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눈별, 핸드팬ㆍ엄지 피아노ㆍ인디언피리 선보여

▲ ‘핸드팬’이라 불리는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봄눈별. 손가락 끝에서 살짝살짝 튕기듯이 연주를 하는데 울림이 있고 소리는 연주자가 어느 부분을 만지느냐에 따라 둔탁거리면서도 때로는 맑고 깨끗한 소리의 조화가 묘하게 어울린다.

지난 4월 14일(금), 순천시 저전동 순천여고 뒤 주택가에 있는 교육공간 ‘너머’에서 ‘달빛음악회’가 있었다. 이날 음악회의 연주자는 ‘봄눈별’이었다. ‘봄눈별’이란 ‘봄눈처럼 흩날리는 별’이라는 뜻이다. 연주자 봄눈별을 앞에 두고 스무명 정도가 옹기종기 둘러앉았다. 공연에 앞서 ‘봄눈별’은 “제 음악은 누워서 듣는 공연입니다”고 했다. “음악을 듣다가 졸리면 어떻게 하죠?” “자면 돼요. 졸음을 참으면 몸도 마음도 힘들어 지니 졸리면 자도 돼요”ㆍ

많은 공연을 관람했지만 이런 연주자도, 이런 공연도 처음이다. 연주를 하는 사이사이에 봄눈별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음악을 시작한 지는 8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작년, 올해 일본에서 공연도 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공연을 하는데, 문화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연주를 하면 관객들이 핸드폰을 보는데, 일본에서는 핸드폰을 보는 관객이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연주하는 것 보다 일본에서 연주할 때 몰입도가 2~3배나 컸다고 한다. 그러면서 관객들에게 핸드폰을 보지 말라고 했다. 물론 나는 공연이나 영화를 볼 때 처음부터 핸드폰을 무음으로 하기 때문에 집중도가 높다.

공연장에는 아이들과 함께 온 사람들도 있었다. 연주자는 “아이들이 떠드는 것은 방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연주 중간 중간에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는데 소음이 아니라 연주에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 같았다. 간간이 들리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묘하게 어울려 들리는 것은 연주자가 미리 우리에게 양해를 구해서였을까? 연주를 하는데 아이들이 소리 내는 것은 정상이고, 어른들이 핸드폰을 보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봄눈별은 “순천에서 다섯 번 정도 공연을 했다. 그런데 오늘 공연처럼 세대가 다양하게 모이는 것은 처음이다. 순천에 오면 늘 마음이 편안하다”라고 한다. (먹을 것이 많아서? ㅋㅋㅋ)

세월호 침몰사고가 있은 지 3년이 되었다. 이때가 되면 봄눈별을 초대하는 곳이 많아진다고 한다.

“작년까지는 아이들을 떠 올리면서 추모제를 했는데, 올해부터는 아빠, 엄마, 아이들을 떠 올리면서 연주를 한다. 앞으로 몇 년을 더 연주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잊지 않겠습니다’가 아니라 ‘잊을 수 없을 때까지’ 연주하고 싶다”라고 한다. 담담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며 연주하는 연주자의 모습이 천진난만하게 보였다. 봄눈별이 자신의 힘든 이야기를 할 때도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았다. 그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사회가 멸시와 비난(무시)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내일은 오늘보다 삶이 나아지기를 기도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세상에는 참 알 수 없는 일도 많고, 단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물건도 많다. 봄눈별의 공연 때 봤던 악기도 그중의 하나였다. 동그랗게 생긴 악기는 ‘핸드팬’이라고 한다. 스위스에서 2000년 전에 만든 악기인데, 지금은 전 세계에서 만든다고 한다. 봄눈별이 소유하고 있는 악기는 독일제품이라고 한다. 다른 악기는 다 만져볼 수 있었는데, 핸드팬은 만지지 못하게 했다. 핸드팬은 무게가 3kg 정도이고, 손가락 끝과 손목 스냅을 이용해서 연주를 한다.  
 

▲ ‘엄지 피아노’라는 악기는 쇠로 만들어진 민속악기인데, 아프리카 부족마다 불리는 이름이 다르고 음색도 다르다고 한다. 손가락 끝을 이용해서 툭툭 건드리면 소리가 난다.
▲ ‘엄지 피아노’


‘엄지 피아노’라는 악기는 쇠로 만들어진 민속악기인데, 아프리카 부족마다 불리는 이름이 다르고 음색도 다르다고 한다. 손가락 끝을 이용해서 툭툭 건드리면 소리가 난다. 소리는 깨끗하다. 그리고 떠는 울림도 들린다. 어느 곳을 두들겨도 소리가 다르게 나온다. 가벼움, 부드러움, 맑음…
 

▲ ‘인디언 피리’.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피리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로 본다면 단소보다 조금 더 큰 것부터 대금과 같은 피리도 있다. ‘인디언 피리’인데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피리이다. 3000년 전에 발견되었다고 한다. 통의 울림은 깊다. 그리고 피리를 부는데 끝을 흐리듯이 부르면서 여운을 남기는 것은 연주자만의 특성이 있는 것 같다. 봄눈별은 연주를 할 때 들숨으로 들이 마시고 날숨은 내 뱉으면서 연주를 하는 모습이 특이했다.
 

▲ ‘엄지 피아노’를 연주중인 봄눈별

봄눈별은 세 가지 악기를 독학으로 배웠는데, 이 세 가지를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다고 했다.

연주를 듣는데 울창한 숲이 있는 깊은 산 속에서 듣는 것 같았다. 숲 속에서 듣는다면 제대로 된 명상이 될 것 같았다. 명상 음악을 듣고 즐기고 오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봄눈별 연주자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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