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계수
    달나무농장 대표

문재인 대통령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 보름이 되어 간다. 새 대통령은 정권 인수를 위한 준비 기간이 없는 상태에서 당선된 다음 날 대단히 소박하게 취임식을 치르고 그 직후부터 참신한 인사와 서민적인 생활, 소통과 개방을 위한 노력, 공백 상태였던 외교 라인의 부활, 적폐 청산을 위한 개혁 작업을 시작하는 등 숨 가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그 결과 새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국민이 새 대통령에 대한 뉴스를 즐기고 기다리며, 대통령 자신이 어떤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인기인이 되어가고 있다.

새 대통령에 대한 이러한 관심과 기대에는 이전의 두 보수 정권이 드러낸 무능과 부패에 대한 반사 효과가 얼마간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인기의 배경에는 이전의 어느 대통령도 보여주지 못했던 특별한 요소가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억눌려 있었던 이들, 약하고 낮은 것들에 대해 그가 지속해서 보여주고 있는 관심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단지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그의 몸에 이미 체화된 듯 진실성이 느껴지는 것이어서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이다. 감동을 경험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그나마 기획된 감동만이 값싸게 뒹구는 이 시대에.

새 대통령은 취임 후 사흘째에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했다. 1만여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공기관에서 노동자 대표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을 모두 정규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공항공사 사장이 대통령의 약속을 실행하겠다고 화답하면서 현장을 가슴 벅찬 눈물과 환호로 물들게 했다.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는 후보 시절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나들이가 새 대통령의 첫 번째 외부 일정이었다.

새 대통령은 세월호 선체 조사에서 사람의 유골로 추정되는 뼈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안산의 합동분향소에 한 희생자 어머니가 딸의 운명을 자책하며 올린 글귀에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사건 당시 학생들을 구하려다 희생된 기간제 교사 두 분의 순직 처리를 지시한 후 그중 한 교사의 아버지에게 직접 전화를 해 위로했다.

새 대통령의 두 주간의 행보 중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아마도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의 모습일 것이다. 37년 전 그날 태어난 자신을 보기 위해 완도에서 광주로 올라왔다가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숨진 아버지를 기리는 김소형 씨의 추모사가 끝나자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면서 그를 안아주고는 행사가 끝난 뒤 그 유가족과 함께 아버지 묘소를 참배한 것이다.

새 대통령은 또한 어린아이들에게도 매우 친절한 모양이다. 청와대를 구경하러 온 아이들을 발견하고는 가던 길을 멈추고 차에서 내려 아이들과 인사하는 모습, 초등학교를 방문했다가 아이들의 사인 공세를 받고 일일이 사인을 해주기도 하고, 한 아이가 가방 속에서 사인지를 찾을 때 그 앞에 쪼그려 앉아 기다려주는 모습, 청와대에서 일하는 기술직 직원들을 불러 점심을 함께하는 모습 등에서 많은 국민이 이전 어느 대통령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온기와 위로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세상이 실제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많은 사람이 새로운 나라, 새로운 세상을 실감하며 행복해하고 있다. ‘이것이 나라냐’라는 자괴감에서 ‘이것이 나라다’라는 자부심으로. 그러나 새 정부의 앞날이 절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당장 그동안 권력을 누려왔던 수구 야당이 저항을 예고하고 있고 보수 언론들은 벌써 교묘한 논리로 새 정부의 발목을 잡으려 하고 있다. 또 개혁의 성과를 실감하지 못하는 지지자들의 반발도 예상할 수 있다. 이를 돌파하고 촛불 민심이 원하는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더욱 낮고 작은 것들을 배려하려는 지금까지의 초심으로부터 멀어지지 말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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