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안녕하세요. 저는 고2 남학생 제호(가명)라고 합니다. 친구들이 제가 키가 작다고 너무 무시 합니다. 이것저것 시키고 저를 꼭 부하 다루듯이 하는 것 같아요. 정말 자존심이 상하고 괴롭습니다. 반 친구들은 저보고 꼬맹이라고 부르거든요. 제가 화를 내면 더 신이 나서 저를 갖고 놀립니다. 며칠 전엔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쑤군대면서 제가 지나가는데 발을 걸었습니다. 그래서 넘어졌죠. 그러고 나서 왜 그러냐고 따지니까 “애들이 다 넘어가는데 네가 아직 어려서 그래, 엄마 젖이나 더 빨아야 하지 않냐” 하면서 저속한 농담을 지껄였습니다. 너무도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고는 그 자리를 뛰쳐나오는데 아이들의 웃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는 것이었어요.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학교에 다니지 말까 생각 중입니다. 검정고시나 봐서 학교에 진학할까도 싶고요. 정말이지 학교에 다닐 맛이 안 납니다..


이러면 어떨까요
 

▲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제호군, 안녕하세요. 다른 또래 친구들보다 좀 왜소하고 작다는 이유로 제호 군을 힘들게 하는군요. 의도적으로 시비까지 걸고, 그래서 화나게 하고도 그렇게 화난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즐겁게 웃어대기까지 한다니 참으로 속상한 일이군요. 남을 놀리면서 자신이 쾌감을 느끼는 반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화가 났을까요. 그 화를 어디다 풀어 놓지도 못하고 이제는 학교를 그만둘까 까지 생각하고 있군요.

남에게 피해를 주고 괴롭혀서 자신이 즐거움을 찾는다면 그것은 올바른 행동이 아닙니다. 그러한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보면 더 안타까운 일이지요.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스스로 인식하지도 못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을 오히려 즐기고 있다면 나중에 이 사회에 나가서 어떤 인간으로 살아갈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제호군, 친구들의 행동에 대해서 너무 위축되고 억누르기보다 친구들이 지금과 같이 놀리거나 시비조로 걸어올 때 어떻게 내가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를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제호 군이 화를 내면 오히려 반 아이들은 더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장난을 쳐도 별로 반응이 없는 사람들은 재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다시 해봤자 너무 초연하게 나와서 싱겁다고 느끼게 되지요. 그런데 너무 화들짝 놀란다거나 가볍게 생각한 일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거나 하면 더 재미를 갖게 될 수 있습니다. 그저 씩 웃고 지나간다든가, 아니면 “하지 마”하고 한마디 한다든가,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무관심하면 아이들도 하나둘씩 흥미를 잃게 될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진지하게 그러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내가 너무 화가 나니까 그러한 행동은 자제해 주었으면 한다”라고 직설적으로 알리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전달을 할 때는 화난 얼굴이 아닌 진지하고 깊이 있게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겠지요.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다고 해서 학교를 그만둔다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번 일로 제호 군이 아주 힘들겠지만 이러한 일을 잘 해결해 놓으면 앞으로 어떤 대인관계 문제가 와도 슬기롭게 잘 극복해 나갈 것 같습니다.

제호군, 키가 크고 작은 문제보다 더 중요한 일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가를 알고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 “참 좋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이 키가 크고 잘생겨서가 아니라 언제나 생동감 있는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 아닐는지요? 그것이 외적이든 내적이든 말이지요. 이러한 아름다움은 각자 사람마다 자신의 삶 속에서 다지고 만들어 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키가 큰 사람은 그냥 “키가 크다.” 라고만 말할 것입니다. 건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자신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군요. 훨씬 마음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질 것입니다.

굳이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말하기 이전에 제호 군의 모습에서 성실하고 멋진 모습이 배어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센터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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