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기자가 되어 순천시와 순천시의회를 취재하기 시작했다. 벌써 17년째가 되었다. 그동안 순천시장도 여러 번 바뀌었고, 순천시의원은 수십 명씩 바뀌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절름발이 지방자치라는 평가를 받곤 한다. 이는 첫째,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권한과 예산이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간에도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 지나치게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적절한 힘의 균형을 가지고 상호 견제와 감시 기능을 해야 하는데, 공무원 인사권과 사업 집행권, 예산 편성권 등이 지방자치단체, 즉 시장에게 집중되어 있어 지방의회의 견제와 감시 역할에 제약이 많다.

지방의원도 자신을 선출해 준 지역구 주민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데, 자신의 지역구 사업을 위해서는 예산과 사업 집행권이 있는 지자체 장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지방의원이 가진 견제와 감시권을 지역구 예산으로 바꿔 먹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지방의회에 있는 권한이라고는 예산 심사의결권과 조례 제․개정권, 행정사무감사와 조사권 등이 있지만 이는 대부분 의회 의원의 과반수가 찬성할 때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어서 지방의회의 권한이지, 지방의원의 권한이라고도 보기 어렵다.

이렇듯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간에 힘의 불균형이 심하기 때문에 지방의회가 시민의 대의기구로서 지방자치단체를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하려면 지방의원들 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국회나 다른 지방의회를 보면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르더라도 집행기관(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견제나 감시 역할을 할 때는 동료 의원들과 타협하고, 또 타협한다. 도저히 타협이 어려울 때는 싸우더라도 사안별로라도 협력 방안을 찾는다. 그러지 못하면 의회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4년에 출범한 제7대 순천시의회의 모습은 어떤가? 지금까지 17년 째 순천시와 순천시의회를 취재하고 있지만, 이렇게 대책 없는 시의회는 처음이다.

의원들 간에 세력이 나뉘어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회의장면이 인터넷으로 생중계되고 있는 본회의장에서 툭하면 의원들 간에 쌍욕을 퍼부으며 싸움질이다.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의회의 고유권한인 행정사무감사도 포기하고, 순천시가 제출한 예산안 심사도 포기했다. 행정사무감사를 지켜보려는 시민을 막아서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해외연수는 앞 다퉈 나가려 애쓴다. 제7대 순천시의회는 지난해 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자신들을 뽑아준 시민은 안중에도 없다.

1년 2개월 후에는 다시 지방선거가 열린다. 난장판을 부리고 있는 제7대 순천시의원들이 몇 명이나 다시 지역구에서 선출되는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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