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수현 
순천여고 교사

‘18살 선거권’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상식’이 새삼 문제가 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후진적인지 다시금 확인한다. 19살 선거권은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일본도 재작년(2015년)부터 18살로 낮추었다. 오스트리아는 16살부터 투표할 수 있다. OECD 국가가 아닌 북한, 수단, 동티모르 등은 17살, 브라질, 쿠바, 니카라과 등은 16살부터 투표권을 가진다. 세계 187개국 중 147개국(78.6%)이 18살부터 선거를 할 수 있다. 232개국 가운데 215개국(92.7%)이라는 주장도 있다. 18살 선거권이 세계적인 상식임을 확인할 수 있다.

18살 선거권, 세계적인 상식
물론 반대쪽 주장이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미성숙하다는 근거는 전혀 타당하지 않지만, 대학입시에 전념해야 할 고3 교실이 정치 논란에 휩싸일 거라는 학부모들의 염려가 없지는 않다. 그러므로 학제를 개편하여 18살이 되면 대학생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18살 선거권 부여’를 하지 말아야 할 전면적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무릎이 까질 수 있으니 자전거를 배울 수 없다는 말과 같다. 그것을 무서워하면 자전거를 타고 들판을 달리는 쾌감을 영영 맛보지 못한다. 일시적인 부작용 때문에 사회의 중대한 일을 포기한다면 세상은 성숙하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우리 청소년 수준 상당히 높아
박근혜 탄핵 집회에서 대구 여고생의 발언이 화제가 되었는데, 이는 그 학생 개인만의 안목이 아니다. 내가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의 생각과 의식은 어른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경우가 많다. 순천 촛불집회에서도 상당수의 남녀 고등학생들이 발언했는데 깜짝 놀랄 내용과 재치를 선보이곤 하였다. 중학생, 초등학생들도 발언에 나서 현실을 예리하게 분석하여 날카롭게 비판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곤 하였다. 기성세대 중 ‘청소년은 미숙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분이 있는데, 자신이 혹 낡은 안경으로 세상을 보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

교육개혁의 단초가 될 수 있어
선거 연령을 17세나 18세로 낮추면 우리 사회의 고질인 입시 위주 교육에 금이 가게 할 수 있다. 몇 십 년 동안 말만 무성했던 ‘교육개혁’이라는 숙제를 풀 단초가 될 수 있다. 고등학생들이 투표권을 가지게 되면 학교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고, 자신의 삶의 토대를 직시하게 될 것이다. 국가와 개인의 관계, 자유와 권리, 책임과 의무, 삶의 질과 행복과 같은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되어 사회-정치의식이 한 단계 높아질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개인과 사회의 수준과 품격을 높이는 진정한 교육으로 이어질 것이다.

공무담임 상한제 반대할 이유는?
선거 연령 하한선과 함께 표창원 의원이 주장한 ‘공무담임 상한제’도 한번쯤 생각해보야 한다. 이런 주장을 하면 으레 노인 비하나 폄하라고 비판하거나 다른 나라에 그런 제도가 없다고 반박한다. 그런데 고령노인이 청소년보다 반드시 판단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가? 모든 공무원-회사원은 60살 전후에 퇴직해야 하는데, 왜 선출직만 정년이 없는가? 같은 임명직이라도 판검사는 정년이 있는데, 왜 장관은 없는가? 고령의 선출직들이 많아서 우리나라가 더 발전했는가? 현재 국회의원은 25세, 대통령은 40세 이상이어야 입후보할 수 있는데, 상한 연령을 정하는 것은 부당한가? 상한 연령을 정하지 않는다면 하한 연령도 정하지 않아야 맞는 것 아닌가?

고정관념 버리고 열린 토론을
‘공무담임 상한제’는 현재 실현 가능성이 적다고 하지만 논리적으로 부당하지는 않다. 이미 독일 16개 연방주 가운데 11개 주에서는 60세에서 67세까지 시장-군수 출마 연령 상한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 경우 당선이 되면 임기는 채울 수 있도록 한다. 합리적인 제도라고 생각한다. 사회 발전을 위해 고정관념을 버리고 열린 토론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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