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교육청 자유학기제 담당 장성일 장학사

지금의 우리 교육은 미래 사회의 인재를 길러내고 있는가? 누구도 그렇다고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지금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으로도 교육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19세기 학교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의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는 오래된 비아냥은 지금의 교육을 보여주는 또 다른 표현이다. 왜 많은 교육전문가들이 연구하고 토론하면서도 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미래사회는 지식을 요구하는 사회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지식전달 교육에 몰입하고 있다. 말로는 창의적인 교육을 말하지만 지금까지의 교육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에 걸맞은 교육과정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교사들의 교육방식은 과거의 모습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는 여전히 교사가 요구하는 답을 찾아내는 학생이 우수한 학생으로 평가받는다.

대학 입시에서 수시 비중이 높아졌지만 아직도 짜여진 각본에 맞는 학생이 명성 높은 대학에 들어간다. 대학에 들어갔다고 소질에 맞는 일자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어디에서부터 바꿀 수 있을까? 지시가 있을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중학교에 도입한 자유학기제를 통해 미래교육의 방향을 모색해 보기 위해 순천교육지원청에서 자유학기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성일 장학사를 만났다.

▶ 자유학기제의 변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속에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자유학기제 활동영역은 진로탐색, 주제선택, 예술․체육, 자율동아리 활동으로 구성되는데, 다양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싶어도 진로체험처와 분야별 전문강사가 없으면 추진할 수 없다. 교사들이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학생이 원해도 선택의 폭이 제한되는 것이다.
 

▶ 순천에서 2014년부터 자유학기제를 진행하며 지역사회와 협력모델을 만들어 왔는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

초창기에 비해 체험처가 정비되고 강사 인력풀이 확보되고 있지만 여전히 교육인프라가 부족하다. 지역여건이 조성되지 못한 부분은 교사들의 몫으로 남는다. 관심 있는 외부의 전문 강사들도 학교라는 벽 앞에서 동화되지 못하고 외부인으로 머물러 있다. 자유학기제가 성공하려면 교육과정에 지역사회 교육자원 활용방안이 반영되고, 외부 전문가들이 교육과정에 상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학교의 교육과정이 지역사회에 개방되어야 하고, 학교가 학교 밖으로 나와야 한다. 방과후학교도 운영 프로그램을 다양화 하려면 외부 전문강사가 안정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지역사회의 전문가들이 교육과정에 투입되면 통합․융합 수업이 가능해지고, 주제선택, 예술․체육 수업의 수준을 높이고 내용을 채워갈 수 있다.

▲ 순천교육청 자유학기제 담당 정성일 장학사

▶ 지역사회와 지속가능한 협력을 하려면 어떤 시스템이 필요할까?
서울과 경기도육청 혁신교육은 지자체와 교육청, 지역 교육전문가가 함께하는 행복교육센터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운영예산은 지자체가 100% 지원하고 있다. 순천시 평생학습과 예산 약 150억 원 중 순천교육지원청에 배정되는 1년 예산은 약 63억이다. 단위학교 운영비로 지원할 예산은 교부하고, 방과후학교나 자유학기제 예산은 (가칭)순천행복교육나눔센터가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시행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센터 운영 인력은 순천진로교육지원센터, 순천학부모지원센터 실무자 등을 주축으로 학부모자원봉사자와 함께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해 주는 사업을 시작한다면 특별한 예산 증액 없이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교육청에 미래교육위원회가 있는데, 센터가 세워지기 전에는 미래교육위원회에 지역사회 시민단체와 학부모의 의견을 전달하여 시민사회 단체의 요구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고 장기적으로 ‘순천행복교육나눔센터’ 개원을 준비해야 한다,


▶ 주변에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려는 시도가 있나?
광주광역시는 2016년 11월 3일 광주학생회관을 리모델링하여 광주삶디자인센터를 열었고, 여수시에서는 2017년 3월 11일 진남체육공원에 행복교육지원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서울특별시 하자센터의 사례와 서울․경기 혁신지구사업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창의․인성 지역특화 교육’, ‘맞춤형 진로진학 서비스’, 지역사회 교육자원 활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 ‘하자센터’의 경우 서울형 대안학교 1년 과정 오딧세이학교,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길 위에서 배우는 로드스콜레’, 목화를 재배하면서 땅을 일구고, 식물 성장과정을 통해 삶을 통찰하며 생명, 농업, 삶을 배우는 목화학교, 하자작업장을 운영한다. 하자작업장에서는 진로체험과 자유학기제 진로탐색활동을 진행하고, 방과후학교도 운영한다.


학생 참여, 활동 중심의 교육과정이 핵심

▶ 올해 진행할 계획인 자유학기제가 지난해와 달라지는 점이 있다면?
2014년부터 3년 동안은 진로탐색활동 등 체험활동에 치중하였다. 이제는 교육과정에 포함되어야 한다. 교과에서는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통한 교과융합수업, 진로탐색, 주제선택, 예술․체육, 동아리 자유학기 활동을 학생 참여와 학생활동 중심으로 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유학기제에 다양한 내용을 채워가려면 교사들의 변화 노력과 헌신이 요구된다.


▶ 교사들은 행정업무가 많아 자유학기제에 집중할 수가 없다고 하는데, 이의 대안은 있나?
각종 체험처를 안내하고 연결하는 것이 힘든 일이다. 교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순천시와 순천교육지원청이 함께 운영하는 순천진로교육지원센터가 있다. 지원센터에서 진로체험처 프로그램, 예술․체육, 언론분야, 독서토론 강사 인력풀을 제공하여 교사들이 교육활동 이외의 행정업무로 소진되지 않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 경기도교육청은 2017년부터 자유학년제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전남은 그에 대한 논의가 있나?
자유학년제는 교육부에서 나온 안이다. 전남은 자유학기․일반학기 연계교육과정을 안내하고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인프라 구축이 안 된 상태라 자유학기제 운영도 힘들어 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자유학기제는 진로체험이 전부인 것처럼 해왔다. 교사들의 책임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지역사회와 학교를 연계하는 제3의 섹터와 인력풀을 구축해야 한다.


▶ 자유학기제 담당 장학사로서 자유학기제를 통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면 성공이라고 보는가? 
작년에 했던 활동이 핵심이다. 작년 제1회 순천교육성취인증제를 진행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 활동은 다섯 꼭지로 이루어진다. 단체 활동으로 조계산 종주, 남승룡 마라톤 10km 달리기,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봉사활동으로 성동초등학교, 이수중학교 벽화그리기와 문화의 거리 예술협동조합과 함께 매산등 천사의 얼굴 그리기를 했다. 개인 활동으로 자기 개발 한국사․한국어 자격증 취득, 중국어․일본어 자격증 취득, NIE, TIE, BIE 등과 진로와 관련한 프리젠테이션, 삶의 기술과 꿈을 키워가는 버킷리스트 만들기 등을 진행했다. 올해는 진로교사연구회 동아리와 함께 제2회 순천교육 성취인증제를 추진하여 학생들의 자존감 향상과 꿈의 청사진을 그려갈 수 있도록 하겠다.

 

▶ 자유학기제 활성화를 위한 교육지원청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할 계획이다, 진로교육지원센터에서 지역사회 연계 안내 프로그램을 충실히 하고, 학교 간 네트워킹이 잘 이루어져 학교 간 장점을 배우고, 어려운 점을 조언하며 풀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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