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등면 공숙희 농민

2016년 1월에 민관협력 형태로 순천로컬푸드(주)가 출범하고, 6월에는 직매장이 개장하는 등 순천로컬푸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올해는 로컬푸드 가공시설과 농가레스토랑, 제2호 직매장까지 개장할 계획이어서 그 범위와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로 5년 째를 맞는 순천로컬푸드. 순천광장신문에서는 순천로컬푸드의 활성화를 위해 순천로컬푸드를 만들어 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그 첫 번째 순서는 생산자들인 농민이다. 박경숙 기자



 월등면 공숙희농민
"나 산 이야기는 말로 다 못해"

월등면에서 농사를 짓는 공숙희(69세) 씨를 만났다. 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기고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묻자 “다 좋지~~”라고 답한다. 뭐가 좋은지 재차 묻자 “로컬푸드 직매장에 가면 사람들을 만나니 좋아. 다들 식구같애. 시장에 가면 사지도 않으면서 주물러 불고 가는 디, 여기는 그런 사람이 없자네~”

아침 일찍 어린이집에서 동화책을 읽어주고, 2만 1000㎡ 크기의 매실농장을 가꾸며 집 안뜰에 심은 생강나무와 초석잠, 복숭아, 야채 등을 로컬푸드 직매장에 내놓는다. 이 집 복숭아는 거름도 많이 하면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거름도 적당히 조절하고, 봉지도 안 싸고 햇빛을 충분히 보게 한다.

▲ 월등면 공숙희 농민

매실 밭 앞에서 매화 향기 맡으며 이야기가 이어졌다.

“초석잠 하루 종일 뜯어서 1만 원 붙여놨어. 저녁 내내 만들면 한 봉지 나와~” 하루 종일 손질해서 한 봉지 1만 원이라면서도 서운한 기색이 없다.

“나 산 이야기 하면 참말로 말로 다 못해. 21살에 시집와서 22살에 딸을 낳고. 시집와서 보니 보리쌀도 꾸어다 먹고, 사는 형편이 말이 아니여” 당시 동네에서 매실농사는 세 집이 했는데, 식구들이 당장 먹고 살 것도 부족하다며, 다른 작물은 못 심게 하셔 눈치를 보다가 다른 곳에서 한 주먹 뽑아 와서 밭 한 귀퉁이에 심어 놓았다고 한다.

별로 돈이 안돼 보이는 매실을 돌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매실나무는 보리 갈면서 자빠지고 콩밭 매며 벗겨지고 그럴 때마다 공숙희 씨는 포기하지 않고 오북오북 땅을 북돋아 주었다. 그래도 매실은 열리지 않았다. 7년이 되던 해에도 열매가 열리지 않아 참 허망하다 싶었는데, 8년째 되던 해부터 가지마다 하나씩 열매를 맺기 시작하더니, 그 이듬해 더 많이 열리고, 그 이듬해에는 더 많이 열리고. 그것이 해마다 100만 원, 200만 원, 300만 원을 벌어주었다.

그렇게 매실 밭은 2만 1000㎡로 늘어나고, 다섯 아들, 딸 교육시키고, 시동생도 교육시켰다. 겨우내 말랐던 가지에 연둣빛 새 잎이 나오듯, 그렇게 저렇게 살다 보니, 지금처럼 좋은 시절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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