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떡, 개살구, 개철쭉, 개복숭아, 개꿈, 개수작에 붙은 접두사 ‘개’ - 쓸모없거나 헛된 일을 뜻한다.
언제부터인가 다수의 명사 동사를 가리지 않고 개를 붙여서 사용하고 있다. 개가 붙으면 그 의미가 커지거나 과장되게 들린다. 다소 거북한 어감의 ‘개’ 대신 또 하나의 접두사 ‘꿀’이 있다.
그 외에 비슷한 느낌의 신조어들 – 꿀, 핵, 갓, 깨, 허니를 재미 앞에 붙이면 꿀잼, 핵꿀잼, 갓꿀잼 등등 어른들이 채 익숙해지기도 전에 새로운 표현들이 쏟아진다. 아이들의 신조어 속도를 따라가기는 쉽지 않지만 그들의 꿀잼을 따라가 본다.
청소년들의 놀이에는 모방심리가 작용한다.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보는 성인들의 놀이문화를 동경하고 따라 하고 싶어 한다. 아이들의 놀이는 규모는 다르지만, 성인들의 흔적과 비슷하다.
❤ 그들의 주말 놀이코스
P.C방에서 1차 모임(2,000원) - 무한리필에서 삼겹살 먹기(10,000원) - 코인노래방(2,000원)
이런 코스는 한 달에 한 번 할 수 있는 거한 놀이이다.
그렇다면 적은 돈으로 평일에 할 수 있는 놀이는 무엇이 있을까?
❤ 평일 놀이코스
P,C방은 한 시간에 천 원이고 어떤 곳은 슬러시를 무한으로 제공 해준다. 그다음 코인 노래방이 있다. 코인노래방은 천 원에 세 곡을 부를 수 있다. 조금 멀리 걸으면 천 원에 네 곡을 부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인형 뽑기 방이 있다. 인형 뽑기가 인기를 끌면서 노래방 안에 인형 뽑기 기계를 들여놓은 곳도 있다. 어떤 오락실에는 게임기, 노래방, 인형 뽑기 기계까지 그들 말로 멀티태스킹이라고 한다.
❤ 천원의 꿀잼을 찾아
청소년들은 언제 놀이시설에 갈까요? 당연히 시험 끝난 후, 체육대회 후, 방학식 후, 그리고 깜짝 이벤트 단축 수업 후에 주로 간다. 돈이 부족하거나 짧은 시간에 들릴 수 있는 곳은 코인 노래방이다. 넷이 모이면 천 원으로 한 시간을 놀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 꿀잼의 뒤끝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락의 후기는 ‘찜찜하다, 돈이 아깝다, 숙제가 밀렸다’라며 빠진 학원수업의 보충 그리고 사라진 용돈에 때문에 허탈함을 말한다. 노는 것마저 편하게 놀지 못하는가 보다. 지친 청춘들이 작은 성취감을 느끼는 통로, 작은 노래방에서 질러대는 고함이 허탈함이 아니라 통쾌함이 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 몫은 어른들의 시선일 것이다.
코인 노래방에서 만난 수현이와 영주는 중학교 3학년이다. 학원수업 후 집에 가는 길에 이곳에 들렸다고 한다. 동전교환기와 시설 이용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 같이 노래도 불렀지만, 얼굴은 모자이크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곳이 금지구역도 아니고 노래 부르는 일이 비행도 아닌데 알려지면 안 되는 낯선 두려움은 무엇일까? 그곳이 건전하지 않다고 규정하는 시선은 그저 시선일 뿐 대안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편견으로 나누지 않고 그대로 보아주면 될 일이다. 함께 느끼면 ‘꿀잼’이고 느끼지 못하면 ‘노잼’ 이 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