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창
오늘은 선택적 함구증(selective mut-ism)에 대해 말씀 드려보겠습니다. 선택적 함구증은 말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특정한 상황에서 말을 못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많은 경우 선택적 함구증은 사회적 불안증(Social anxiety disorder)과 관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즉 선택적 함구증은 자기가 어떤 말을 했을 때 듣게 될 비난 등이 두려워 일부러 말을 한 하기로 무의식적인 ‘선택’을 하는 현상입니다.

아주 쉽고 많은 사례가 학교에서 발생합니다. 집에서는 말을 잘하는 아이가 학교만 가면 말문을 닫아버리는 겁니다. 솔직히 학교가 얼마나 무서운 공간인지, 저는 나이 마흔이 되어가는 지금도 가끔 학교 수업시간에 늦을까봐 걱정하는 꿈을 꿉니다. 정해진 시간에 교실에 가야 하고, 정해진 시간까지 앉아 있어야 하는, 이 신체를 규율하는 질서는 우리같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인간들에겐 정말 끔찍한 형벌입니다. 우리는 지금 모든 사람에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12년 동안이나 이 끔찍한 형벌을 내리는 미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선택적 함구증은 바로 이 끔찍하고 부당한 형벌에 대한 거부이기 때문에 너무나 인간적이고 자연스런 반응입니다.

EBS방송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선택적 함구증이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다시 보면서 저는 많이 울었습니다. 그 아이가 얼마나 큰 불안을 느꼈을지 생각하며 울고, 거꾸로 그 아이를 둔 부모와 그 아이의 담임 교사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며 울었습니다. 방송의 후반부, 그 아이가 입을 열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 또 희망을 느끼면서 울었습니다.

비폭력대화 교과서에도 침묵하기를 선택한 사람들과 어떻게 비폭력 대화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비폭력대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그래도 EBS에서는 그런 현상의 개선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현상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고, 우리 함께 관심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생각해보면, 틀렸다고 놀려대는 학교라는 곳은 얼마나 무서운 곳입니까? 그 무서운 곳에서 틀렸다는 놀림을 받지 않기 위해,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말문을 닫기로 선택한 아이들의 심정이 이해되지 않나요? 그러니, 우리의 학교를 틀려도 되는 곳으로, 우리의 사회를 못난 사람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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