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순천소방서 소방관

얼마 전 우리지역의 한 사찰에 화재 위험요소가 있으니 소방검사를 해달라는 민원이 접수되었다.

해당 사찰을 찾았던 방문객이 접수한 민원이었다. 해당 사찰에 승려들이 거주하는 곳(선방)에 전기장판 등을 사용하고 있는데, 화재의 위험이 있으니 소방검사를 해서 제거해달라는 것이다.

사찰은 문화재와 일반 건축물이 상존하며 실제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목조건축물이 많아 화재의 위험도 높은 곳이다. 과거에는 난방을 위해 화목을 주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전기제품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찰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화재가 발생해도 소방서의 신속한 출동이 어렵다. 이를 대비해 각 사찰마다 안전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사찰 내의 화재 예방을 주로 담당하는 방화관리자가 상시 근무하며 건축물에 대한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신속한 진화를 위해 자위소방대를 운영한다. 문화재 중 목조건축물의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안전지킴이가 사찰 내 건축물에 대한 안전순찰과 조사를 통해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 또 주기적으로 소방서와 합동소방훈련을 하고, 사찰 내 모든 구성원이 자체적으로 조직한 자위소방대를 중심으로 훈련을 병행한다.

전기장판 등이 화재의 위험이 있다고 소방서에서 승려들의 생활시설에 있는 전기장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옳은 일일까?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 한 번은 겨우내 얼었던 등산로가 녹으면서 사람이 지나다니기 위험하니 소방서에서 조치해달라는 민원이 접수되었다. 민원의 요지는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등산로에 물이 흘러 미끄러워 등산하기 힘들고, 넘어질 경우 다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민원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의 경우 등산로를 관리하는 기관이 정해져 있으니 별 문제가 없는데, 공원으로 지정되지 않은 산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해야 할 것이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모든 국가와 지자체 공무원이 나서서 해결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위험요소가 있다고 모두 소방서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공원으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도심 인근의 산으로 등산객이 많은 등산로라면 우선적으로 위험요소를 제거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등산객이 많지 않은 전국의 모든 산을 다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이 민원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요지를 전달한 뒤 조치해 줄 것을 요구하고, 해당 민원인에게는 그 결과를 통보한 뒤 안전한 등산을 바란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해빙기에는 등산로가 미끄럽거나 낙석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등산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해빙기에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는 첫째, 국민안전처나 국립공원공단 또는 등산사이트에 있는 안전매뉴얼에 따라 등산용품을 준비하고, 둘째, 정비가 잘 되어 있는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을 위주로 등산을 하고, 상대적으로 인적이 뜸한 산은 등산을 자제하는 게 좋다. 셋째, 위험한 요소를 발견하면 지니고 있는 물품을 활용하여 위험요소를 미리 표시하여 다음 등산객들이 조심하게 지날 수 있도록 안내할 필요가 있다.

소방서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이기는 하지만 국민의 생활 속 모든 위험요소를 다 감당하기에는 조직이나 인력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소방서의 도움이 꼭 필요한 곳에 조직과 인력이 우선 투입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협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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