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순천시는 봉화산 민간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제안서를 공모하고 11월에 ㈜한양을 봉화산 공원의 두 구역 개발 사업에 대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였다. 그리고 올해 3월 초에는 민간자본 투자유치로 공원을 조성하는 ‘특례사업’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순천시의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해당 구역 면적의 30%에는 아파트 등 주거 시설이 들어서고, 나머지 70%는 개발 사업체가 공원으로 조성하여 시에 기부채납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그동안 도시계획에 묶여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했던 해당 지역 토지 소유주들의 숙원은 해결되겠지만, 한편으로는 구도심의 공동화가 더욱 심화되고 시민의 휴식 공간이 줄어들게 될 뿐만 아니라 ‘정원 순천’이라는 우리 시의 구호와 지향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도시공원 개발 사업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에 따라 재산권 행사에 관한 토지 소유주들의 요구와 쾌적한 생활환경을 필요로 하는 일반 시민의 요구 사이의 갈등이 곳곳에서 불거질 것이 뻔하다. 이러한 갈등의 바탕에는 정부의 미온적이고 안이한 대응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999년 10월 헌법재판소는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계획법에 따라 공원으로 지정만 해놓고 수십 년간 공원 조성을 미루면서 토지 이용을 제한한 것은 ‘개인의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며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공원 지정 이후 20년이 넘도록 공원화되지 않은 토지는 2020년까지 도시계획에서 자동으로 해제되는 규정이 마련됐다. 이에 정부는 2005년 ‘공원녹지법’을 만들어 이른바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을 해소한다는 취지에 따라 기존의 도시자연공원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도시계획 시설은 지자체가 토지를 매입해 공원으로 조성해야 하지만, ‘구역’은 별도로 매입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할 수 있기 때문에 예산이 들지 않는다. ‘구역’으로 전환되면서 토지소유주는 재산권행사는 불허된 채 세금 감면 혜택이 없어져 이전의 곱에 해당하는 재산세를 부과받게 된 것이다. 이 조처는 토지소유주들에게 불이익을 추가하여 더 큰 반발을 야기했을 뿐 아니라 헌재 판결의 근본 취지에 역행하는 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정부는 2016년에 민간업체가 참여하여 자연공원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하기에 이르렀고, 순천시는 기존의 도시자연공원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묶어, 현상을 유지하는 대신 민간업자를 끌어들여 개발하는 쪽으로 정책적 선택을 한 셈이다.

도시자연공원을 둘러싼 토지소유주와 정부, 그리고 일반 시민 사이의 갈등 및 정부의 임기응변식 행태의 뿌리에는 원천적으로 사유화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물과 수목, 토지 등 자연물의 사유화를 허용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모순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한 한계를 인정한다고 해도 자연공원 지역을 매입하는 일에 재정적 여력을 전혀 갖지 못한 지방정부에게 그것을 매입하고 개발하도록 방치하고 있는 현행 법령은 정부가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처사이다.

그런 점에서 며칠 전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나서 정부에게 이 문제에 관한 정책을 요구한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들은 국가의 토지 정책 기조에서 토지공개념을 확대 반영할 것, 국민 1인당 생활녹지 9제곱미터(WHO권고) 확보 대책, 개인 사유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 국공유지를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자동해제 대상에서 제외할 것, 도시공원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도시의 난개발과 지역사회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제도의 허가 요건 강화 등을 대선 주자들이 주요 정책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 환경보전을 국가의 기본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 제35조의 취지에 비추어 당연한 주장이라 생각한다. 한 달 후에 새로 들어설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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