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 변 순천교 밑에서 철조망에 걸린 비둘기를 구하다

2017년 5월 25일 목요일 21:30, 119 상황실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네, 119 상황실입니다. 말씀하십시오. 무슨 일이십니까?”

“여기, 동천 변인데요. 비둘기 좀 살려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위치가 어디인지 좀 더 자세히 좀 말씀해주십시오.”

“네, 저는 동천 변 순천교 밑을 산책 중인 시민인데요.”

“지금 여기, 비둘기 한 마리가 철조망에 걸려 계속 퍼덕거리고 있어요.”

“빨리 좀 오셔서, 비둘기 좀 구해주세요.”

이런 전화가 119에 걸려 오면 소방관이 즉각 출동해야 할까? 아니면, 사람이 아닌 그냥 새 한 마리이니까 출동을 안 해도 될까?

이럴 때, 소방관은 출동 여부를 두고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게 되는, 이른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소방관은 전화가 걸려 오면, 대부분 즉각 출동해 왔다.

“우리 집에 뱀이 나타났어요. 무서워요. 좀 잡아주세요.”

“벌이 웽웽거려요. 무서워요. 좀 잡아주세요.”

“여기, 고양이 한 마리가 틈에 끼어 있어요. 좀 꺼내주세요.”

그 어떤 경우라도 시민의 전화를 받은 119안전센터는 즉각 출동하여 시민의 민원을 해결하는 데 온 정성을 다한다.

그래서인지 어린이들 장래 희망 중에는 소방관이 다수를 차지하는지도 모른다.

이날도 전화를 받은 119상황실이, 민원인이 요구한 현장에서 가까운 저전119안전센터에 출동 지령을 내렸다.

순천시 풍덕동 동천 산책로 순천교 밑, 동천을 산책하던 시민이 119에 전화를 걸었던 현장에 도착한 저전119안전센터 신좌균 팀장 등 2명은 재빨리 사다리를 펴 순천교 밑 비둘기가 매달려 퍼덕거리는 장소로 올라가 비둘기 상태를 확인했다.
 

▲ 즉각 출동한 소방관이 순천교 밑 비둘기가 매달린 곳으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데 산책 중이던 시민이 휴대전화 조명으로 밝게 비추며 소방관을 함께 돕고 있다.


이때 동천 산책을 하던 시민 서너 명이 사다리를 잡아주고 개인 휴대전화 조명을 켜 밝게 비춰주는 등 시민과 119안전센터 출동 팀이 힘을 합쳐 비둘기 구하기에 지혜와 정성을 모았다.
실에 양쪽 발가락이 꽁꽁 묶인 채로 철조망에 걸려 퍼덕거리던 비둘기를 살려 날려 보내기까지 119대원과 현장을 지켜보던 시민 모두 한 마음이 되어 긴장 속에 비둘기가 안전하게 구출되기만을 바랐다.

철조망에서 비둘기를 떼어낸 신좌균 팀장 등 두 명의 소방대원은, 철조망에 올무처럼 걸려 퍼덕거리기만 할 뿐 날지 못했던 비둘기의 양발에 칭칭 감긴 실 한 가닥 한 가닥을 발가락에서 풀어내 30여 분 정성을 들인 끝에 비둘기를 살려냈다.

순간, 현장에서 산책하던 시민 모두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 현장에 출동한 저전119안전센터 신좌균 팀장이 비둘기 상태를 확인하며 발가락에 묶인 실을 한 가닥씩 풀고 있다.

현장을 지나던 한 시민은, 영화 ‘쉰들러 리스트’ 얘기를 하면서, “비둘기도 비록 날짐승이지만, 한 생명인데, 쉰들러가 했던 말이 생각나 감동했다.”라며 감동을 자아내는 소감과 함께 “즉각 출동해서 비둘기를 구한 소방관들의 노고에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라고 했다.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은, 온 세상을 구하는 것.’이라고 했던 쉰들러의 그 감동적인 대사가 생각나는 이 날의 경험은, 비록 비둘기 한 마리를 구한 것이지만, 평화의 상징 비둘기를 구한 그 날의 생생한 현장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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