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

추운 날 차디찬 아스팔트 위를 걸으면서 “이게 나라냐”를 외치는 국민이 많다. 우리 국민들은 황당함을 간신히 견디어 내고 있는데, 박근혜 일당은 국민에게 얼마나 더 많은 인내를 요구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알고 보니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너무 많은 가짜를 보여주었다. 대통령 업무 수행도 가짜였던 것 같다.

박근혜 게이트가 보도되기 시작할 때부터 그들은 이 보도가 가짜라고 밀어 붙였다. 최순실이 사용했던 태블릿 PC가 고영태 씨 책상 서랍에서 발견되고, 녹음이 공개되면서 어쩔 수 없이 사실(fact)을 완전히 덮을 수는 없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녹화 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가짜 해명을 내 놓았다.

그러나 그런 가짜 해명을 내 놓을 것을 미리 예상했던 JTBC는 대통령의 가짜 해명이 나오자마자 저녁에 진짜 뉴스를 예고했다. 저녁의 진짜 뉴스는 최고의 시청율을 기록하면서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가짜였음을 여실하게 증명해 주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가짜를 보여준 사례는 너무도 많았다. 세월호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자 세월호로 목숨을 잃은 생명들에게 애도를 표하면서 가짜 같은 눈물을 흘렸다. 연출된 조문객과 악수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최순실이 개입하지 않은 영역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모든 연설문은 최순실이 사전에 읽어 보았고 수정도 했다고 한다. 박근혜는 최순실의 꼭두각시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니까 대통령도 가짜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가짜가 있다. 박근혜 일당은 뉴스도 가짜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사건이 터지자마자 최순실이 전화로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라고 지령을 내렸다. 돈을 달라고 한 파렴치범이라는 뉴스를 만들라고 한다. 공작에 익숙한 그들은 가짜 죄인도 만들어 낼 정도로 전지전능했고, 그동안 그 방식은 잘 통했다.

대통령 비서실장 김기춘은 50년 간 공작을 했고, 가짜 만들기에 성공했다. 가짜로 만들어진 죄인들은 인생이 갑자기 허물어졌다. 김기춘의 나이가 너무 많아 죄 값을 치룰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이 오히려 안타깝다. 

박근혜 일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앞에 두고 대통령과 최순실, 변호인들, 공범들이 함께 모의하여 지속적으로 가짜 해명, 가짜 뉴스, 가짜 기자회견, 가짜 증언, 가짜 진술 등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여 가짜를 만들어 낸다. 가짜 뉴스가 가짜 신문으로 인쇄되어 집에 배달도 된다.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온 나라가 가짜로 출렁거리게 했다.

가짜 뉴스를 반복적으로 접하게 된 일부 국민들은 가짜에 솔깃해하다가 가짜를 믿어 버리게 되었다. 그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시청 앞에 모여든다. 국내 문제에 왜 성조기가 등장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공작에 의해 여론을 좌지우지 하는 행태는 한국의 갈등을 심각하게 증폭시켜 엄청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우리나라는 어떤 사안에도 합의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으며, 토론 과정에서도 늘 평행선을 달린다. 갈등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고비용 사회이다.

이번 박근혜 게이트에서 다 드러난 것처럼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국민을 양분시켰다. 또 관제데모를 키우기 위해 전경련 등을 통해 많은 돈을 지원했다. 사회적으로 심한 갈등을 겪게 만드는 분위기가 결국은 정부에 의한 공작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국민들에게 더 이상의 비극과 참담함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서 이제 더 이상은 사회적 갈등과 반목으로 질곡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박근혜 일당은 지금이라도 참회의 자세로 가짜 뉴스 만들기를 중단하고 fact에 충실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석고대죄의 자세로 탄핵을 받아들이고, 합당한 벌을 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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