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남편이 집에서 자주 폭력을 쓰는데, 중학생인 아들이 제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하고 말았습니다. 남편은 술을 먹으면 더 심해지지만, 술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주 아이들과 저를 때리곤 했어요. 만약 이혼하면 어떻게든 찾아와서 죽여버리겠다고 협박을 합니다. 제가 어딜 도망가서 숨어있든 끝까지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거죠. 남편은 심하게 흥분하면 말리는 아이들에게도 손찌검합니다. 중학교에 다니는 큰애가 며칠 전 경찰에 제 아버지를 신고하고 나니, 남편은 아이를 죽일 듯이 더 괴롭힙니다. 사실 이유 없이 때리는 남편이지만 그래도 애들 아버진데, 아들이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한다는 게 세상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요. 아이를 말려야 할지, 아니면 맞고만 지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럽습니다.


이러면 어떨까요

▲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우선 오랜 세월 동안 남편의 이유 없는 폭력에 시달리면서 여태까지 힘들게 살아오신 어머니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람이 또 한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하는 것은 하늘이 준 인연이라고 하는데, 평생을 같이할 남편이 둘도 없는 폭군이라면 정말 세상 사는 것이 절망스럽게 느껴지실 거예요. 

자신을 때리는 남편의 폭력과 공포에 떨며 그 모습을 보고 자라야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심정은 얼마나 참담하실까요? 게다가 아들이 참다못해 제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으니, 어머니께서 너무나 힘든 상황에 빠지신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아이 또한 그동안 얼마나 두려웠고 힘들었을까요? 그 미칠 듯한 공포와 두려움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아마 상상도 못 할 만큼 엄청날 테지요. 그리고 그 아픔과 상처는 오랫동안 잊히기 힘든 것일 겁니다.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아드님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픔이 더 고통스럽게 느껴질 것입니다. 한창 밝은 미래를 꿈꾸어야 할 나이에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을 아드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군요.

뚜렷한 이유 없이, 설사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폭력을 쓰는 것은 분명히 나쁜 행동이며, 가정 내의 폭력이라도 그것은 엄연히 범죄 행위입니다. 상습적으로 폭력을 쓰는 남편분을 정상적이라고 보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술을 먹으면 폭력이 더 심해지는 것 같은데, 우선 술을 어느 정도 마시고 있는지가 문제입니다. 만약 일상생활에서 대부분 시간을 술에 취해 있고 맨정신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해나가기가 곤란할 정도라면, 알코올 중독을 의심해 볼 수도 있으므로 이 경우에는 알코올 중독자를 위한 클리닉이 있는 병원에 의뢰해 보셔야 합니다. 가족 내의 술로 인한 가정폭력은 그 술을 금함으로 인해서, 또는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을 가족에서 격리함으로 인해서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한편, 한 번쯤이라도 어머니께서 남편과 진지하게 이 문제에 관해서 얘기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혹시 폭력을 쓰는 남편이 너무나 무서워서 그동안 말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살아오신 것은 아닌가요? 그것이 어머니를 하찮게 여겨지게 하면서 남편이 더 쉽게 폭력을 쓰도록 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폭력을 쓰고, 술을 마시고 하는 사람은 뜻밖에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비해서 다른 이들보다 더 심약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 폭력을 더 잘 행사하기 마련입니다.

아이가 제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하는 현실이 걱정되신다면 어머니께서 아들 대신 그렇게 하셔야 하겠지요. 어머니는 오랫동안 일방적으로 당해오셨기 때문에 네까짓 게 뭘 해보겠단 말이냐면서 남편은 오히려 가볍게 보고 별것 아닌 것처럼 반응하겠지만, 언제든지 현실로 행동해 보이겠다는 의지를 내보이시면서 경고 메시지를 보내 보세요. 여태껏 그렇게 해보신 적이 없어서 처음엔 엄청나게 두려우시겠지만, 아이들에게 더는 상처 줄 순 없다는 생각을 하시면서 용기를 내보세요.

하지만 아들이 다른 방법으로 아버지를 제압하려 한다든지, 남편처럼 충동적인 반응을 하려고 할 때는 따끔하게 말리셔야 합니다. 이는 아드님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가르치셔야 합니다. 그리고 상황이 어떻게 손을 쓰기 힘들 만큼 심각한 경우에는 아이를 차라리 친척 집에 맡기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충격적인 일을 경험하게 하면서 위로하기보다는 눈에서 보이지 않으면서 아예 경험하지 않게 하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부디 힘드시더라도 아이들을 보며 용기를 얻으시고 지금부터는 적극적으로 주위에 도움의 손길을 구하도록 하십시오.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센터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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