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학부모 유영숙 씨
자유학기제 찬성하나 프로그램 보완 필요

딸 셋을 키우고 있는 유영숙씨는 쭉 서울에서만 살다 4년 전에 순천으로 이사 왔다. 큰딸과 둘째딸이 중3, 중2로 자유학기제를 경험하였다. 순천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조합원으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강요하지 않는 그녀는 자유학기제에 대한 질문에 봇물 터지듯 말을 이어갔다.

▶ 자유학기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자유학기제는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고, 미리 경험시키자는 취지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바리스타를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아이들이 경험해 보고 ‘흥미롭다, 재밌다’라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곁에서 늘상 보아오던 경찰 체험 등 관심 없는 분야는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중학교는 아이들이 진로를 결정하기에는 이른 시기다. 사춘기를 겪고 있고, 자기 정체성 찾기에도 힘든 시기다. 먼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그 후에 직업을 찾는 것이 순서다. 그리고 자유학기제가 ‘직업 찾기’에 편향됐다. 적성검사, 심리검사 등은 아이들도 즐거워하고 부모가 몰랐던 아이의 특성도 이해하게 되었다. 심리적인 부분에서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자기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했으면 한다.
 

▲ 자신의 정체성을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유영숙 학부모.  / 임서영 기획위원

▶ 주변 엄마들 얘기는 들어보셨나요?
공부 잘하는 아이를 둔 경우는 학원을 더 보내고 부족한 공부를 더 시키는 기회라고 생각하더라. 그러나 공부를 못하는 경우는 아이도 편하고 엄마도 편한 것 같고, 이것을 해서 뭐하나, 내 아이한테 당장 뭐가 이득인가 의문을 갖는 부모도 있었다.

▶ 아이들은 자유학기제를 하니 어땠나요?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중1의 경우, 본인의 관심사 보다는 친구관계가 더 중요해서, 자기가 관심이 있더라도 친구가 가지 않겠다고 하면 안 가더라. 몇몇 인기 프로그램에 선정되지 못하면 비인기 프로그램에 가게 되고 그렇게 되면 형식적으로 흐르게 되는 것 같다. 둘째의 경우 관심 없는 경찰 체험했는데, 가서 설명만 듣다가 제복 입어보고 모자 써보는 것으로 끝이었다고 한다.

▶ 전체적으로 자유학기제에 대해 평가한다면
공부가 아닌 다른 부분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보완할 점은 프로그램이 빈약한 것이다. 세상에는 몇 천 가지 직업이 있을텐데 프로그램은 10개 정도 밖에 안 된다. 다양하지도 않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직업위주다. 애니메이션 프로그래머 등 숨어있는 직업들도 알려줘서, 아이들 관심도 끌고 부모들 시야도 넓혀줘야 한다.

외부 강사 초빙했을 때 부모 참관이 허용되면 좋겠다. 국어 영어 수학 수업 참관보다 자유학기제 수업을 보고 싶다. 자유학기제가 당장은 모르겠지만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컷을 때 그 당시 경험이 생각날 거 같다. 자유학기제,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다. < 임서영 기획위원 >
 


인/터/뷰 - 교사 정경철 교감(풍덕중학교) / 박현자 교사 (승주중학교) 
수업 준비할 시간이 부족, 행정적 접근은 실패 우려
 

▶ 2016년에 자유학기제 담당 교사로서 애로사항은?
박_ 시범기간을 2년이나 했는데도 정신이 없었다. 2015년까지는 희망운영시스템이었고, 2016년 진행할 때는 다시 계획서 제출을 요구하여 4번이나 제출한 것 같다. 담당교사가 매번 바뀌니 맨땅에 헤딩하는 식이다. 근무지가 작은 학교라 행정업무가 과다하다. 특히 순천시가 지원하는 예산의 경우는 결산업무가 너무 복잡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행정사나 회계직원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 자유학기제의 취지에 맞게 실행되고 있는가?

▲ 정경철 교감(풍덕중학교) / 이정우 기획위원

정_ 행정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예전에도 취지는 좋으나 행정적인 접근을 하다 보니 실패한 정책들이 여럿이다. 학교 현장 입장에서는 행정 감소 방안이 필요하다. 대도시는 성공사례가 있지만 지역은 어렵다. 자유학기제도 실패 사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자유학기제는 수업개선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교사들이 행정업무에 치여 시간은 없고, 현재와 같은 입시체제에서 성과를 거두기 어려워 보인다. 교육방법 개선이 중요하고, 직업체험, 진로 체험은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는데 학교에 너무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 자유학기제의 미비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박_ 어떤 면에서 중1은 초6보다도 낮은 경향이 있다. 중학교 시스템에 적응도 못한 1학년이다. 자유학기제를 중1 2학기에 하니, 2학년 1학기까지 적응을 못하고 있다. 또, 아이들이 진로비젼캠프가 좋았다고 하는데, 1인당 6만원*2일 12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가끔은 사기업들이 학교라는 공기관에 들어와 돈을 벌고 있는 형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자유학기제 수업의 예를 들면, 플라잉디스크는 주당 2시간이 배정되었고, 사회수업은 3시간에서 2시간으로 감소되었다. 이러니 수업시수 맞추기 힘들고, 교과서는 똑같고, 다음 학기에 진단평가도 있어서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고, 내 수업이 자유학기제만 못한가 하는 자괴감도 든다.

▲ 박현자 교사(승주중학교) / 이정우 기획위원

▶ 자아성찰이라는 자유학기제의 주요 목표는 현장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가?
박_ 교사 입장에서는 자유학기제 준비가 안 되었다. 결국은 교과별 학습을 통해 학생 자신이 만들어가야 하고, 내 수업을 어떻게 활동위주로 할 것인지 연구해야 하는데… 사회교육, 시민교육, 민주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인간으로 완성되고 자기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_ 교실에서 수업을 체험중심 학생활동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과중한 업무와 입시제도의 한계에 부딪혀있고, 진로, 직업체험은 캠프형에 집중되어 있다.

▶ 교사의 수업능력 제고가 힘든 이유는?
박_ 교사들 업무량이 많다보니 연수나 자기개발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거의 대부분을 5시까지 수업에 매달려 있어서 교사들이 회의를 할 수가 없다. 교사들의 경우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일 보다 서로 협의를 해야 하는데, 얼굴보기도 힘든 게 사실이다.

정_ 실효성 없고 실패한 정책들을 계속 하다보니 교사 업무가 많다.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인력지원이 필요한데, 현재 교사들 대부분이 40대 후반에서 50대 초중반이라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어렵다.

▶ 현장에서 뛰는 선생님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정_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면 구성원간의 의견충돌이 있을 수 있다. 다양한 의견이 소통되도록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박_ 우리 학교 경우 시간이 없어서 매해 12월에 하는 반성회도 못 갔다. 1-2일 만이라도 교사들 간 집단 연수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계획서 만들고 결산업무에 시간이 뺏기다 보니 주객이 전도된 듯한 느낌이다. 아이들이 활동위주 수업을 하는 계기는 좋지만 의미 있는 수업인지는 회의감이 있다. <이정우 기획위원>


인/터/뷰 - 강사 김진화 영상제작 전문가 
자유학기제 실제 사례

자유학기제에 외부강사가 참여해서 진행된 수업 사례를 소개한다. 영상제작 전문가 김진화 선생님은 지난해 한 학기 동안 관내의 모 중학교 1학년 학생 16명과 함께 10분 짜리 영화를 한편 찍었다. 다음은 그분과의 문답이다.

▶ 영화 제작 과정은?
주제찾기, 이야기 만들기, 시나리오 쓰기, 역할 나누기, 촬영, 편집으로 이루어졌다.

▶ 주제와 소재를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마인드맵으로 ‘나’ 를 탐색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싫어하는 것=공부’가 공통적으로 나왔고 ‘자신의 장래 희망은 공부와 관계가 있을까? 안 해도 될 것 같은데?’라는 질문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 제작 과정에서 학생들의 참여와 반응은?
자신들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대사 하나, 지문 하나에도 개연성을 생각하며 열심히 참여하였고 촬영 과정에서도 각자의 역할을 잘 해냈다.
 

▲ 영화제작 토론중인 학생들 / 김계수 기획위원

▶ 자유학기제가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내신이나 시험에 얽매이지 않고 조금 편안하게 진행되는 예술 활동을 통해 평소 접하지 못했던 것들을 배우고 참여하면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나 서로의 의견을 잘 들어가면서 한 컷 한 컷 촬영하는 모습에서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교육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자유학기제 운영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은?
여러 가지 예술 활동을 통해 결과물을 얻는 과정에서 학생들 스스로 보람을 느끼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영화수업의 경우 여러 가지 교과들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국어 글쓰기, 진로 탐색 등)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 김계수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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