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는 국가도 시장도 아닌 시민의 참여로 경제위기와 불평등을 극복하고, 협력과 연대, 평등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지구촌의 새로운 행진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협동조합 사례로 기록된 영국의 로치데일은 조합원 각자의 이익이 협동조합의 이익으로 귀결되었다. 순천광장신문은 순천 사회적경제의 희망을 여는 바탕은 연대와 협동이라는 생각으로 순천의 사회적경제 기업을 소개하는 지면을 시작한다. 사회적경제는 좋은 시스템은 개인에게도 이익이 되고, 사회 전체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 회사의 목표는 '아름다운 나눔'
나눔을 목표로 했기에 협력도 가능해

행복도시락 해피락(주)(대표 최영자)은 좋은 먹을거리가 아름다운 나눔이 되는 기업을 꿈꾼다. 11년의 여정을 통해 이제는 순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5년 만인 2011년 7월에는 독립법인 해피락(주)을 만들고, 2012년 4월 가곡동에 건물을 신축했다. 지금은 연간 매출액 14억 원, 직원은 14명으로 중소기업 규모이다.
 

 

경력단절 여성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의 먹을거리로 나누는 공익적 목적을 실현하면서도, 이들이 꾸준히 성장해 올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

10년 넘게 조리사로 일한 임향 씨는 “개인의 욕심으로 사업을 늘리려 했다면 이렇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직원이 보기에도 오만가지 어려움을 겪었던 조그만 가게가 이만큼 자리를 잡은 데는 기업이 ‘아름다운 나눔’을 목표로 했기에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기획서 한 장으로 시작한 사업
현재 해피락(주)을 이끌고 있는 김문정 센터장은 순천YWCA에서 일하던 2006년, SK에서 행복도시락 사업공모를 한다는 정보를 들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이 있어 첫 직장으로 YWCA를 선택했다는 김문정 센터장은 평소 자신의 생각을 녹여 사회적으로 어떻게, 무엇을 창출할 것인가에 포인트를 맞추었다.

전국의 YWCA가 설명회에 참여했으나 사업계획서를 넣은 곳은 순천YWCA뿐이었다. 전국에서 20곳을 선정하는데 포함되었다. SK로부터 1억 원을 지원받았고, 부족한 자금 5000만 원도 SK 대출을 받아 조례동의 허름한 건물을 임대했다. 당시 순천YWCA가 SK로부터 사업을 받는 데는 조건이 있었다. 순천시 결식아동 도시락을 전부 제공받는다는 약정서였다. 순천시는 흔쾌히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사업 시작 때는 전국 꼴찌!
시작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사업 추진과정 곳곳에서 장애물을 만났다. 김문정 씨는 갓 서른을 넘긴 나이에 직원들과 마음을 맞추는 일도 막막했고, 결식아동 도시락을 전부 제공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순천시는 막상 사업을 시작하자 “어렵다”고 했다.

그대로 망할 수는 없어서 동마다 담당자를 만나러 다녔다. 정성이 통했던지 다섯 개 동이 계약을 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식아동 도시락 50개는 전국 순위 꼴찌였다. 사업을 유지할 수가 없어 유료로 도시락 판매할 곳을 고민했다. 당시는 힘겨웠지만 돌아보면 전화위복의 계기였다. 해피락 도시락의 안전성과 정성 때문인지 사회복지사가 다른 동으로 전근할 때마다 신규 계약을 해 주었고, 15개 넘는 동이 시작하니 순천시와 계약을 할 수 있었다. 그 기간이 5~6년 걸렸다. 전국에서 제일 먼저 시작한 도시락 판매사업도 순천YWCA 회원들이 지원해 준 것이 큰 힘이 되었다.

전국 행복도시락과 네트워크 구축
협동조합법이 시행되면서 전국에 있는 행복도시락과 함께 출자금 500만 원을 내고 전국 1호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사회적협동조합을 통해 조합원이 어떻게 자립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채소와 육류를 제외한 공산품은 공동구매로 단가를 낮췄다. 식단도 공동식단으로 운영한다. 공동식단으로 운영하면서 단가를 더 낮출 수 있었다. 공동식단으로 일의 부담을 덜고, 공동교육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는다. 유료 도시락도 메뉴를 공유한다. 도시락은 위생이 중요해 신경이 가장 많이 쓰이는데 공동으로 이 문제에 대비했다. 식약청에서 점검이 뜬다는 정보가 공유되면 보완해서 서류를 해 놓을 수 있고, 식품법이 바뀌는 것도 서로 알려준다. 햇썹연구소를 만들어 표준 매뉴얼도 만들었다.

김 센터장은 “행복도시락과 네트워크를 통해 편하게 일하고, 도움 받은 경험이 있어서 지역에서도 업종별 네트워크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지난해 건강한 가정이 되는 힘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족요리경연대회를 진행했다.

이후 10년을 바라보며
해피락은 지난해 10년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앞으로 10년 동안 지금처럼 계속해도 되겠는지 고민하고 있다. 사회가 달라지는 모습에 따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해피락을 구상하면서 지역 환원 사업의 유형을 바꾸었다. 앞으로의 10년은 건강한 가정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첫 시도로 가족요리 경연대회를 진행하며 가족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고 ‘해피찬’이라는 새로운 사업도 시작했다. ‘해피찬’은 반찬 배달사업으로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 건강을 돌보는 것이 어려워지므로 장보는 시간과 밥하는 시간을 줄여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누리자는 취지다. 해피락은 많은 사람의 지지와 지원과 협력으로 성장해 왔고, 그만큼 더 많은 이웃들에게 꼭 필요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인터뷰 | 해피락(주) 김문정 센터장
“‘순천의 몬드라곤’, 꿈꾸지 말란 법 있나요?”
 

 

▶ 해피락에서 일하면서 바뀐 게 있나?

저는 기독교인이라 YWCA에 들어갔다. YWCA 활동을 열심히 하면 사회를 바꿀 수 있을 줄 알았다. 8년 일 하다가 사회적기업으로 행복도시락을 운영하며 지역을 보게 됐다. 예전에는 큰 것을 보면서 우리는 왜 안 될까 생각했다면 지금은 ‘여기서’ 시작하자는 생각이다. 순천도 언젠가는 몬드라곤 같은 협동조합이 나오지 말라는 법 없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고 있다.

▶ 순천도 몬드라곤 같은 협동조합을 꿈꾸어 본다는 상상만으로 기쁘다. 순천시의 사회적경제가 잘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자기 기업이 어느 정도 서야 공동의 목표도 생각할 수 있는데, 지금은 자기 사업을 이끌어가는 것도 버거워 한다. 정보를 교류하고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이 없다. 사회적경제는 수익을 내야하는 것과 사회적 기여를 해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라 저마다 어려움을 느낀다.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거라 시간이 갈수록 변화가 없으면 힘든 일이다. 함께 모여서 이야기 나누면 서로 자극을 받고, 공부도 돼 새로운 마음으로 일하게 된다. 협력과 연대로 서로 도전을 받고, 위로와 든든함을 느끼는 경험을 하면 좋겠다.

▶ 공동의 경험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서로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나누는 원탁회의가 필요하다. 은평구 허브센터에 간적이 있다. 은평구에서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원탁회의를 통해 공동으로 나눌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듣고 마련한 장소였다. 비슷한 업종끼리 교류하며 사업을 시작하는 과정에서부터 도움을 줄 수 있다. 정보 공유와 교류만으로도 큰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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