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저는 중학교 1학년 딸을 둔 엄마입니다. 어제 딸의 학교에 다녀온 다음부터 걱정이 생겼습니다. 선생님으로부터 딸이 성격이 좀 못된 편이고, 학교에서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이가 다른 친구들을 잘 배려하지 못하고 자기주장이 강하고 이기적이기 때문에 또래의 친구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보다 어린아이들하고만 어울리는 것 같아요. 한번은 서점에서 만화책을 보고 있더라고요. 나중에 만화가가 된다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래서 저는 만화를 못 보게 해요.
 

저는 혼자서 딸을 키우고 있어요. 아마 아빠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제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하지만 딸도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예요. 저는 무슨 일이건 딸이 알아서 하기를 바라요. 그래서 딸이 잘못을 저지르거나 약속을 어기면 반드시 벌을 줬어요. 선생님, 저는 제 딸이 저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늘 딸에게 ‘다른 친구들이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는 모습을 보여라’ 라고 얘기해 줘요. 제 딸이 저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딸에 대해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제 딸만큼은 정말 잘 키우고 싶습니다.


이러면 어떨까요

따님을 무척 잘 기르고 싶은 마음이 많이 느껴지네요. 다른 사람으로부터, 더구나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따님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들었을 때는 매우 속상하고 어머니 마음에도 충격적이었을 것 같아요. 누구보다도 예쁘고 능력 있는 딸로 키우고자 갖은 애를 썼는데 벌써 문제점이 보이는 것 같아 눈앞이 깜깜해졌을 것 같아요. 그리고 혹시라도 아빠가 없다는 사실이 아이의 문제점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싶어 어머니로서는 자책하는 마음도 컸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외로움도 무척 컸으리라고 짐작됩니다.

어머니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견디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따님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었겠지요. 그만큼 따님은 어머니에게 큰 존재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따님이 공부를 잘하고 있을 때는 그만큼 고생한 보람도 느꼈겠군요. 그런데 만화책을 보거나 할 때는 따님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앞서서 따님의 감정이나 의견보다는 우선 꾸중하고 만화책을 더는 못 보도록 억압하시기에 급급하신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그런 행동을 하실 때 따님은 어떻게 느꼈을까요? 따님은 어떠한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만약 따님의 입장이라면 무시당한 것 같이 여겨지고, 엄마의 강압적인 태도에 뭐라고 항변할 힘은 없으니까 말대꾸도 못 한 채 억울한 심정일 것 같아요. 따님이 공부를 잘한다고 하셨죠? 어머니는 따님이 장래에 ‘혹시나 만화가나 되면 어떻게 하나?’하는 염려가 된다고 하셨는데, 어머니의 조급해하는 마음이 느껴져 저는 안타깝군요.

어머니가 그렇게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벌서면서까지 따님이 만화책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머니 말씀대로 따님에게 친구가 없다면 따님으로서는 만화만이 유일한 낙일 것입니다. 아마 따님에게 만화를 보지 못하게 한다고 해서 따님이 그 시간에 더욱 공부를 열심히 하리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것은 어머니의 욕심이랍니다. 따님은 만화를 보는 시간을 통해 적절히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머리도 식히는 방법을 익힌 건지도 모르니까요. 또래들 사이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있으므로 따님으로서는 만화가 가장 편안한 친구인 셈이니까요.

따님의 장래에 대해 과민하다 싶을 정도로 염려하시는 것은 아마 어머니가 따님을 통해 이루고 싶은 인생의 모델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따님이 어머니의 인생을 보상할 수도 대신해 줄 수도 없다는 건 어머니도 잘 아시죠? 무엇보다도 따님의 행복을 바라신다면, 어머니의 욕심은 접어두고 따님의 의견과 감정을 존중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머니는 따님에게 ‘다른 사람에게 편안한 사람으로 보여라’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우선 어머니가 따님에게 편안한 사람의 본을 보이셔야 합니다. 그러자면 우선 어머니 자신을 되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신 ‘편안하고 따뜻한 사람’의 의미 속에는 다른 사람의 실수를 받아줄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것이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따님이 진정 편안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신다면, 그리고 따님이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를 바라신다면, 가장 먼저 어머니와 따님의 관계가 편안하고 따뜻한 관계이어야 합니다. 즉, 따님의 실수나 잘못에 즉각적으로 벌을 주기보다는 때로는 용납해 주고 감싸주는 모습을 보이세요. 타인으로부터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듯이, 타인으로부터 용서를 받아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용서할 수 있습니다. 그런 모습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로 나타나는 것이고 자기의 생각이나 의견보다는 관계 속에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는 능력이 길러지는 것이니까요.

어머니한테는 따님이 인생의 희망이시죠? 따님에게도 어떤 행동의 제약보다는 꿈과 희망을 심어주세요. 그리고 어머니가 그 뒤에서 든든히 버텨주세요. 어머니가 먼저 여유 있고 넉넉한 모습으로 따님을 대하면 따님도 다른 친구들에게 여유 있고 넉넉한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되니까요.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센터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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