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부끄러운 민낯,
청소년에게 직접 듣는다(6)


작년 6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공이었던 비정규직 청년노동자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그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으로 일을 시작했다가 올해 취업했는데, 업무중 사망했다.

지난 2011년에는 영광실고 현장실습생이었던 한 학생이 기아자동차에서  장시간 야간노동을 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졌고, 2012년에는 순천효산고 학생 한 명이 울산에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사망했다. 교육과 현장훈련이라는 애초의 목적과 달리 현장실습의 민낯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에 현장실습생으로 일하고 있는 우리지역의 특성화고 3학년 학생들의 직접 인터뷰를 통해 현장실습제도의 명암을 알고, 이를 통해 현장실습문제에 대한 공론화의 장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대표 김현주


다영이(가명)와 슬기(가명)는 순천의 특성화고 보건계열 같은 반 친구이다. 슬기는 대학에 진학하려고 현장실습을 나가지 않았고, 다영이는 지난 6월에 지역의 A병원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다영이는 여느 현장실습생과 마찬가지로 현장실습 표준협약서와 주 40시간에 최저임금 수준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간호 보조 업무로 6월부터 9월까지 현장실습을 하기로 했다.

다영이는 같은 학교 친구 두 명과 함께 현장실습을 나갔다. 다영이는 3개월의 계약기간을 마치고 그만 두었는데, 함께 현장실습을 나간 두 명의 친구는 여전히 A병원에 다니고 있다.

왜 다영이는 다른 친구들처럼 A병원에서 오래 있지 않았을까?

“친구 두 명은 병동에 배치되어 근로계약서에 기재한 것처럼 간호조무사 보조업무를 하게 됐어요. 그런데 제게는 ”요양보호사 일이 많으니 여사님들(요양보호사를 부르는 호칭) 보조를 하라“고 했어요”

“간호업무 보조를 한 게 아니라, 어르신들 식사 먹여드리고, 수발들고, 여사님들이 시키는 일만 했어요. 간병인 역할을 한 거지요”

간호업무 보조를 하면서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딸 생각을 했던 다영이에게 3개월의 현장실습은 좋지 않는 경험이었다.

일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때였다. 다영이가 있는 앞에서 간호사 선배들이 나눈 대화는 큰 상처가 되었다.

“다영이 일 잘해? 못하면 잘라 버릴려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간호사 선배들을 보면서 다영이는 표정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고 한다.
 

 

계약 만기일이 되어갈 무렵 “11월 간호조무사 자격증 취득 이후 현장실습생 중 한 두 명은 정리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보통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다가 11월에 있는 자격증 시험에 합격한 이후에는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다영이는 결국 A병원에서 3개월 현장실습을 마치고, B병원에서 일하는 친구의 소개로 11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지금은 B병원에 간호조무사로 취업했다.

지금 근무하는 B병원에서의 생활은 대체로 만족스럽다고 한다.

“간호업무도 배우고 A병원에서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는데 여기는 그 이상이고, 호칭도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어리지만 직장인으로써 대우를 해 줘서 좋아요”라고 말한다.

다영이는 A병원에 있을 때 부서배치를 제대로 받지 못해 현장실습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은 것일까? 병원에서 다영이에게는 현장실습 취지에 맞춰 적정한 업무를 배정하고, 다영이가 해야 했던 간병 보조 업무는 병원 자체 인력 충원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전공과 맞지 않은 현장실습, 다반사

다영이의 인터뷰가 끝나자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 슬기가 친구들이 경험한 현장실습 이야기를 했다.

“금융과에 다녔던 친한 친구는 옷가게에서 3개월 현장실습 했어요. 시내에 있는 옷가게라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일했어요. 한마디로 장시간 알바를 한 거죠. 돈은 많이 번 거 같은데, 일하는 시간이 너무 많고 일주일에 한 번만 휴무여서 힘들어 했어요”

“학교에서 배운 것과 상관없는 옷가게, 음식점, 핸드폰가게 등으로 현장실습을 나가요. 대부분 대학 가기 전에 학교에서 눈치보고 있느니 돈이나 벌자는 생각이에요. 솔직히 2학기가 되면 학교에서도 할 게 없어요. 그냥 노느니 선생님들도 취업 시키려고 하구요”

대부분의 특성화고에서 현장실습은 상위 10% 내의 학생들에게만 전공과 관련한 현장실습을 할 수 있고, 나머지 대다수 학생들은 전공과 무관하게 현장실습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도 학교에서는 취업한 것으로 집계한다.

학교에서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전공과 무관하게 학생들을 현장으로 내몰고, 산업체에서는 단기간 활용하기 쉬운 저임금, 단순노동자로 현장실습생을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의 현장실습제도가 직업교육과정에 제대로 된 현장실습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정말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밟고 싶은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해 우리 교육은 어떤 길을 제시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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