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호남 민심과 함께 호흡하며 보고 배울 것”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5월 9일 대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에는 15명의 후보가 등록하여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그중 순천과 직접 연고가 있는 후보는 민중연합당 김선동 후보가 유일한데, 순천 출신의 재선 국회의원이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여사는 인근 여수가 고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순천, 더 나아가서 호남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호남맏며느리’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우리지역 곳곳을 누비고 있어 화제이다. 지난해 추석 이후 거의 매주 호남을 찾아 동가숙서가식하며 마을 곳곳을 누비고 있다는 그가 느낀 호남은 어떤 곳일까? 또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 왔는지 인터뷰 했다.

 

▲ 김정숙씨가 故 김남두 독립유공자의 며느리인 김양강 할머니께 도다리쑥국을 대접한 뒤 이야기를 듣고 있다.

김정숙(사진 왼쪽) 여사가 호남을 제집처럼 드나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추석부터이다. 호남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지만 지난 2012년 대선 때 90%가 넘게 지지를 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 그리고 죄송한 마음도 함께 전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그 속에서 자신이 위로받고 싶은 마음도 가슴 한켠에 담겨 있었단다.

“호남을 방문할 때 다짐했던 게 정치하는 사람이 아닌 주민을 만나자. 그리고 언론에 공개하지 말고 조용히 만나자는 다짐이었어요. 그래서 몇 명씩 소규모로 만났어요. 그래야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대중목욕탕에 갔었을 때란다. “여자들은 목욕탕이 사랑방이죠. 비슷한 시간에 가면 늘 같은 사람이 있어 친분이 생기다 보니 저를 모임에 끼워 주시더라구요. 커피도 나눠 마시면서 세상 얘기를 하는데, 그 과정에 나라에 바라는 건 무엇인지, 문재인 후보에게 서운한 것은 무엇인지 등을 듣게 되었어요”

올해 설이 지난 이후에는 매주 완도나 강진, 해남 등지의 섬을 찾아다녔다. 그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2700명 정도가 살고 있는 소안도였다. 소안도는 우리나라의 면(面) 중에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는데, 89명이나 된다.

그곳에서 독립운동가 김남두 선생의 며느리인 김양강 할머니를 만났다. 여든의 나이로 홀로 사는 할머니를 위해 도다리쑥국을 직접 끓여 드렸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독립운동가 가족의 고충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계기였다.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항일노래도 같이 부르면서 독립운동가에 대한 관심과 예우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라고 한다.


대통령 선거 첫날에도 광주 찾아

김정숙 여사는 5월 9일 대선의 선거운동을 시작한 4월 17일(월)에도 광주를 찾았다. 그 이유를 묻자 “호남은 민주주의 본산이자 더불어민주당의 뿌리”라며 “그래서 이번 대선에서 다른 지역보다 압도적으로 지지받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문재인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못다 이룬 지역구도 타파의 꿈을 이루고 싶어 합니다. 과거에도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나라를 바로 세운 게 늘 호남이었듯, 이번에도 호남이 그 중심이 되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고 했다.

그가 느끼는 호남 민심은 어떠했을까?

“직접 만나보니 여전히 아파하세요. 어르신들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지역 걱정에, 먹고사는 문제 걱정입니다. 발전이 더디니 일자리도 부족한 현실에 한숨이 깊어집니다”

그래서 그 자신도 “직접 만나 뵙지 못했다면 그 아픔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을 만큼 지역주민과 만나는 시간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도 만남을 게을리 하지 않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게 최선을 다 할 겁니다”고 한다.
 

“문재인, 믿을 수 있고 준비된 사람”

직접적으로 물었다. 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김정숙 여사는 “문재인은 한마디로 원칙을 지키는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37년을 함께 살아온 제가 보증합니다. 이번에 선출된 대통령은 인수위도 없이 바로 직무수행을 해야 하는데, 곧바로 직무 수행이 가능한 ‘준비된 대통령’이고, 어떤 위기 상황에도 국민을 먼저 지킬 ‘믿을 수 있는 대통령’입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남은 선거운동 기간에도 김정숙 여사는 광주에 살다시피 하면서 호남 민심과 호흡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해 왔던 김정숙 스타일대로,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낮은 자세로 경청하고, 문재인 후보에게 섭섭했던 마음도 풀어드리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의 정책․공약 중에 김정숙 여사가 가장 시급하고도 주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자, ‘치매 국가책임제’와 ‘육아정책’을 꼽았다. “문재인 후보가 아이는 국가가 책임지고 키우고, 치매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치매국가 책임제’를 약속했습니다. 저도 이를 받아 더는 국민을 외롭지 않게 해 드릴 겁니다”고 했다.
 

촛불민심인 정의와 공정 바로 세워야

촛불혁명이 이끌어온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지금은 대선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 때문에 촛불세력 일부에서는 ‘죽 쒀서 개 주는 꼴’이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그래서 촛불민심을 정부 정책에 반영할 의지가 있는지 물었다.

김정숙 여사는 “촛불민심을 통해 알게 된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을 생각입니다. 차기정부는 하루 빨리 우리사회의 정의와 공정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그 과정에 어려움도 많을 것입니다. 지금의 틀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개혁의 동력은 정치인들의 정치공학적인 접근이 아니라 국민의 힘이라 생각합니다. 문재인 후보는, 대한민국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갈 것입니다”고 말했다.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물었다. 김정숙 여사는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대통령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할 수 없는 부분을 메워야. 특히, 어려운 사람, 소외된 사람,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려 합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지금의 한국사회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감각이 있는 ‘소통능력’을 가진 사람을 필요로 할 때가 아닐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리고 문재인 후보가 청와대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약속을 떠올린 듯 “남편은 퇴근길에 광화문에 나가 소주 한 잔 할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저도 남대문 시장에 가서 장을 보는 보통사람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라며“요즘 지방을 다니면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오는데,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직접 찾아다니며 따뜻한 소통을 하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고 했다. 특히, 여성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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