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에 멧돼지가 나타나 큰 소동이 벌어졌다는 뉴스를 가끔 접한다. 멧돼지가 도심에 출현하는 이유로는, 번식기 때문이거나 서식지가 부족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일 수 있는데, 환절기에 주로 나타나지만 정확한 주기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야간에 자가용을 운전하여 이동하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서 멧돼지가 튀어나오면 어떻게 할까?

새벽 4시!

“구조 구급 출동, 00고속도로 상행 교통사고”

필자의 경험으로 한밤의 고속도로 교통사고는 대부분 끔찍한 결과를 낳는 대형사고일 확률이 높다. 그 이유로는, 운전자의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 과속 운전 등으로 추정된다.

출동하는 소방공무원에게는 긴박한 상황을 예감하고 보다 신속하게 행동해야 하며 단순한 교통사고에 119구급대만 출동하면 된다고 하겠지만, 고속도로에서는 더욱더 많은 소방차량이 출동해야 한다. 사고현장을 지나쳐가는 각종 차량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를 통행하는 차량의 속도는 최소 100Km 이상으로 멈춰 서있는 상태에서 보면, 순식간에 뒤에서부터 다가와서 앞으로 사라진다. 만약 작업하고 있는 우리를 향해서 온다면 피할 여유도 없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사고현장에는 최소한 고속도로순찰대, 경찰, 소방 등 3개의 기관에서 가용한 모든 차량과 인원이 출동하고, 필요하면 견인차 등이 동원되며, 야간에는 2차 사고의 위험이 높으므로 더 많은 차량과 인원이 요구된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전방에 사고현장이 보인다. 각 차량에 있는 경광등을 모두 다 켜고, 사이렌 볼륨을 더 높이고 사고현장 뒤에 차량을 위치한다. 같이 도착한 경찰과 고속도로순찰대 모두 사고 현장 뒤에 차량을 위치하고 신호봉을 통해 차량을 서행시키고 우회시킨다. 구조구급활동에 들어가는 소방공무원의 안전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활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고현장에 서 2차 추돌사고가 발생하여 작업 중인 소방공무원이 다치는 사례가 많아 더욱더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구조구급활동 현장에 대한 안전을 확보한 이후 자세한 현장을 확인한다. 전방에 차량 1대가 중앙분리대를 추돌하여 멈춰 서있고, 운전자로 추정되는 사람은 갓길에 나와 있었다. 특이한 점은 도로 중앙에 있던 물체로 다가가니 멧돼지 2마리이다.

시간이 흘러 정확한 교통사고에 대한 내용을 전해 들었다. 짐작한 바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튀어나온 멧돼지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차량은 반파되어 폐차하기로 하였다고 하는데 다행히도 운전자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평소보다 감속했고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도 하지 않았으며 안전띠를 맨 상태에서 에어백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고속도로 중앙에 있던 멧돼지 사체와 차량 파편들을 모두 치운 후 사고 차량을 견인 조치하고 통행에 지장이 없도록 한 뒤 출동했던 모든 차량이 각각 자신들의 근무지로 향했다.

고속도로라고 하여 야생동물이 출몰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사람들은 고속도로를 편리하게 이용하지만, 야생동물들은 불편하다. 언제 어디서든지 야생동물은 출몰할 수 있기에 전방주시를 잘해야 한다. 특히, 비교적 덩치가 큰 멧돼지나 고라니, 사슴 등은 차량 자체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으니 더 조심해야 한다.

사고 차량의 운전자가 크게 다치지 않은 이유는 안전띠와 에어백, 감속 운전에 있었음을 독자들도 감지해야 한다. 불가피한 사고에서도 운전자 또는 동승자가 크게 다치지 않는 최상의 방법은 감속 운전, 안전띠 장착, 에어백의 정상 작동에 있음을 꼭 기억하자.

고속도로를 야간에 운전할 때는 평소보다 전방주시를 더 잘해야 하며, 규정 속도 준수와 함께 악천후에는 상황에 맞는 감속 운전에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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