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윤호
시인/인문학자, 문학박사
울긋불긋 단풍들자, 섬진강에 가을 연어가 고향을 찾아 돌아오고 있다.

‘연어’ 안도현 시인은, ‘연어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고 했다. 바다에서 사는 시간보다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강물의 삶을 두고, 도대체 왜 그는 그렇게 말할까?

 “여러분은 연어에게서 강물 냄새가 나는 이유를 찾았나요? 찾지 못했다면 다시 읽고 찾아보세요.”

 인문학을 강의하는 나의 질문이고, 지도법이다.

바야흐로 가을, 독서의 계절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독서율이 꽤 높아졌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다행히 부모들이 책의 중요성을 깨우쳤으니 우리의 미래가 기대된다. 집집이 전집류가 책장을 가득 채운다. 도서관은 어린이들의 책 대출이 늘고, 아이들과 손잡고 오는 부모가 많이 늘어났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독서층은 불행하게도 여기까지다.

중고등학생은 시험철에만, 어른들은 취업준비 서적을 가방가득 담고 와 열람실을 사설 독서실처럼 자리 잡고 버틴다. 어떤 어머니는 스무 권의 책을 꺼내와 2주 만에 다 읽을 것이라고 대출 신청을 한다. 와, 놀랍다.

그런데 중 고등학생이 되면 도서관과 혹은 인문 서적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우리 교육 탓을 한다. 맞다 맞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정규 수업 후에도 책 읽기는커녕 숨 쉴 틈도 없이 바쁘게 뛰어다녀야 한다. 주말에는 더 바쁜 아이들이 많다.

불행하게도 그토록 공부 많이 한 우리나라에는 평화상 외에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우리 아이들이 정규 수업 후 하는 공부는 대부분 선행학습이다. 독일에서는 수십 년 해 온 선행학습을 얼마 전, 법으로 금지했다. 그들은 선행학습의 무모함과 폐단을 뼈저리게 깨우쳤기에 내린 결론이라 한다.

핀란드 등 유럽에서도 초등학교 입학 면접 때 글을 아는 아이의 부모는 큰 책망을 받는다는 어느 교포의 고백을 들었다. 우리 유치원에서는 글을 가르치지 않으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유치원 원장의 고백이 오래 가슴에 남는다. TV 뉴스 인터뷰에서 대기업 인사팀장들의 한결같은 입사시험 비중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창의성과 독립성, 논리력을 강조한다.

논리, 인문학 결국 같은 의미이다. 그 바탕에 책이 놓여 있다. 직접 체험으로 얻지 못하는 것을 간접 체험으로 얻어가는 과정이다.

좋은 책은 무엇인가? 그래서 검증된 책이 고전이다. 책은 보는 것 뿐만이 아니다. 여행, 공연, 전시, 영화, 연극 등이다. 또한 토론은 더욱 큰 공부다. 자칫 대립 토론으로 연결되면 큰일이다. 토론은 협동하는 것으로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을 엿보며 내 것을 보충해 가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논쟁은 피하라. 정치, 종교는 자칫 논쟁으로 번지기 쉽다.

지자체들이 평생학습과 도서관 프로그램을 통해 인문학, 논리, 고전 읽기 등의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강좌가 늘어나는 추세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행복한 도서란, 책 읽어주기, 고전으로 마음 거울 비추기, 보이는 것만 말고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력으로 들여다보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엿보기, 작가의 생각을 찾기, 핵심 읽기가 재미있는 독서법이다.

연어, 강물 냄새가 나는 이유를 찾았을까?

알을 낳고 죽기 위해 고향으로 찾아오는 연어? 그것만 보았다면 다시 보라!

험난한 강을 거슬러 오르고, 죽음을 마다않고 친구를 위해 몸을 던지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사람들이 만든 쉬운 어로를 택하지 않고 폭포의 길을 가야 한다고 울부짖는 은빛연어를 보라. 아름다운 연어의 길이 바로 그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말하지 않는가.

그리고 사람의 길은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

우리도 쉬운 길만 찾지 않는가? 우리 아이들도 혹시 쉬운 길만 찾게 되지 않을까? 그것이 우려스럽기에 오늘도 인문학은 소중하다.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가 중요한 이유다. 이제, 청소년들의 과외는 선행학습이 아닌 부모와 함께 만들어가는 상상력의 독서와 다양한 체험으로 얻는 살아있는 공부법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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