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사람들’

▲ 순천시 용당동 삼성아파트 정문 옆에 있는 25㎡ 규모의 작은 매장

순천시 용당동 삼성아파트 정문 옆에 자리 잡은 ‘컴퓨터와 사람들’

컴퓨터에 이상이 생기면 바로 전화하는 집이다. 벌써 10년 째 단골이다. 꼭 이 집을 찾는 이유는 꼼꼼하고, 정직하게 수리하기 때문이다. 투박한 말투지만, 컴퓨터 수리를 맡길 때마다 만족스럽다. 지난 10년 동안 한결같은데, 그 한결같음에는 웃지 않았다는 것도 포함된다. 손님이 “안녕하세요?”라며 상냥하게 인사해도 힐끗 한번 쳐다보고 만다.

‘컴퓨터와 사람들’이 영업을 시작한 지는 12년이 넘었다. 컴퓨터 회사에 근무하다가 그만두고, 가게 문을 열었단다. 12년째 한 자리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손님들 덕분이다. 삼성아파트에 살다가 이사를 가더라도 컴퓨터 수리를 맡길 때는 꼭 이곳으로 찾아온단다. 좁은 (25㎡ 규모) 컴퓨터 가게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게 답답하지 않은지 묻자 “어려운 점이라는 것이 뭐 있습니까? 천천히 하는 거지”라고 퉁명스럽게 답한다.

▲ ‘컴퓨터와 사람들’운영자 김광태 씨

‘컴퓨터와 사람들’을 운영하는 김광태(51세) 씨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그런데 한 번도 안쓰럽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늘 당당하고 정확하다. 그는 손님의 요청에 대해 반드시 약속을 지킨다. 때론 업무를 소화하기 힘들 때도 일을 내일로 미루는 법이 없다. 밤을 새서라도 해결한다. 딱히 재미있는 일도, 힘든 일도 없다지만, 고치기 어려운 것을 해결해 나갈 때 재미있단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때때로 해결이 안 될 때가 있는데, 어느 순간 뭔가 시도해서 생각대로 풀려나갈 때, 그때가 그의 일상에서 가장 즐거운 상황이란다. 

며칠 전 컴퓨터가 고장나서 포맷을 해야겠다고 전화를 했더니, 너무 오래된 컴퓨터라 바꾸는 게 좋겠단다. 그 말을 듣고 컴퓨터를 구매하려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데, 들뜬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F11을 누르면 복구되는 프로그램을 깔아두었으니, 컴퓨터 켜고 잠시 후 F11을 누르라”는 것이다. 전화 한통화로 컴퓨터를 복구했다.

물론 전화 상담이라 수리비는 드리지 못했다. 나는 컴퓨터를 옮기는 수고 없이, 컴퓨터를 복원해 다시 사용하고 있다.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더라도 컴퓨터 수리는 반드시 ‘컴퓨터와 사람들’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친절하지 않아도 신뢰할 수 있으면 단골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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