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포 뻘밭

설이 다가왔다. 광장신문 기획위원회는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고향을 찾은 사람들과, 휴가를 보내기 위해 순천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순천의 명소를 소개하기로 했다. 4인의 기획위원들은 어떤 경험을 가지고 순천을 소개할 지에 대해 토론을 했다. 노동과 여가의 간극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여행의 긍정성은 무엇인지? 여행이 꼭 새로운 것 낯선 것이어야 하는지? 본지 기획위원회는 상업화된 여가를 떠나 일상에서 주위에서 찾을 수 있는 ‘쉼’을 소개한다.

김계수 기획위원은 현대사회가 일과 여가활동이 분화되어 있지만 농부의 삶은 다르다며 상업화된 여가활동이 아닌 일상이 곧 여가가 되는 삶을 소개한다. 반면, 이정우 기획위원은 현대인의 삶은 노동과 여가가 분리될 수밖에 없으며, 일상에서 분리된 여가만이 위안이 된다며, 노동에 지친 사람들에게 자연으로 돌아갈 것을 제안한다. 김은경 시민기자는 순천왜성과 검단산성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임서영 기획위원은 번잡한 일상을 뒤로하고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안내한다.

‘여가’의 자본화

현대인의 삶에 있어 노동만큼이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여가이다. 전근대사회는 마을공동체 내에서 노동 활동과 농경문화에 맞는 집단적인 여가 문화가 발달했었다면, 현대 자본주의사회는 여가 자체도 자본의 논리를 따르는 여가의 상업화와 개별화 현상을 보인다. 더불어 해외여행이라는 여가의 국제화 현상 또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여가 자체도 자본의 논리를 따르게 되면서 노동자들은 노동과 여가 모두에서 이중적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위안으로서의 ‘여행’

여가란 ‘노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일’이 아니고 ‘놀이’이다. ‘놀이’는 지치지 않으나 ‘일’은 지친다. 노동과 여가를 다르게 봐야 하는 이유이다. 현대인들은 지친 일상에서 탈출을 원한다. 일상으로의 분리인 여행이 현대인에게는 위안이 된다. 일상과 분리되는 활동을 위해 현대인은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여행 또한 영원할 수는 없다. 제대로 된 위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별량 봉화산 일출전망대 입구 표지판


어떤‘여가’를 즐길 것인가?

‘관광(觀光)’이란 글자 그대로 ‘새로운 빛을 보는 것’이다. 관광이란 평범한 일상과 다른 빛을 바라보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의 일상과 다른 빛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새로운 빛은 사람이 만든 곳보다 자연에서 발견할 가능성이 많다. 자연을 본다는 것은 근원, 깊숙이 박힌 자신의 뿌리를 보는 일이다. 인간의 근원은 자연에 있고, 대부분의 창조의 원천은 자연에 있으므로, 자연으로의 여행이야말로 새로운 빛을 볼 수 있는 창문이다.

사람이 자연을 보며 어찌 풍광에 감탄하고 끝나겠는가! 유사 이래 사람은 자연이라는 구멍으로 근원을 봄으로서 자신의 내면을 보고, 새로움을 발견하고, 없던 것을 창조해내었다. 자연에 깊숙이 들어가서 시인은 노래하고, 학자는 발견하며, 발명가는 창조해내었다. 이육사는 홀로 남겨진 광야에서 시를 쓰고, 뉴튼은 사과나무에서 만유인력을 깨닫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단풍나무 씨앗을 보며 헬리콥터를 발명했다.

또, 일상에서도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전근대적 농경문화는 마을 공동체와 함께하며 일과 여가가 혼재되어 있었다. 농사는 노동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도 않고 오히려 농사를 통해 창조적인 기쁨을 얻기도 한다. 여가와 일이 분리되지 않는다. 새로운 것, 낯선 것을 일상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낯선 곳에 가서도 똑같을 수밖에 없다. 동네 뒷산에서 새로움을 찾듯이 내 일상에서 새로움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 필요하다. 현대 한국인의 삶은 마치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 100미터 달리기 선수와 같다. 내가 왜 달리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옆 사람이 달리고 있으니 나도 달려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잠시 달리기를 멈추고 왜 달리는지 꼭 달려야 하는지 내 자신을 돌아볼 것을 제안한다. 

담지 않고 비우는 순천여행

돈 벌 생각하고, 돈 벌고, 돈 쓸 궁리하고, 번 돈을 쓰느라 쉴 수 없는 ‘지금 여기’다. 이웃에게 마음 쓰는 일은 고사하고, 자기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마저 상실한, 처량한 신세가 ‘바로 우리’다. 지금 우리의 몸과 마음을 편히 눕힐 수 있는 여행이 필요하다.
 

▲ 와온해변의 일몰

나의 몸과 마음을 비워, 네가 들어올 공간을 마련하는 여행은 어떨까?

‘비움’으로서의 여행은 고향집의 텅 빈 뒷마당을 마주하는 것과 같다. 양지바른 앞마당이나 들고나는 마루가 아니라, 슬픔, 외로움, 스산함의 공간인 뒷마당. 그 뒷마당 그늘에서 자신의 그늘을 마주하고 이를 인정하는 경험이 우리 인생 어디쯤에서는 꼭 필요하다. 결국 그늘이 있음에 환한 양지도 있음을 자각하는 것은 인생의 소중한 보물이다.

집 떠나온 이들에게 작은 뒷마당 그늘을 이곳 순천에 드리운다.
 

▲ 낙안읍성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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