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창간호에서 우리는 농업의 핵심 키워드가 왜 식량자급률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지금과 같이 환경과 경제의 롤러코스터와 같은 변화 앞에서 한 국가와 민족의 식량자급률은 그 국가와 민족의 자존뿐만이 아니라 운명도 결정지을 수 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제목 얘기부터 시작하자면, 화순의 복숭아 과수농사를 짓는 한 농민이 자기 자식들에게 했던 말을 제목으로 삼았다.

필자는 89년도부터 돼지를 기르기 시작했고, 96년도부터는 돼지의 분뇨를 유기질비료로 만드는 사업도 시작하게 되어 비료영업 때문에 전국의 여러 농가를 방문하였다. 당시 화순의 한 농가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이미 노년에 들어선 어르신과 소주 한 잔 마시며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다가 그 분이 하신 말씀이다. 도회지에 나가 사는 자식들이 가끔 찾아오는데, 그때마다 당신은 자식들에게 자기 과수원에는 발도 디디지 말라고 한다는 것이다. 말씀을 듣는 순간 멍한 큰 충격과 아픔을 느꼈다.

화학비료와 달리 부피가 크며 투입량도 많은 유기질비료는 과수원 같은 경우 뿌리는데 많은 노동력과 시간, 그리고 땀과 고통을 요구한다. 그래서 대체로 과수농가의 경우 도시로 나간 자식들이 주말이나 연휴 동안 부모를 생각하여 퇴비 뿌리는 작업을 도와주곤 한다. 그래서 인사치레를 겸해 “주말이면 도시로 나간 자식들이 농사일을 많이 도와주느냐”고 여쭈어본 것인데, 대답이 충격 그 자체였다.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느냐고 여쭤본 질문에 대한 답은 더 큰 충격이었다. 어르신은 자식들과 한 가지 신신당부의 약속을 했다고 한다. 주말이나 연휴 때 부모를 보러 자식들이 촌에 오는 것은 고맙고 반가운 일이지만 와서 부모를 도와준답시고 과수원에 들어와 퇴비 뿌리고 가지치기와 같은 작업을 하다보면 복숭아나무와 정이 들게 되고 결국 자식 중에서 아버지의 대를 이어 농사짓는 놈이 나올까봐 그리했다는 것이다.

아! 너무 가슴이 아파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의 일생이 천대받고 멸시받는 농민의 일생이었으며, 자식만큼은 농민으로 살게 하지 않겠다는 말을 들을 때, 나는 한국농업의 절망을 봤으며 대한민국의 절망을 보았던 것이다.

꽤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어르신을 생각할 때면 가슴이 울컥해진다. 오랫동안 내가 만든 퇴비를 써주셨던 그 분의 과수원이 지금 남아있는지도 궁금하지만 정말 어르신의 바람대로 농사는 대물림하지 않으셨는지가 너무 궁금하다. 솔직히 어르신께는 죄송하지만 그 분의 바람과 달리 대를 이어 농사를 짓는 자식이 나왔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그러나 나는 감상과 달리 내 자신이 농업에 종사하는 한 그 농민의 바람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그 어르신의 바람이 잘못된 바람, 결코 이룰 수 없는 바람으로 만드는데 나의 모든 정열과 힘을 쏟을 것이다. 그것이 그 어르신과 내가 농업이란 한 길에서 함께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김선일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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