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순천소방서 소방관

딜레마의 사전적 의미는 ‘선택해야 할 길은 두 가지 중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상황’으로, 양도논법(兩刀論法), 진퇴양난(進退兩難)이라고도 하는 결정하기 힘든 어려운 상황을 뜻한다.

이에 대한 고전적 사례로 프로타고라스(Protagoras)의 딜레마가 있다. 프로타고라스는 그의 제자 에우아톨로스(Euatholos)에게 변론술을 가르치고 수업료를 요구했다. 그런데 제자가 수업료를 내지 않아, 법정에서 다투게 되었다. 판결에서 이기면 이겼으니 프로타고라스가 수업료를 받아야 하고, 제자가 이기면 변론을 제대로 배운 것이므로 수업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자는 이 논리를 역으로 이용했다. 제자가 이기면 이겼으니 수업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고, 졌으면 변론술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니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위급한 사고를 처리하는 소방공무원의 현장 활동에는 어떠한 딜레마가 존재할까? 얼마 전 뉴스를 통해서 전해졌던 예로 알아보자.

대한민국 소방관의 재치 있는 발차기가 자살 여성을 구했다. 지난 22일 유튜브 이용자 ‘망고’는 ‘아파트 여고생 자살 막는 소방관ㄷㄷ!!’란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국내의 한 아파트 단지. 아찔한 고층 난간 위에 흰색 상의를 입은 여성이 위태롭게 앉아 있는데, 인근 주민의 신고로 119구조대가 출동해 여성을 설득했지만, 여성은 난간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그래서 소방관이 밧줄에 의지해 아래층으로 뛰어내려 여성을 창문 안으로 밀어 넣는다. 아찔한 순간은 고스란히 아파트 이웃 주민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다. (서울신문, “자살시도女 구하는 재치 있는 소방관 발차기”, 2017.04.23.)

소방공무원의 재치로 자살을 시도하는 여성을 가까스로 구했다는 내용이다. 누가 보아도 당연한 일로 생각할 것이다. 해당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위험천만한 상황을 무릅쓰고 여고생을 구한 소방공무원을 ‘영웅’으로 칭할 정도로 소방공무원이 사람을 구했는데 이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생각한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를 포함한 소방공무원들의 생각은 ‘여성 측이 소송을 걸거나 과잉 구조 행동으로 징계를 받을 수 있던 상황’이 될 수 있는 무리한 인명구조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인명 구조 활동에서의 딜레마는 위의 경우와 같이 두 가지 방법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하더라도 좋은 결과가 발생하지 못하는 상황이 예측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소방공무원들이 선택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비록 정당한 업무를 수행하는 자신에게 피해가 예상되더라도 인명이 최우선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공무원들을 평가 절하할 때 보통 쓰는 단어가 ‘복지부동’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의 변화는 법령의 변화보다 한참 빠르게 급변하고 있다. 따라서 법령에서 정하는 범위 내에서만 업무를 처리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이때, 범위를 벗어난 업무를 처리하였을 경우 잘되었을 경우에는 그만이지만, 만약 국가나 시민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사태가 발생하였을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생명의 소중함은 누구라도 알 것이나 처리하는 과정에서 더욱 복잡해지고 고민이 생기게 된다. 잘못되었을 경우 법적인 다툼을 피하고자 인명 구조 활동을 했던 소방공무원의 자비로 합의금을 주거나 소송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동아일보, “소송당할 각오하고 목숨 구합니다”. 2017.05.04.)

인명을 구하는 것을 사명으로 알고 일하는 소방공무원들에게, 인명 구조 활동에서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지를 묻는 딜레마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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