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핀 꿈

죽도봉 정상에 올라 시가지를 바라본다.
만삭된 꽃망울이 툭툭 터지는 소리
부풀어 오른 봄의 향기가 하늘에 가득하고
분홍빛 꽃구름이 온 세상에 수놓아 
꽃과 산과 푸른 하늘이 수평선을 이룬다.

인생의 종점을 두고 쉬고 가는 나그네
지난 세월 허공에 실어날려 버리며 
내 마음에 못다 핀 꿈 내려놓을 때 
세월 따라 하얀 머리 갈대꽃 되었어라.
누군가 뒤에서 속삭이는 소리
잘 사셨다고 수고하셨다고
부푼 꿈을 가득 실은 젊은이의 행진이
줄을 지어 너, 나 없이 앞을 향해 달린다.
뿌리 내린 못다 핀 꿈 피우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쉴 새 없이 달린다고.
 

▲ 최문옥(81세)
순천 YWCA 전 사무총장(1977년~1997년)
79세 때 쓴 글

 

이번주 시인

우리 사회 곳곳에 시인이 산다. 삶이 고달프거나 나이가 들수록 시심이 꿈틀거린다. 학창시절의 꿈이었거나 일생의 목표까지는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그동안의 삶의 자취와 지혜를 한데 모아 한 편의 시로 남기고 싶거나 삶의 굴레 하나하나를 시로 엮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곳에 담아보고자 한다. 이제 누구라도 시인이 될 수 있다. 여기 그 가슴 설레는 장을 펼친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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