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소라면 사곡마을 앞 바닷길을 걷다
볼매님이 어둠 속에서
길에 떨어진 뭔가를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긴 시멘트못 두 개였다.
딱히 필요한 것도 아니고
버리기는 거시기한 계륵이었다.
볼매님이 그것을 주워 나에게 주었다.
  
반환점을 찍고 되돌아오는 길에
아까 그 자리에서 순수님이 못 하나를 주워
또 내게 주었다.
못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마당발님만 주울 게 없어 난감해졌다.

나는 주머니에 넣어놓은 못 하나를
얼른 길에 던져 놓으며 외쳤다.
“저기, 못이 하나 떨어져 있네~에!”
“어디, 어디?”
마당발님이 하하하 웃으며 못을 주웠다.

우리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이른 봄 새벽하늘로 날아올랐다.

글: 문수현 / 사진: 이정우
 

 

2017. 3. 4(토)

- 새벽을 걷는 사람들 -

순천언론협동조합 조합원들의 소모임으로
매주 토요일 순천만을 중심으로
바다와 산을 따라 새벽을 걸어 하늘을 닮고픈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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