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는 국가도 시장도 아닌 시민의 참여로 경제위기와 불평등을 극복하고, 협력과 연대, 평등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지구촌의 새로운 행진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협동조합 사례로 기록된 영국의 로치데일은 조합원 각자의 이익이 협동조합의 이익으로 귀결되었다.
순천광장신문은 순천 사회적경제의 희망을 여는 바탕은 연대와 협동이라는 생각으로 순천의 사회적경제 기업을 소개하는 지면을 시작한다. 좋은 시스템은 개인에게도 이익이 되고, 사회 전체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공예, 자연이 어우러진 세상 

“3대가 복 받을거여,”

사회적기업인 두레아트 김현정 대표가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주 듣는 이야기이다.

복잡한 가족사로 인해 다섯 아이를 키우며 품는 가장 큰 소망이 이런 거다. 자녀들이 ‘좋은 부모 밑에 커서 이 아이들도 좋을 거야’ 그런 말을 들으면 좋겠다고. 사람들이 ‘아 두레다. 재들 보면 기분이 좋더라’ 그런 기업, 행복을 전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는 두레공방을 찾았다.

재미있게 일하고 싶어 시작

스타킹 공예를 하던 김현정 대표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2015년 7월 두레아트를 열었다. 두레아트는 예술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자는 뜻으로 ‘이상이 일상이 되는 발칙한 상상’을 꿈꾼다.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그 마음이 일상에서부터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그의 하루는 자신의 꿈처럼 이루어진다.

주변의 부탁과 요구를 들으면 별 고민없이 호응하는 그의 태도 때문이다. 해결해 주고 싶은 마음 덕인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고도 해결 방법이 나온다. 인터뷰하는 날, 이사를 한 지인으로부터 사무소 앞 화단을 꾸며달라는 전화가 왔다. 뚝딱 아이디어로 봄내음 나게 꾸민다.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타인의 큰 고민을 해결한 셈이다.

며칠 전 동네 할아버지 집을 통으로 고쳐준 일이 있었다. 할아버지 집 방문을 여는 순간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불도 안 들어오는 방에서 추위를 견디기 위해 비닐을 깔아 견디고 있었다. 김 대표는 자신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순간 손과 발과 머리가 척척 움직인다. 주변 인맥을 총동원 한다. 자원봉사센터에 도움을 요청하고 재능기부센터 회원들을 불러 청소 도움을 청했다. 방을 도배하려고 짐을 꺼내는 데만 3시간 반이 걸렸다. 남동생과 남편까지 불러서 도움을 청했다. 그의 요청을 들은 지인들도 일사천리로 움직인다. 도배 집을 아는 사람이 다리를 놓아 구해주고, 장판도 곳곳에 소문을 내서 구해준다. 마음만 먹으면 일상에서 두레아트의 이상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았다.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관심

스타킹 공예를 하며 ‘순천에 버려지는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그는 은행을 이용해 열쇠고리를 만들고, 페트병 뚜껑으로 밀짚모자 브로치를 만들었다. 생태도시 순천을 찾은 관광객이 버려진 것으로 작품을 만들면서 ‘생태는 다시 살아난다’는 경험을 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리사이클링을 소셜 비전으로 삼았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하는 심사위원들은 “리사이클로 돈을 번 사람은 없었다. 가능성 없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가 안됐다. 마을에 버려지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살리다 보면 생태는 살아나고, 관광 상품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 누구에게 무언가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두레아트' 김현정 대표

2015년 7월 문을 열고 12월까지 매출이 없었다. 당장 돈을 벌기위해 상품을 만들어 팔아야 한다는 생각보다 두레아트를 홍보할 생각이 컸다. 전국의 행사장을 찾아가 물건을 홍보하고, 두레아트를 홍보하며 봉사활동을 다녔다. 그 과정이 바로 사회적기업 두레아트를 알리는 시간이었다. 김현정 대표는 피곤할 때 쓸데없는 상상을 많이 한단다. 마음에 걸리는 불편함이 있으면 가만히 들여다본다. 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어떻게 하지? 그렇게 멍 때리며 쉬는 시간에 재미난 상상들이 오고간다. 그 상상력이 많은 일을 만들어낸다. 시간 나는 대로 작품을 만들어 나누는 활동을 하며 알리다보니, 몇 개월 만에 학교에서 리사이클링 수업을 요청했다. 환경오염으로 생태 관련 내용이 부각되면서 다양한 곳에서 요청이 들어왔다. 틈나는 대로 벽화를 그리는 일도 이어갔다.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직원들이 한명 남고 다 그만 두고 나갈 때도 있었다. 그 시절에도 작업은 멈추지 않았다. 혼자서 벽화를 그렸다. 벽화가 점점 늘어나면서 순천시에서 연락이 왔다. 일이 떨어질 때 즈음 ‘이번에는 뭘로 돈을 벌지?’ 생각하면 어딘가에서 반드시 연락이 온단다.

이상이 일상이 되는 상상

두레아트가 내건 사업의 분야는 다양하다. 교육, 체험, 관광상품, 사회적기업 컨설팅, 정원, 도시재생, 상담, 실내장식, 화훼, 소상공인 컨설팅까지. 직원 다섯 명이 만들어가는 일이 이토록 다양한 분야의 것이라는 것이 놀랍다. 그것은 두레아트를 이끄는 김현정 대표의 이력과 관련이 깊다. 스타킹공예를 해온 김 대표는 어린 시절 갑자기 어려워진 집안 환경 탓에 10대 후반부터 주유소, 편의점, 밤 깍기, 카페 아르바이트, 기자, 상담 등 안 해본 일이 없이 다양한 경험을 했다. 누군가 자존심을 건들면 잘할 수 있을 때까지 도전하는 타고난 오기도 있었다. 덕분에 미술심리, 공예, 화훼장식자격증, 레크레이션 자격증,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무슨 일이든 해야 살 수 있었고, 어떻게든 살아진다는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쉽게 일을 벌였다.
 

 

최근 두레아트는 원도심에 초록식물을 심으며 담장녹화사업을 하고, 헌집수리, 가로수에 사슴 옷을 입히며 아름다운 거리를 조성하고, 벽에 그림을 그려 페인트로 칠하며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원도심 활성화를 꿈꾼다.

사회적기업은 상생이다.

김 대표는 사회적기업을 시작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다. 돈이 되는 일과 돈이 안 되는 일을 구분하지 않고, 도움이 되는 일을 무턱대고 시작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해와 오해가 있다. 직원들도 같은 마인드로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지향을 공감하고 조율하기 쉽지 않았다. 직원들 역량을 높이기 위해 교육을 받게 하고, 뭔가 일을 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춘 듯 하면 나가버렸다. 지금 직원들은 두레아트의 비전에 공감하여 스스로 찾아서 일을 하기에 일이 척척 진행된다.

“순천의 사회적경제가 잘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를 묻자 한마디로 “상생!” 이라고 답한다. 뻔한 이치를 알면서도 서로 돕는 구조가 안 되는 이유는 뭘까?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경쟁자로 인식하는 것은 사람의 문제라기보다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 낸 괴물 같은 습관이 아닐까? 김 대표는 “새로 생긴 사회적기업이 손을 내밀면 언제든지 그 손을 잡아 주겠다” 고 말했다.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행복의 통로가 있지만 그에게는 누구에게 무언가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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