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순천소방서 소방관

2015년에 개봉했던 ‘베테랑’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오랜 경력을 가진 형사들이 범죄를 수사하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 배우 오달수의 “같은 팀원끼리는 방귀냄새도 같아야 하는 거야”라는 대사와 김시후의 “형사는 몸으로 역사를 만드는 겨”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베테랑(a veteran)의 어원은 영화 ‘글라디에터’를 통해 알 수 있다. 당시 로마군의 복무기간은 보통 16년에서 20년 정도였다. 만기 제대한 퇴역병을 베테라누스(veteranus)라고 하였다. 로마군의 중장보병 1개 대대는 3열로 구성되었고, 1열은 하스틸리, 2열은 프린키페스, 마지막 3열은 트리알리이다. 1열은 신병, 2열은 중견급인데 반하여, 3열은 베테라누스급으로 이루어졌다. 이 어원으로 유추해보면 퇴역군인이라는 뜻보다는 노련한, 또는 경륜이나 경험이 몸에 배어 있는 등의 의미이다.

소방관 중에서도 베테랑이 있다. 직무의 특성상 소방관은 여러 부서를 옮겨 다니지만 화재나 구조, 구급 등이 주요 업무이다. 자신의 맡은 바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다 보면 어느덧 베테랑이 된다.

처음부터 베테랑이 되는 사람은 없다. 소방관도 베테랑이 되기 위해서는 임용될 때부터 부단한 교육 훈련을 거쳐야 한다. 교육기관에서 이론교육만으로 베테랑으로 성장할 수는 없고, 현장활동을 통하여 이론과 실제를 경험하면서 베테랑으로 성장하게 된다.

필자가 경험한 일화를 하나 소개한다. 몇 년 전 상가가 밀집한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여 출동하였다. 화재 현장에서 제일 가까운 소방대가 필자가 소속한 곳이고, 약 5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당시 출동한 소방차는 펌프차 2대, 구급차 1대였다. 출동한 소방관은 필자를 포함하여 소방대 2명, 차량 운전요원 2명, 구급대원 2명이었다.

출입구로 시꺼먼 연기와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불이 옆 건물로 번질 상황이었다. 당시 필자는 화재진압에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머지 한 명은 소방관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대원이었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화재가 더 커지기 전에 초동진화 또는 화세를 진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필자가 누구에 의지할 수 있겠는가?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소방용수를 계속 보충해줘야 하는 운전요원, 뒤에서 위험요소를 판단하고 선두에선 필자를 보조하는 동료를 믿을 수밖에 없다.

독자들 중에는 화재 진압현장에는 경력자. 즉, ‘베테랑을 배치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조직이든 경력자로만 구성된 조직은 없다. 경력자와 초임자가 함께 근무하면서 역량을 키워나가게 되어 있다. 더군다나 소방조직은 다른 공공기관과 다른 특징이 있다. 화재를 포함한 모든 현장활동이 분초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이며, 그 결과가 시민의 생명과 재산에 직결된다는 점이다. 위험한 상황에서 현장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업무 특성상 경력자와 신임이 한 팀을 이루니 힘든 상황을 많이 겪을 수밖에 없는 조직구조이다.

신임자가 베테랑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부단한 교육과 훈련이다. 또 경험자의 조력이 필요하다.

지면을 빌어 전남에 소방직무교육을 담당하는 소방교육대가 설치된다는 것을 알려드린다. 소방교육대에서는 조만간 전남의 소방공무원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게 된다. 그동안 광주소방학교나 중앙소방학교에서 신임교육과 직무교육을 받았는데, 앞으로는 전남소방교육대에서 담당하게 되었다. 전남에 근무하고 있는 소방공무원의 직무교육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전남도민의 안전교육을 담당하여 안전한 전라남도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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