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가 지난 주였던 2월 16일(목) 보도자료를 하나 내 놨다. 시청사 건립업무를 담당한 전략기획과에서 낸 보도자료 였는데, 순천시청사 건립기금 조성에 시민의 자발적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사례로 민주평통 순천시협의회와 장천동 주민자치위원회, 이통장연합회 순천시지회, 순천시약사회, 순천시청 해룡향우회, 순천만정원 해설사모임 등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6개 기관과 단체에서 830만 원의 청사 건립기금을 기탁했다고 한다. 시민의 오랜 숙원사업인 시청사 건립에 적극 참여하고자 단체 소속 회원들이 기금을 모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순천시는 이에 앞선 2월 14일(화)에도 순천시약사회에서 시청사 건립기금 200만 원을 순천시에 전달했다고, 보건위생과 출처의 보도자료를 냈다.

그에 앞서 지난해 12월 27일에도 순천시 총무과에서 민주평통 순천시협의회가 순천시청사 건립기금 100만 원을 순천시에 전달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평통 순천시협의회의 기금이 청사 건립기금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순천시청사 건립기금 모금에 참여하고 있는 대부분의 단체들은 순천시로부터 보조금이나 수당을 받거나 순천시의 업무 감독을 받고 있는 단체들이다. 그런 이유로 이 단체들이 순천시 공무원들의 제안없이 자발적으로 시청사 건립기금을 내 놨는지 궁금하다.

순천시 공무원들이 시민을 위해 고생이 많으니 시민 성금을 모아 월급을 주자는 것도 아니고, 1200억 원으로 추정되는 청사 건립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민 기금 모금을 유도하고 있는 것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계속된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이 때, 연간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는 순천시가 시민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나서는 것도 모자랄 판에 청사를 건립한다며 시민 성금모금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게 맞는 일인지 궁금하다.

순천시는 이미 1200억 원에 달하는 청사 건립기금을 일시에 마련하기 어렵다고 보고, 청사 건립기금 적립 조례를 제정해 올해부터 매년 100억 원 씩 청사 건립기금 적립을 시작했다.

물론 순천시가 시민의 청사 건립기금 모금으로 청사를 건립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청사 건립에 대한 시민의 염원을 대내외에 보여주고 싶은 의욕이 앞섰기 때문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청사 건립을 여론전으로 추진할 일은 아니다. 순천시는 지난해 12월에도 순천시청사 건립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90.5%가 찬성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응답자의 30%를 공무원으로 채우고, 순천시청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무작위 설문조사 한 것을 시민의 객관적인 여론인 것처럼 보도자료까지 낸 것은 자칫 여론 조작으로 비춰질 우려도 없지 않다.

순천시는 이제라도 시청사 건립에 대해 순천시민에게 추진과정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게 제공하고 시민의 동의를 얻는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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