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저는 중학교 3학년 남학생입니다. 우리 반엔 보기에도 험상궂게 생기고 말도 거칠게 하는 아이들 두 명이 있는데 괜히 저를 보면 툭툭 치고 시비를 겁니다. 기분이 나쁘지만, 얼굴이 빨개지고 아무 말도 못 한 채 그냥 당하기만 합니다. 그 애들은 제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얼굴만 빨개지는 게 재미있는지 얕잡아보고 계속 저만 보면 더 험상궂은 표정과 행동으로 불안감을 조성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무섭고 불안합니다. 이러한 저 자신의 힘없고 나약한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져서 싫고 학교 다니는 것도 싫습니다. 어머니나 동생 등 집안의 사람들에게 화풀이하듯 신경질을 내며 방안에 틀어박혀 버립니다. 애들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이러면 어떨까요
 

▲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말도 거칠게 하고 험상궂게 생긴 아이들이 한 반에 있으면서 학생을 괜히 툭툭 치고 시비 걸며 불안감을 조성한다니 무척 난감하고 힘이 들겠어요. 그 애들이 아무 말도 못 하고 얼굴만 빨개지는 학생을 얕잡아보고 계속해서 더 험상궂은 얼굴과 표정으로 시비를 걸어오니 정말 학교 다니기 싫을 정도로 불안스럽고 무거운 마음이 들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약하고 힘없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져 싫어지기까지 하고, 짜증스럽고 신경질이 나서 사람들을 회피하고 혼자 틀어박혀 버리는 학생의 괴로움이 느껴집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특별한 스트레스 상황이 아니고는 함부로 타인을 공격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일삼는 존재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폭력적인 청소년들이 증가한다는 것은 청소년들을 폭력적이게 부추기는 상황들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가족 내에서의 폭력을 보면 때로 가족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폭력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폭력적 가정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은 가족폭력의 희생자로서 그들은 일찍부터 폭력이 무엇인가를 학습합니다. 폭력적 부모의 존재는 청소년들이 대인 간 공격을 학습할 수 있는 제1의 근원으로 작용합니다. 부모의 폭력과 마찬가지로 형제자매 간의 폭력도 청소년들의 타인에 대한 공격을 강화합니다. 부모는 직접 아동에게 폭력을 행사할 뿐 아니라 가족구성원들 사이의 공격 행동을 허용하고 가정 바깥에서의 폭력을 격려함으로써 폭력을 조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둘째, 대중매체에서의 폭력이란 TV의 폭력 장면 시청과 아동의 공격성 사이에 높은 상관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입니다. 폭력 장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개인은 폭력의 희생자에게 무감각해지고 타인을 불신하며 폭력을 적절한 행동 방식으로 지각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TV나 영화뿐 아니라 만화와 인터넷게임 등과 같은 다양한 매체들과 함께, 폭력 문화가 난무하는 한국 사회 그 자체가 아동이나 청소년들의 폭력을 조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셋째로, 한국 사회의 독특한 현상으로, 대학 입시의 중압감이 청소년들의 폭력을 행사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성적이나 진학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또래들에게 폭언이나 말다툼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거나, 실제로 행동에 옮긴다. 가족이나 부모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한 경우도 있다. 학생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폭력적 행동을 보이는 가해 학생들 역시 또 다른 의미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면 좀 이해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분노하며 대들거나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 하는 대신 학생의 적절한 대응을 통해 학생 자신을 돕고 더 나아가 상대 학생들의 부당한 행동 또한 변화시킬 수 있을 겁니다. 불안감을 조성하는 폭력적 상황이 지속해서 행해지기 전에 초기에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학생 자신을 존중하고 지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의사 표현을 정확히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지나치게 옳지 않은 언동들에 대해서는 학생의 싫어하는 감정을 차분하고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지속적인 행동의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지금까지 전혀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장난삼아 폭력적으로 행동하며 불안감을 조성했는데, 만약 학생이 여유 있는 태도로 그러지 말라고 하면 행동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선생님이나 부모님 그리고 가까운 상담기관에 상의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도움을 구하는 것은 절대 고자질쟁이가 되는 게 아닙니다. 학생 자신을 지키며 또한 더 나아가 그 애들의 행동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를 갖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니까요.

이 세상의 누구도 학생을 함부로 대할 권리가 없습니다. 자신의 고유한 권리를 상대편 기분 상하지 않게 적절하게 표현하고 또래 친구들과의 체험을 통해 자기 표현력을 습득하고 현재 학교 상황을 적절하게 대처해나간다면 더욱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센터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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