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꽃길만 걷게 해 주겠다더니
 

평생 꽃길만 걷게 해 주겠다고
골백번도 넘게 약속하던 그대.
철석같이 믿었는데 그대는 자신의 뜻을 이루자
약속을 헌 짚신처럼 버렸습니다.
차가운 콧날로 나를 외면하였습니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우는 법.
그대는 마침내 자신이 만든 오랏줄에 묶여
철창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인과응보, 자승자박.

벌교 부용산 벚꽃길과 진달래꽃길을 걸으며
오늘 온전히 편안하고 행복했습니다.
그대를 의식하지 않고, 죄책감 하나 없이
맘껏 꽃길을 걸었습니다.
그대가 걷게 해 주겠다고 약속한 꽃길은
그대가 없어야 평생 걸을 수 있다는 역설,
이것을 실감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글: 문수현 / 사진: 이정우

 

2017. 4. 9(토)

- 새벽을 걷는 사람들 -

순천언론협동조합 조합원들의 소모임으로
매주 토요일 순천만을 중심으로
바다와 산을 따라 새벽을 걸어 하늘을 닮고픈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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