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픔이 다른 사람의 아픔이 되지 않기를, 나와 함께해주겠니?”

세상은 점점 한계에 달하고 있고 나눔과 연대를 통한 가치실현이 필요한 때이다. 여기 사회적 기업을 통해서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가려는 청년 사업가를 소개한다.

‘고루나’가 무슨 뜻이죠?
‘고루나’는 ‘고루고루 나누어 준다’라는 뜻이라고 했다.

“처음에 회사명을 말했을 때 친구들이 자선단체냐고 물었어요. 원래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 반대가 너무 심했어요. 그런데 결국 디자인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19대 대선일, 취재 전부터 바쁜 일정 때문인지 연락이 어렵던 고루나 디자인의 김혜지(27)대표를 광양 중마동의 한 카페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어요?

청년 사업가로서 ‘고루나디자인’의 대표가 되기 전 어떻게 살아왔느냐는 질문에 김혜지 대표는(이하 김 대표) 별거 없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서울에서 디자인회사 1년 잠깐 다니다가 집안 사정으로 고흥 내려와서 군청 기획실 4년, 광주에서 1년 책 만들고 광양에서 1년 조그마한 광고사 다녔어요.”

▲ 청년 사업가로서 고루고루 나누는 데 앞장서는, ‘고루나 디자인’의 김혜지 대표

김 대표의 나이에 견주어 꽤 화려한 이력이다. 고흥군청에서 근무한 점이 특이해 안정적인 공공기관을 왜 그만두었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결했다.

“홍보부서 일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지만, 기관 특유의 경직된 문화나 디자인이 제 이념과는 아주 달랐어요. 그래서 뭐 어떡해요. 꿈 찾아 나왔지.”
 

‘고루나디자인’을 시작한 이유가 있나요?

‘고루나디자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리사이클(재활용)을 통한 광고비 절감 서비스로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광고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고 싶었어요. 다수의 광고사가 소비자들에게 광고비 산정에 대한 기준을 공개할 의무가 없으므로 황당할 정도로 중간이윤을 붙여요. 광고사=사기꾼이라는 인식이 예전부터 깊이 자리 잡고 있잖아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리사이클 광고 제작이에요. 폐업하는 사업체나 고물상을 통해 광고 폐기물을 저희가 사들이고 제작비를 줄여서 그만큼 저렴하게 광고가 필요한 소비자들에게 광고물을 제공하는 거죠. 더 깊게 들어가면 저와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을 돕고 함께하고 싶었어요. 디자인을 배우고 싶은 청년이 있다면 공간을 만들어 주고, 나는 돈을 별로 벌지 못하더라도 그들이 자신의 디자인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디자인을 포기하지 않게 했어요.”

그런데 그런 시스템을 만들려면 ‘내가 대표가 돼야 가능하겠구나.’ 생각했죠.” 김 대표는 마침 사회적 기업을 운영 중인 지인의 권유로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고 한다. “사회적 기업 처음엔 1도 몰랐어요. 일단 해 보겠다고 결심하고 찾아보니까, 이게 어떻게 보면 국가가 해야 할 일자리 제공이나 복지를 민간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물론 예비 사회적 기업에서 사회적 기업 인증까지 최소 3년에서 5년은 걸리겠지만, 제가 꿈꾸는 최종 단계까지 나아가려면 사회적 기업의 형태가 완벽하다고 생각했죠. 저의 최종목표는 디자이너 에이전시니까요.”

 

결혼 1년 차 여성 대표로서 어려움이나 기억에 남는 일은?

‘고루나디자인’의 운영에 있어 특히 고객들과의 소통에 힘쓴다고 한다. 고객의 생각을 깊이 알고 있어야 어울리는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하는 김 대표에게 젊은 여성 대표로서 주변의 편견이나 어려움은 없는지,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는 어떤 일이 있는지 물었다.

“제가 아직 많은 분의 사연을 공감하기엔 연륜이 부족하다 보니 최대한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순천 웃장 2층 푸른터 상인회 작업이 기억이 남아요. 이번에 청년들이 새롭게 창업한 곳이에요. 대부분 비슷한 또래에 나이도 어린 친구들이 무슨 돈이 있겠어요. 재료비 수준에 간판 해주고, 인건비도 안 나와서 제가 직접 사다리 타고 시공했어요. 같이 페인트칠도 하고. 중고로 사 온 의자며 테이블을 씻는 거 도와주고 청소하면서 공간을 완성했죠. 웃장 친구들 대부분 누가 누가 짠하나 내기해도 쉽게 승부가 안 날 만큼 열심히 달리고 있는 청춘들이에요. 다들 잘됐으면 좋겠어요.”

또한, 김 대표는 결혼 1년 차의 신혼이다. 그래서 매일 늦게까지 일하면서 보수도 잘 챙기지 않는 자신에게 남편의 불만은 없느냐고 물었다.

“불만이 없을 순 없지만, 뒤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동갑내기 남편 덕에 더 열심히 일 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김 대표는 가슴 아픈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광고업의 보편적인 상황이 장년의 남성들이 많이 종사하고 있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실제로 주변 지역도 그렇죠.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의 여자인 저에게 고운 시선만을 주시는 건 아닙니다. 심하면 아주 무시하는 분들도 많고요. 슬프지만 이런 게 익숙해요.”
 

힘겨운 청년들에게 한마디?

마지막으로 힘겨운 청년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해 보았다.

“제가 뭐라고 한마디씩이나. 뭐 워낙 살기 팍팍하니까 다들 하고 싶은 일 포기하고 공무원이나 대기업 쫓아가는 것은 알겠어요. 경제가 이래서, 상황이 이래서 다른 일은 먹고살기 힘들다. 누가 좀 도와줬으면 하는 거죠. 그런데 누가 도와주길 원한다면 자신이 직접 해보는 것도 괜찮아요. 도와줄 사람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스스로 자신을 도와야 해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안 된다며 포기하지 말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사서 걱정하지 말고. 절대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주변에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같이 해보자고 말 걸어보세요. 저도 예비 사회적 기업, 사회적 기업 인증까지 포기 안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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