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를 보고나서


<이 글에는 영화의 내용이 상당 부분 공개되니 영화를 보고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 '캡틴 판타스틱' 포스터

한 가족이 있습니다. 아빠와 여섯 명의 아이들로 구성된 이 가족은 외부의 접촉 없이 숲에서 살아갑니다. 이들은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스스로 구하는 일(사냥, 물긷기 등)과 체력 훈련, 악기 다루기, 독서 등을 하면서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학교는 다니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은 자연과 책, 아빠로부터 배웁니다.

이들의 생활방식은 서로 합의해서 결정된 부분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아빠의 신념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아빠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대로 삶을 살아갑니다. 아빠의 신념에 동의하지 않는 가족 구성원들도 있습니다. 때로는 저항하지만 함께 조화를 이루기 위해 가족 구성원들이 애를 씁니다.

이렇게 살던 가족은 엄마의 장례식 참가를 계기로 다시 세상에 나옵니다. 세상에 나온 이 가족은 계속해서 자신의 삶의 방식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이 가족은 기존 사회에서 거부당합니다. 특히 친척들에게서. 아이들에게 몹쓸 짓이라며 아빠를 비난합니다. 그런 비난에 아빠 또한 지금의 사회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라고 말합니다. 자기 자식들은 아디다스, 나이키, 게임기는 모르지만 권리장전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는 다른 아이들보다는 더 잘 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 아버지의 신념에도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아버지는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남겠다는 남동생을 구출(?)하기 위해 맨몸으로 지붕에 올라가다가 떨어져 하반신마비가 올 뻔 했던 딸의 사고와 명문 대학의 합격 통지서를 받아 놓은 아들과의 언쟁 등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돌아보기 시작합니다. 이 가족은 다시 숲속으로 돌아오지만, 결국 아들은 대학에 가고, 다른 아이들은 학교에 가게 됩니다. 여전히 그들의 생활방식은 유지하지만 기존 세상과의 접촉을 막지 않겠다는 방식으로 타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앞으로 이 가족이 어떻게 살게 될지 매우 궁금해졌습니다. 자신들의 가치관을 유지하면서 기존 사회와 만날 수 있을지, 아니면 사회의 가치관에 동화되어 오히려 숲속에서의 삶, 아빠의 신념에 저항하는 계기가 될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제가 알고 지내는 몇몇 홈스쿨링 가족들이 떠올랐습니다. 학교를 보내지 않고 부모가 원하는 가치관대로 자녀들을 키우고 싶어하는 가족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다는 사실도 함께 떠올랐습니다. 그들의 삶의 방식을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사냐고 계속 질문을 하고, “동화 속에 사는 사람들”이라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함께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그렇게 산다고 ‘욕’을 먹을 이유도 없을 것 같은데, 사람들은 다르게 사는 사람들을 두고 쉽게 비난합니다.

‘표준’이라고 하는 기준을 정해 두고, 그것에 맞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합니다. 그것이 오히려 더욱 ‘이상’한 것은 아닐까요? 이상(理想)을 추구하고 살면 이상(異常)해지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임경환 (공간너머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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