등이라는, 많은 사람의 경험담에 비추어 볼 때 ‘밥 한번 먹읍시다’ 행사가 귀촌 마을과 원 마을 간의 화합, 더 나아가 기존 마을에 이주한 귀농·귀촌 세대의 무난한 정착에 좋은 본보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공적인 귀농·귀촌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기존 마을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귀촌 생활 6년을 지내면서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것이 농촌 마을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고령화의 끝은, 더는 사람들이 살지 않은 공동화이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리(里) 단위 행정구역 중 20가구 미만이 사는 곳이 2005년에는 2,048개소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3,091개소로 불과 5년 만에 1,000여 개소 넘게 증가한 셈이다.

이미 농·어촌지역에서는 마을 공동화가 급속히 진행 중이다.

실제로 우리 상사면의 경우 25개 행정리 중 3개 리가 20가구 미만이며, 도시 접근성이 떨어지는 인근 송광면은 9개소, 외서면은 4개소로 공동화 정도가 더 심각한 상태이다.

주민등록상 등록이 되어 있는데도, 실제 거주하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면 실제 거주 기준으로 판단한 공동화 마을은 더욱 늘어나리라 판단된다.

2040년에는 국토 61%가 무인지역이 될 것이라는 국토연구원의 전망이 현실로 다가온 느낌이다. 폐허로 변한 빈집이 즐비한 농촌을 예고하는 암울한 전망이다.

전국적으로 농사를 짓지 않는 폐경지가 늘어나고 수로와 농로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져 주택의 유지관리도 소홀해지면서 정주지로서의 공간이 위협받고 있다.

고령화 및 공동화에 따라 1단계 주요 산업의 축소·철수·전출, 2단계 취업 기회 제한으로 젊은 층 인구 유출, 3단계 고령화 심화와 인구 감소로 교육·의료·교통·상업 등 생활기반이 붕괴하고 결국은 지방 자치 단체 공동화 또는 소멸단계로 진행된다는 극단적인 전망이 결코 가정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령화에 따른 농촌 공동화 현상의 원인이 구조적인 저출산 추세와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문제이지만,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좀 더 복합적인 접근방법과 상당한 시일이 필요한 만큼 귀농·귀촌의 활성화가 농촌 공동화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우리 화수목 마을은 2006년 전국 최초로 귀촌 개념을 도입한 마을 조합 공모 사업 제1호로 선정돼 조성된 마을이다.

따라서 전국에서 많은 지자체 담당자들과 또한 개인들이 마을을 방문하기 때문에
안내도 해야 하고 귀촌 생활에 관한 궁금한 점들에 대해 일일이 답해야 하는 피곤함이 있으나 가능한 한 내색하지 않고 온 정성을 다해 응대하고 있다.

6년 전,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시작했던 귀촌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셨던 동네 이웃분들께 감사드리고 나도 귀촌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조그만 도움이라도 드리는 것이 나에게 도움을 주셨던 분들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상영 (상사면 화수목리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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