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순천소방서 소방관

과거 교육에 대한 생각은 미래를 대비하는 과정으로서 주로 학생들을 상대로 학교 교육만을 뜻하였으나, 현대에서는 한 개인의 생애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는 전반적인 교육활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즉, 평생교육은 유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는 평생에 걸쳐 시행되는 정규와 비정규의 모든 교육활동으로서 가정교육, 학교교육, 사회교육을 총체적으로 의미한다.

안전에 관한 교육은 언제부터 시작하고 끝나야 할까?
제도적인 장치를 들여다보자.

유아를 상대로 하는 어린이집 등에서의 안전교육은 무엇이 있을까? 사고에 대비한 대피훈련과 긴급신고(119, 112 등), 교차로의 신호를 지키며, 날카롭거나 인화성이 높은 물건의 안전 사용 등 기초적인 안전교육 위주이다. 배움의 첫 단계로서 습득하는 모든 것을 지키려 하는 일명 ‘도덕 선생님’이다.

초등학교에 진학하면 조금 더 세심한 부분까지 안전교육이 확대된다. 유아의 안전교육은 지도교사에 의한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단계라고 한다면 초등학생의 경우, 더욱 적극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자신의 안전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이웃의 안전까지 고려하게 된다.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문제는 발생한다. 안전에 대한 것보다는 학업 성취도를 더 바라게 되는 사회구조에 따라 등한시하게 된다. 연중 일정 기간 이상 자체적인 훈련과 더불어 소방관서와 함께하는 소방훈련이 있다. 모든 교육기관은 매년 1회 이상 의무적으로 소방훈련을 해야 한다. 이 소방훈련은 학생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인으로서 성장하여 미래의 주역이 되기 위한 목적이다.

교육기관에서 시행하는 소방훈련은, 훈련을 위한 훈련으로 끝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현장에서 근무하며 지켜보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우려가 앞선다. 안전의식 고취라는 고유의 목적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고 훈련 실적 제출만을 위한 훈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노년 세대를 살펴보자. 현대의 풍요로움을 이룩하고 세월의 흔적으로 이제는 기력이 떨어지고 심하면 거동조차 힘든 세대가 바로 이 노년 세대이다. 젊었던 시절에 비해 인지 반응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예를 들어 도로의 횡단보도를 넘어가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필자와 같은 세대만 해도 신호가 종료되기 전에 거의 모든 사람이 도로를 횡단한다. 그렇지만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아마도 절반 정도 지나서 신호등이 점멸되기 시작하고 다 넘기도 전에 빨간 불로 바뀌지 않는가? 이러한 거동이 불편한 노인 세대를 포함하여 자력으로 위기상황을 타개하지 못하는 층을 ‘재난 약자’라 칭하기도 한다.

실버산업이 확대되고 거동이 불편한 노년 세대를 위한 노인요양원 등 보호시설이 전국적으로 확대 설치되고 있다. 이러한 시설에 안전교육은 누구를 상대로 하여야 할까? 당사자인 노년 세대에게 대피훈련과 긴급신고 또는 화재진압 훈련이 포함된 소방훈련을 해야 할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그 누구라도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소방훈련은 당연히 보호시설 관계자들에게 해야 한다. 관계자들은 누구를 위해서 소방훈련을 할까? 자신들이 근무하는 보호시설의 안전과 함께 보호받고 있는 노년 세대를 위해서 할 것이다. 성인 개개인의 안전만을 위한다면 적당히 해도 누가 뭐라 할 사안이 아니라고 하지만, 나의 보호를 받는 타인을 재난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려면 수동적이 아닌 적극적인 자세로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다.

유아기에서 초등학교까지의 안전에 관한 교육은 지도교사에 의한 수동적인 훈련에 가깝지만, 이때 이루어지는 안전교육이 평생을 좌우할 수 있다. 사건·사고가 성인만을 피해서 어린이나 노년 세대에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모든 세대에 걸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 곧 재난(사고)이다. 자연기후에 의한 것도 있으며, 사람의 잘못에 의한 인위적인 사고 모두에서, 모든 사람이 자유로울 수는 없다. 현장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필자의 경우에도 개인적인 활동을 하는 한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의 힘으로 각종 위험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어린이나 노년 세대 등을 ‘사회적 약자’가 아닌 ‘재난 약자’라 한다. 이들이 나의 가족일 수도 있으며, 멀어봐야 이웃 주민일 확률이 가장 높을 것이기 때문에 불의의 사고로 회복할 수 없는 큰 장애를 당하거나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당사자인 우리가 겪어야 할 심적인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이들을 안전하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이기에, 모든 사람이 안전교육을 평생교육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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