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도 생각나는 곳도 많은데,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
사람은 변하지만 자연은 변하지 않는다. 시린 겨울을 보내고 나면 다시 봄이 온다. 그 봄은 오래 기다려온 나를 반겨준다. 내가 봄을 기다린 건지 봄이 나를 기다린 건지!
반겨주는 이가 있어 나는 그곳으로 간다.

팔마종합경기장 안에 있는 국민생활체육관 안내센터에 가면 관리직원 이은정 씨를 만날 수 있다. 하루에 많을 때는 700명에 이르는 이용객을 맞이한다는 은정 씨는 언제나 밝은 미소로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님, 좋은 아침입니다. 어서 오세요”

무뚝한 표정으로 들어오던 할머니 한 분이 은정 씨의 인사에 “응! 왔네, 고맙네”하고 답을 한다. 할머니에게 물어보니 은정 씨에 대해 많은 칭찬을 한다. “열 번을 만나도 웃어주고 반겨주니 좋지”란다. 출입증을 매일 확인하기 때문에 이용객들의 이름도 거의 다 외웠다고 한다. 은정 씨는 상쾌한 아침을 열어주는 사람이 분명하다.

▶ 은정 씨, 반가워요.
저를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 같다. ‘영광’ 나를 한없이 낮추고 당신의 작은 실수도 보듬어주는 인사였다. 우리는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 이은정(29세 ). 순천시 체육시설관리소 직원. 친절한 안내로 방문객이 즐거운 하루를 시작하게 해준다.

▶ 어떤 계기로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했어요. 대학교 태권도 시범단도 했었어요. 졸업 후 순천에 돌아와서 청소년수련원에서 체육 강사로 활동했는데 성대결절이 생겨서 한동안 일을 쉬어야 했어요.
재취업을 고민하면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일을 찾다가 인연이 되었네요. 지금은 이용객들의 수강과 출입시간, 시설안내를 주로 하고 있어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인데 오전이 더 바빠요.
 

▲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했던 태권도가 대학 전공으로 이어졌다. 
   작은 부상으로 지금은 다른 운동을 하고 있다.


▶ 다른 일을 생각한 적은 없나요?
솔직히 이직은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가능하다면 10년 후에도 안내실에 있고 싶어요. 시청소속의 2년 계약직으로 고정급여를 받아요. 예전에 강사로 일할 때 보다 적은 보수지만 마음이 편하고 즐거운 일이에요. 저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힘든 것보다 적게 벌고 덜 쓰는 길을 택했어요. 대신 시간을 벌었죠. 남들은 내가 욕심이 없다고 하지만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 시간을 벌었다면, 그 시간에 무엇을 하나요?
재미있는 일이 많아요. 친구들과 맛집 투어도 하고 단거리 여행도 자주 가요. 결혼한 친구들도 여행은 빠지지 않아요. 퇴근 후 저녁시간에 배드민턴을 하는데, 다음에 남편과 함께 시합에 출전하는 것이 꿈이에요. 남들은 집 장만이 꿈이라는데 저는 아직 철이 없나 봐요. 그리고 부모님과 언니와 시간을 자주 갖으려고 노력해요. 언니는 회사에 다니면서 제 학자금을 도와줬어요. 그래서 마음의 빚이 있어요. 언니에게도 잘 하고 싶어요. 저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감사할 일이 많아요. 그래서 항상 고맙고 또 즐거워요.

▶ 일을 하다보면 힘들거나 지루하지 않나요?
특별히 힘든 일은 없어요. 이용객들에게 먼저 인사하면 대부분 웃는 낯으로 대답해 주시니 어려운 일이 아니죠.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 이용객을 맞이하지만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또 다르잖아요. 그래서 저는 지루하지 않고 이 일이 즐거워요. 가끔 시간을 지키지 않는 이용자들을 설득해야 할 때가 어려워요. 다중이용시설이니 예외가 없거든요. 그래도 멀리서 버스 타고 오다가 늦는 경로회원을 볼 때는 안타깝고 죄송해요. 마을 단위로 체육시설이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 700여 명의 이용객들의 이름을 거의 알고 있다. 그는 기꺼이 기다려주는 사람이 되어준다.

▶ 여행이 취미라고 했죠? 이번 주에 순천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곳을 안내한다면 어디에요?
저는 순천 토박이라서 구석구석 많이 아는데, 지금 이 시기에는 동천 벚꽃길과 야시장, 죽도봉의 야경이 정말 좋아요. 용수동 닭구이도 맛있어요. 순천을 한문으로 보면 순한 하늘이잖아요. 이름만으로도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 같아요. 그래서 저는 대도시보다 시골을 닮은 순천이 더 좋아요.
 

▲ 지금 이 시기에는 동천 벚꽃길과 야시장, 죽도봉의 야경이 정말 좋아요.

순천에는 고인돌이 많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이곳에 사람들이 살았을 것이다. 따뜻한 바람이 부는 이곳에서 그들도 행복했을 것이다. 은정 씨는 어쩌면 그 오래전 사람들의 기운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오길 잘했다. 만나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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