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탐방-생기 넘치는 순천여중에 가다

자리만 깔아주면 척척 해내는 아이들

씨앗을 뿌리면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처럼 사람도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것을 믿어주는 교육과 그렇지 못한 교육은 확연한 차이가 난다. 순천여중(교장 임원재)은 학생들 문화를 학생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난 1년 반 동안 다양한 시도를 했다.

▲ 임원재 순천여중 교장
시작은 임원재 교장의 제안이었다. 처음 학교 축제를 학생들에게 맡기자고 제안했을 때 교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취지를 설명하고 거듭된 학교장의 의중에 따라 “알아서 해보라”며 그 기회를 주니, 아이들은 척척 해냈다. 학교 축제는 기획 단계부터 학생들이 주도하고, 주차 안내에서 비디오 촬영, 조명 비추는 것까지 맡는다. 사회를 보고 싶은 학생들 중 오디션을 통과한 학생이 마이크를 잡았다. 저마다 할 일이 있고, 이런 저런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은 다른 친구들의 무대가 펼쳐지면 핸드폰을 들고 촬영하며 환호했다. 자기가 가진 개성을 발휘하여 하나가 되는 축제 현장. ‘학교가 이런 우정과 환대의 장이 될 수 있구나.’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는 당연히 그런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것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교사들 역시 아이들에 대한 믿음이 싹텄다. 맡기니, 해내는 아이들이 대견하기도 하였다. 또한 아이들에 대한 기대가 싹 트면서 하나하나 학교의 이런저런 풍경과 문화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선, 학교가 집보다 아늑한 공간이 되어야 학교 오는 게 즐거울 거라는 생각이 들어 먼저 학교 곳곳의 인테리어와 풍경에 교직원과 학부모까지 신경을 쓰게 되었다. 청소도구를 두던 자투리 공간에 꽃 화분을 놓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빛깔의 의자와 탁자를 놓았다. 학생들에게 공모하여 ‘도란도란 쉼터’라는 공간 이름도 정했다. 화장실 출입구 앞에는 벽을 세워 그림 전시 공간으로 꾸미기도 하였다. 이런 변모는 그림을 그리는 학부모의 아이디어였다. 작은 시작이었지만 좋은 일은 또 다른 좋은 일을 만들어냈다. 작가들을 초청해 전시회를 열고,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가졌다. 이런 변화를 보고, “학교를 위해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찾게 된다.”고 어느 학부모는 말하기도 했다.

▲ 화장실 앞에 쓸모없이 방치된 공간을 학부모의 제안으로 전시공간으로 꾸며 세 번의 전시회와 작가를 초청해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
▲ 독서토론 모임
▲ 작년 토론대회에서 예선 탈락한 학생들은 참여하는 것을 주저했으나 꾸준히 연마하여 올해는 은상을 받았다.
학교에서는 또한 “학교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게 하고 싶으면 학생들을 웃게 해서 보내 주세요.” 하고, 학부모들께 간곡히 요청하기도 했다. 등교한 아이들의 표정을 낱낱이 살펴 문제를 파악하고 그 상황에 맞는 대화와 지도를 하도록 한다. 500여명 학생 하나하나에게 맞춤 교육을 할 수는 없지만, 아침 등교 시간과 담임 교사 시간은 담임 교사와 학생이 긴밀하게 만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한 시간을 많이 가지려는 교사들의 노력이 돋보여 교내문제가 줄어들고 있다고도 하였다.

▲ 한 달에 한번 엄마들이 모여 책을 정해 독서토론을 한다. 학부모 별밤지기 독서토론 모임
또한 “교사가 웃으면 학생이 웃게 되어 있다”는 생각으로 임 교장은 교사들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도 기울인다고 한다. 교장이 되면 수직문화를 수평문화로 바꾸고 싶었던 그는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의자의 좌석배치부터 바꾸고 교직원들이건 학생들이건 누구든 교장실에 들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교장실 캐비닛에 과자를 가득 마련해 놓았다. ‘빵셔틀’ 같은 학교 폭력이 시작되는 학교 매점을 닫으면서 배고프면 교장실로 오라고 시작한 것이, 학생들과의 소통의 끈이 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누구나 교장이 무슨 일을 하는지 밖에서 볼 수 있도록 교장실 유리창을 투명유리로 바꾸었다. 먼저 자신을 오픈한 것이다.

▲ 우석어린이집에서 63명의 아이들을 초청해‘세상을 밝히는 천사들의 희망콘서트’를 열었다.“아이들에게 생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요”라는 편지를 받고 시작된 일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참여하는 예술과 신체 활동을 통해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게 해 주어야 잠재력이 발휘된다는 생각으로 만든 밴드부는 학생오케스트라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1억을 받았고, ‘세상을 밝히는 천사들의 희망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이 콘서트에는 휠체어에 앉은 우석어린이집 63명의 아이들이 체육관에서 눕거나 앉아서 듣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은 점점 질긴 끈으로 이어졌다. 봉사활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학생들이 먼저 “우석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러가자”고 자원해서 15명이 함께 찾아가는 봉사활동 또한 적극적이기도 하다.

인근 건강문화센터 도서관과 순천대, 문화예술회관에서 하는 좋은 프로그램도 놓치지 않는다. 기상청, 환경관련 단체, 토론대회에도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알려 참여하도록 권장한다. 다양한 관심사에 따라 경험하고, 그 속에서 재능을 발견하는 아이들은 따로 진로교육을 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작은 시도들은 더 다양한 좋은 것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학부모들은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다양하게 참여할 기회를 줘서 좋다 ”고 말했고, 학생들은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다 해요~~” 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에 자부심이 가득했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다 해요~~”
인 ┃ 터 ┃ 뷰-순천여중 학생회장 최은빈

▲ 최은빈 순천여중 학생회장
학교축제가 진행되는 무대를 바라보며 전체 흐름을 점검하고 조율하고 있는 순천여중 최은빈 학생회장을 만났다.

▶학생들이 서로 환호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런 문화가 가능한 이유가 뭐라고 보나?
학교가 구도심에 위치하다보니 학생 수가 적다. 한 학년에 모르는 친구가 없이 다 잘 안다. 그러다보니 서로 감싸 주고, 정이 많은 편이다.

▶이번 축제를 준비하며 힘들었던 점은?
학생회가 전체를 담당한 것은 처음이라 정확히 뭘 해야 할지 몰랐지만 선생님들이 도와주고, 친구들끼리 협력하니 길이 보였다. 하고보니 뿌듯하다.

▶ 3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은 사건은?
전국에서 모이는 행복학교 박람회에서 부스를 운영하고 안내했을 때다. 처음에는 뭔지 몰라서 실감을 못했는데,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학교에 순천여중이 끼어 있었다는 것이 기뻤다.

▲ 학교 축제는 기획 단계부터 주차 안내, 비디오 촬영, 조명 비추는 것 등 모두 학생들이 주도했다. 축제 사회는 오디션을 통과한 학생이 맡았다.
▶ 행복학교 박람회에서는 어떤 것을 소개했나?
토론방식의 수업과 오케스트라 밴드부, 방과 후 동아리 활동, 영어 토론반, 진로 수업 때 했던 포트폴리오, 도덕 시간에 했던 행복노트(하루하루 감사 일기) 등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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