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시간 길다고 효과가 높진 않다”
토요일, 공휴일, 방학까지 확대 필요

올해 전남교육청에서는 반강제적으로 이뤄지는 야간자율학습을 폐지하고,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통합한 자율선택형 ‘방과후 자율활동’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계획이 실제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문제점은 없는지, 문제점이 있다면 개선 방향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순천에 있는 한 일반계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이경은 교사와 인터뷰를 했다. (정리: 임경환 기자 )

인터뷰에 응한 이경은 교사는 순천시내에 있는 A일반계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 3월부터 2주 동안 거의 모든 학생이 학교에 남아서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했다. “학기 초에 학습 분위기를 잡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2주 동안 담임교사와 학생들은 오전 8시부터 밤 9시 50분까지 학교에 있었다. 3월 20일부터는 희망자에 한해서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하고 있다. 대략 50% 정도는 학교에 남아서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하고, 나머지 50% 정도는 집으로 간다. 지난해에 거의 모든 학생이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은 변화다.

이 학교는 교육청의 지침을 잘 지키는 편이다. 이 학교가 교육부나 교육청의 지침을 잘 지키게 된 데에는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행․재정적 제재를 가하겠다는 전남교육청의 정책과 야간자율학습을 지속하려는 일부 교사의 움직임에 대한 일부 학부모의 문제 제기, 그리고 이 교사의 요구 등이 종합해서 작용했다.
 

야간학습 개선, 교사 마인드가 중요

교육청과 학교가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을 학생들이 선택하게 했음에도, 교사의 가치관마다 약간의 차이를 나타낸다.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을 약간 강제하는 교사들도 있고(시간이 지날수록 강제성이 줄어들고 있음), 이 교사처럼 ‘완전 자율’로 하는 경우도 있다.

이경은 교사는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을 학생들의 선택에 맡긴다.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요일에, 공부하고 싶은 시간에 공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야간자율학습 시간이 1교시, 2교시로 나뉘는데, 그 시간까지도 학생이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교사가 보기에 아직 학교에는 “애들은 강제로 시켜야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는 교사가 있다.

야간자율학습을 학생들의 선택에 맡겨도 학생의 50% 정도는 학교에 남아서 공부하는데도, 야간 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을 시키지 않고 학생을 집에 일찍 보내는 것을 불안해하는 교사들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교사는 선택형 방과후 자율활동이 정착되려면 교사의 마인드가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교사는 “교장으로 하여금 선택형 방과후 자율활동 지침을 준수하게 만들기는 쉽다. 왜냐하면 교육청에서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교사들이 교육청의 지침에 동의한다면 충분히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 전라남도교육청이 반강제적으로 이뤄지던 야간자율학습을 폐지하고, 자율선택형 '방과후 자율활동을 도입한다고 밝힌 이후 일선 학교에서는 그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이다. 사진은 순천의 한 고등학교의 자율학습 장면.


학생들의 학습노동 시간
교사들의 감독노동 시간 단축 필요

이 교사는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 노동 관행과 교사들의 과도한 자율학습 감독 노동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남교육청 지침이 야간자율학습을 밤 10시 이전으로 제한하고, 야간자율학습을 선택하게 했지만, 요일 제한은 없다. 때문에 A학교의 3학년은 자율학습을 토요일, 개교기념일, 공휴일(일요일 제외)에도 하고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해 휴일에 자율학습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무한 입시경쟁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휴일에도 자율학습을 하러 학교에 간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고교 야간자율학습을 없애는 실험을 했다. 따라서 이경은 교사는 전남교육청에서 학생과 교사의 ‘쉼이 있는 교육’을 위해 주말과 공휴일 자율학습을 금지하는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의 학습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며, 청소년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이다.

학생들의 학습노동 시간 단축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교사들의 자율학습 감독 시간 단축이다. 이 교사는 다른 지역에서 올해 이 학교로 전근해 왔다. 그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는 학년별 야간자율학습실이 따로 있어서 한 학년에 1명의 감독 교사만 필요했다. 모든 교사가 돌아가면서 감독하기 때문에 이 교사는 1년에 4번 정도만 야간자율학습 감독을 했다. 감독도 오후 6시부터 밤 9시까지만 했다.

하지만 올해는 개학 후 2주 동안 매일 학교에 밤늦게까지 남아야 했다. 지금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학교에 남아야 하는 상황이다.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하는 삶이 반복되다 보니 여가 시간도 없고 가정생활 또한 이루어지기 어렵다. 건강권도 지키기 어려운 실정이다. 3월 한 달 동안 주중에 집에서 밥 한번 못해 먹었다.

이 교사는 고3학년 담임을 맡고 있어서 토요일까지 나와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주말과 공휴일에는 자율학습 감독을 못 하겠다고 선언하고 하지 않는다. 이 교사는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몸과 마음이 지쳤다. 육체와 정신적으로 힘이 드니 수업시간과 학생들 생활지도도 충실하기 어렵고, 진이 빠져서 고3학년 학생들에게 필요한 보충수업도 개설하지 못하게 되었다.
 

 

새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학생들과 교사들은 지쳐 있다. 교사와 학생들은 밤 10시에 학교에 나와서 집에서 잠자고 다시 아침 8시에 학교에 나오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학생들은 서서히 아침 자율학습 시간에 자고, 교사들도 점심시간에 책상에 앉아서 졸고 있다. 그나마 교육청의 지침 덕에 어느 정도 학생들 자신이 자율적으로 선택해서 학습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을 수 있게 되었고, 교사들도 조금이나마 ‘노동시간 단축’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토요일, 공휴일, 방학 때에도 교사와 학생들이 자율학습과 감독을 하러 학교에 나와야 하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이 교사가 보기에 이 학교 교사들은 정말 교육 활동에 열정적으로 헌신한다. 그래서 교사들이 과도하게 자율학습 감독을 하는 것이 더욱 안타깝다. 자신의 건강과 삶도 돌볼 수 있는 학교 문화를 이 교사는 올해 꼭 만들어 보고 싶다. 그래서 이 교사는 전남교육청에 다음 내용을 제안하려고 한다. 각 학교에 학년별 야간자율학습실을 마련하고, 감독은 학년별 1명씩, 오후 9시까지 감독하기, 그리고 토요일과 공휴일 자율학습 금지를. 그래서 교사와 학생이 행복한 학교를 꿈꾸고, 그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